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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미사의 모든 것1: 방송 미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13 조회수7,677 추천수0

[미사의 모든 것] (1) 방송 미사


‘신령성체’ 가능하지만 미사 참여 의무 대신할 수 없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잠정 중단되면서 서울대교구 주교단에 이어 전국 주교단이 가톨릭평화방송TV 방송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코로나19로 성당에서의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면서 많은 신자가 일상에서 신앙 실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합니다. 반면, 두 달여 이상 미사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주일 미사 참여 의무에 대한 신자들의 인식이 상당히 약화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성체성사를 거행하는 미사가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교회 헌장」 11항)인데도 불구하고 미사와 성사생활에 대한 신자들의 의식이 자꾸만 약화되어 간다는 것은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왜 교회가 성체성사로 살아가는지, 그리스도인은 어디에서 생명을 얻고 유지하는지, 교회의 눈길은 어디로 향해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새 연재 ‘미사의 모든 것’을 시작합니다. 독자들에게 좀더 쉽게 미사에 관해 설명하고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지난 연재 ‘성당은 처음입니다만’을 이끌었던 나처음, 조언해, 라파엘 신부를 다시 초대했습니다.

 

연재 내용은 성경과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교황 문헌, 전례학자와 신학자들의 저서를 참고하였습니다.

 

나처음: 가톨릭교회에 평소 호감이 많은 대학 새내기.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열혈 청년’

 

조언해: 주일학교 교사로 성당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나처음군의 친구

 

라파엘 신부: 수도회 신부로 가톨릭교회 신앙과 역사에 해박한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

 

전국의 모든 성당에서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었을 때 수도원도 봉쇄됐다. 수도원 밖으로 나가는 이도, 들어오는 사람도 없이 수도 공동체는 철저히 봉쇄 생활을 했다. 전국의 성당에서 공동체 미사가 재개되었어도 수도원은 바로 문을 개방하지 않고 지금도 조심스레 방문자를 맞이하고 있다. 대학 새내기로 우여곡절을 겪은 나처음군과 조언해양이 여름 방학을 맞아 모처럼 라파엘 신부가 있는 수도원을 찾았다.

 

라파엘 신부: 정말 반가워. 그동안 아무 탈 없이 모두 잘 지냈지. 하느님께서 여러분 가정을 축복해 주시길 기도해. 그래, 그간 어떻게 지냈어?

 

나처음: 대학 첫 학기를 이렇게 보내다니 너무 어이없어요. 새 친구들과 불소(불타는 소통)하며 대학 생활을 만끽하려 했는데 화상 수업만 했네요. 다행히 대유잼(크게 재미나는) 넷플릭스 바다를 유영하며, 긴급 재난 지원금으로 갓수(갓+백수-일하지 않고 편하게 산다)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라파엘 신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나야말로 소통이 되지 않는구나. 그래 언해는 어떻게 지냈니?

 

조언해: 저도 코로나 때문에 밖으로 나다닐 수 없어 집에만 있었어요. 주일이면 가족과 방송 미사를 함께 시청하고 대송도 바치고 그렇게 지냈죠. 뭐. 무엇보다 성당에서 주일학교 초등부 아이들과 지낼 수 없어서 너무 속상했어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함께 교리교사를 하는 친구들과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주일학교 아이들과 만나고 있는데 나름의 재미도 있고 보람도 느껴요.

 

라파엘 신부: 언해가 교리교사로서 제법 소명 의식이 있구나. 수도원에서 매일 미사와 기도를 하지만 신자들이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지는 궁금해 나도 자주 가톨릭평화방송 미사를 시청했지. 예전에 몰랐는데 요즘엔 교회 안에 가톨릭평화방송 같은 미디어가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고마워. 미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신자들을 위해 전국의 주교님들이 방송 미사를 주례하시는 걸 보고 감동을 했지.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텅 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인류를 위해 특별 기도를 하시고 성체 강복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큰 위로를 받았어. 우리 수도자들도 모두 깨어 새벽에 가톨릭평화방송 생중계를 시청하면서 교황님과 연대했지. 참 고마운 방송이라고 생각해.

 

조언해: 그런데 신부님. 방송 미사만 시청해도 미사에 참여하는 것과 똑같은 건가요. 제가 아무리 아니라도 설명해도 우리 가족들은 방송 미사만 보면 된다며 요즘 성당에 가려 하지 않아요.

 

라파엘 신부: 방송 미사로 주일 미사 참여 의무를 대신할 순 없어. 사제가 주례하는 미사에 직접 참여해야만 미사의 은혜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단다. 미사는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 때 행하신 예식으로 우리 구원을 위한 가장 완전한 성사란다. 그리고 ‘주일’은 부활하신 주님의 날(묵시 1,10)이며 주님께서 성령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날이야.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이 주일을 거룩히 지내고 주일 미사에 꼭 참여하는 이유는 주님께서 ‘안식일 다음 첫째 날’ 곧 주간 첫날에 부활하셨기 때문이다. 교회는 주님 부활 대축일뿐 아니라 주일마다 주님의 부활을 경축하기 때문에 신자들은 이날 미사에 참여할 의무가 있는 거야. 그래서 미사의 은혜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미사에 몸과 마음으로 온전히 참여해야 해.

 

나처음: 그러면 왜 방송 미사를 하는 거죠?

 

라파엘 신부: 신자들을 위한 교회의 사목적 배려라고 이해하면 돼. 지금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 같은 전염병이 전역으로 확산돼 감염의 위험이 있을 때 신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교황님이나 각 교구장 주교님께서 사목적 배려로 미사 참여 의무를 면해 주시는 거야. 특히 미사에 참여할 수 없는 환자들이나, 수인들,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출장자 등은 가톨릭평화방송 TV나 라디오, 아니면 각 교구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등을 통해 방송 미사에 함께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지. 비록 미사에 몸과 마음이 온전히 참여하지 못하지만, 방송을 통해서라도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와 신자들과 함께 마음으로 일치하고 성체를 모시고자 하는 열망(신령성체)으로 주님과 일치할 수 있기 때문이야. 비록 몸은 물리적으로 미사 장소에 있지 않지만 말이다. 그래서 우리 교구장 주교님들도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노약자나 환자들에게 방송 미사를 통해 주일 미사 참여 의무를 면해 주시는 거야. 참 고마운 일이지.

 

조언해: 그런데 신부님. 방송 미사를 보면 생중계도 있지만, 녹화로 방송되는 것 같아요. 생중계와 녹화 방송이 차이가 있듯 미사의 은혜도 차이 나는 것 아닌가요.

 

라파엘 신부: 헉! 너무 훅 들어오는데. 미처 그런 것까지 생각해보지 못했구나. 평소에도 사제가 없는 공소에서 그 주일 미사의 독서와 기도로써 공소 예절을 하는 것처럼 방송 미사도 주일이든 평일이든 교회 전례력에 따라 미사 전례서의 독서와 기도, 성찬 예식을 거행한단다. 방송 미사의 목적은 좀 전에 말했듯이 몸과 마음으로 온전히 미사에 참여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에 있는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이기 때문에 그것이 생중계이건 녹화 방송이건 차이가 없단다. 그것보다 방송 미사를 시청하면서 주님과 일치하려는 우리의 마음가짐과 정성이 더 중요한 것이지. 총알을 맞았는데 총알의 굵기가 얼마나 되고, 총탄의 종류가 무엇인지 따지는 건 어리석은 일이겠지.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응급 치료가 우선이지. 방송 미사도 마찬가지야. 신앙생활의 선익과 유익을 위한 것이란 것만 먼저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구나.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7월 12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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