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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삶의 금메달- 2013.9.14 토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9-14 조회수432 추천수1 반대(0) 신고

2013.9.14 토요일, 김순임 칸디다 수녀님과 이미순 릿다 수녀님의 금경축 미사, 필립1,3-6 요한21,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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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포교 성 베네딕도 서울 수녀원

일시: 2013.9.14일 11:0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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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삶의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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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김 순임 칸디다 수녀님과 이 미순 릿다 수녀님의 수도서원 50주년

금경축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마침내 두 분 수녀님이 하느님으로부터 ‘삶의 금메달’을 받는 영광스러운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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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들의 금경축 미사 부탁을 받으면서 도무지 어느 분인지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순간 저는 두 분 수녀님이

평범한 일상에서 하느님 안에 숨겨진 깊은 삶을 사셨던 분임을 깨달았습니다.

하여 수녀님에게 두 분 수녀님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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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순임 칸디다 수녀님은 1939년생이나 우리 나이로 75세이고

이 미순 릿다 수녀님은 1932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82세입니다.

민족사적으로 볼 때 일제말엽에서부터 해방 전후, 6.25사변 등 가장 힘든

격동의 수난기를 보내셨던 수녀님들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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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수녀님이 첫 서원을 하던 1963년 지금부터 50년 전,

저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이었습니다.

그 당시 역시 계속된 혼란기였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60년 3.15 부정선거에 이어 4.19학생 혁명이 일어났고,

1961년 6학년 때엔 5.16 군사 쿠테타가 일어났고,

5.16혁명 공약을 달달 외우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역사는 반복되는 듯 작금의 현실 또한 여전히 어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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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분 수녀님들은

분도회의 수도서원에 항구하셨고 평범한 일상에서 깊은 사랑을 사셨습니다.

수녀님이 보내주신 내용이 이를 입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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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임 칸디나 수녀:

조용하시면서 겸손하시고 후배들을 사랑하시며 열심히 기도하신다.

하느님께 대한 열정이 많으시며 작시, 작곡을 하셔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신다.

드러나지 않게 집안일을 잘 도우시며 선배 수녀님으로써 손수 모범을 보여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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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순 릿다 수녀:

강직하시고 통이 크신 분이시다.

손재주가 많으셔서 성당 꽃꽂이, 바느질, 음식, 못하시는 게 없으시다.

자연과 우리나라의 역사에 관심이 많으시며,

공동체를 위해서 끊임없이 기도하시고 일하신다.

수녀님은 손에서 묵주가 떠나지 않으시며, 후배들에 대한 사랑이 많으시다.

특히 수녀님은 여성복지사목을 하시면서 가정도우미에게 자립할 수 있도록

경제적, 정신적, 영성적으로 끊임없이 교육을 시키신 훌륭한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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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들의 충실하고 항구했던 삶이 그림처럼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대로 각각 한 권의 살아있는 성경책 같습니다.

이어 수녀님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습니다.

‘두 분 수녀님들은 우리 공동체의 큰 언니로서 훌륭하게 사시는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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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공동체의 살아있는 보물 수녀님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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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복음을 우리의 정주, 수도자다운 삶, 순종의 삼대 서원에 관련시켜 묵상하면서

우리 분도 수도자들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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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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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의 아들 시몬 베드로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단도직입적 물음입니다.

아무도 이 질문에서 피해갈 수 없습니다.

평생화두로 삼아야 할 물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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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나이에 있는 게 아니라 주님 사랑에 달렸습니다.

주님을 열렬히 사랑할 때 언제나 영원한 젊음입니다.

주님을 사랑할 때 샘솟는 열정에 마음의 순수입니다.

이런 사랑이 표현되는 정주의 제자리입니다.

정주의 제자리에 머물 때 주님의 평화와 위로와 치유입니다.

구원은 멀리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정주의 제자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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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 있어

안주가 아닌 늘 새로운 정주의 제자리에서 찬미와 감사의 삶입니다.

작년 써놓았던 저의 자작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의 1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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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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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하늘 향한 나무처럼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덥든 춥든,

봄, 여름, 가을, 겨울…

늘 하느님 불러 주신 이 자리에서

하느님만 찾고 바라보며 정주(定住)의 나무가 되어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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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살다보니 1년생 작은 나무가

이제는 50년 울창한 아름드리 ‘하느님의 나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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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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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주님만을 사랑하며 50년 금경축을 맞이하기까지

주님 안에 항구히 정주의 나무가 되어 사셨던 두 분 수녀님이십니다.

두 분 수녀님 역시

주님의 질문에 베드로처럼 똑같이 확신에 넘쳐 대답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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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는 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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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내 양들을 돌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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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는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공동체의 형제들을 사랑으로 섬기라는 말씀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진정성은 형제 사랑을 통해 입증됩니다.

하여 분도수도 공동체를 ‘주님을 섬기는 학원’이라 정의 합니다.

주님을 섬기듯 형제들을 사랑으로 섬기라는 말씀입니다.

우리의 영성이 있다면 섬김과 종의 영성이 있을 뿐이며

직무가 있다면 섬김의 직무 하나만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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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으로 섬길 때 형제들 자체가 위로요 치유임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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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의 수행 모두가 주님과 형제들을 사랑으로 섬기는 방편입니다.

늘 새롭게 시작하는 ‘사랑으로 섬기는 삶’이 바로 수도자다운 삶의 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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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제 자작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의 셋째 연이 ‘수도자다운 삶’의 표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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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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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끊임없이

하느님 바다 향해 흐르는 강(江)이 되어 살았습니다.

때로는 좁은 폭으로 또 넓은 폭으로

때로는 완만(緩慢)하게 또 격류(激流)로 흐르기도 하면서

결코 끊어지지 않고 계속 흐르는 ‘하느님 사랑의 강(江)’이 되어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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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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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사랑의 강이 되어 형제들을 섬기며

하느님 사랑의 바다 향해 흐르는 강 같은 삶이 바로 수도자다운 삶의 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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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나를 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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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는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입니다.

우리의 삶은 막연히 버리고 떠나는 목표 없는 삶이 아니라

철두철미 주님을 따라 주님과 운명을 같이하는 삶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삶은 그대로 우리의 순종서원과 직결됩니다.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운명의 십자가, 책임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순종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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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을 따르는 삶 또한 주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주님 향한 열렬한 사랑의 힘이

기쁘게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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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의 마지막 연 역시 이런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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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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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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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에겐 하루하루가 영원(永遠)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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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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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오늘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은총으로

우리 모두 제 십자가를 잘 질 수 있는 사랑의 힘을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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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하느님과 형제들을 사랑하여

정주와 수도자다운 삶, 순종의 수도서원에 충실했던 두 분 수녀님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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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 또한 우리 모두에게 수도서원에 충실할 것을 촉구합니다.

오늘 1독서의 바오로의 옥중서신 서두는

그대로 두 분 수녀님이 수도공동체 형제들에게 드리는 마음의 선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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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분을 기억할 때 마다 나의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기도할 때 마다 늘 여러분 모두를 위하여 기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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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서원 50주년을 맞이하신 두 분 수녀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두 분 수녀님께 좋은 일을 시작하신 분께서

그리스도 예수님의 날까지 그 일을 완성하시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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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내리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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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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