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9월18일 연중 제24주간 수요일 복음묵상)
작성자신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3-09-18 조회수472 추천수11 반대(0) 신고

 
2013년9월18일 연중 제24주간 수요일 복음묵상

“이 세대 사람들을 무엇에 비기랴?”(루카7.31)
(여기서 ‘이 세대’란 시대와 상관없이 지금을 살고 있는 모든 인간 사회를 두고 하신 말씀으로 이해해도 좋을 듯 하다.)
---
요즈음 국정원의 대통령 선거개입, 부정개표에 대한 이야기들로 나라 안이 어수선하다.
각 교구의 사제들은 진상 확인 촉구 성명을 발표하며 촛불 시위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들어보지도 못한 ‘대한민국수호 천주교모임’이라는 번지수도 확실하지 않은 단체는 정치적인 신부들은 차라리 사제복을 벗으라고 으름장을 넣는다. 알아보니, 지극히 가톨릭적이지 않은 삶을 살면서 필요할 때만 가톨릭이라는 이름을 걸고 사는 인물들의 급조된 단체인 듯 하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공중파 주요 방송사들은 언론매체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있는 사실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이는 직무유기를 떠나 사기다.

개인적으로 정치적 이야기를 하는 것을 자제하는 편이다.
한 번 시작하면 봇물 터지 듯 쏟아질 것 같아서 이다.
또한 지금처럼 매일 복음을 주제로 묵상을 올리다 보면, 읽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유추해서 세상을 바라봄에 있어 무엇이 옳은 자세이고 태도인지에 대해 공감하게 되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길거리로 나와서 온 몸, 온 마음을 던지고 있는 신부들나 수녀들이 고통을 즐기기 위해서 생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종북세력(從北勢力)이니 좌편향이니 하는 말들을 너무 자연스럽게 쓰며 사제들을 매도하는 모습이 처량하게까지 보인다.
그렇지 않다.
신자들 안에서조차 적지 않은 이들이 그 의미도 제대로 모르면서 정교분리(政敎分離)를 떠들어가며 교회가 정치적인 문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큰 소리를 내고 있다.
정교분리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국가가 종교의 중립성을 인정하고, 정치권력과 종교를 함께 연결시키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마치 교회가 정치적 문제에 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이해하고 정교분리라는 말을 사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교회가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를 비롯한 여타 정치적 선거에 있어, 사제는 신자들을 종용하거나,
어느 누구를 지지한다는 표현을 공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불문율이다. .

하지만 하느님의 백성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불의에 침묵을 지키며 사랑이나 외치는 것도
그릇 된 태도이자 비겁한 행위이다.
정치적 문제가 곧 백성의 문제와 연결이 된다면 교회는 해결을 위해 앞장 서야 한다.
착각해서는 안 된다.
교회가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선과 악을 구별하고 선을 위해 악과 싸우는 것이다.

복음적인 기준으로 식별해야만 한다.
교회는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회의 사명 역시 세상 안에서 완수해야 할 하느님의 명령이다.
교회의 구성원도 교회가 싸워야 할 악도 세상에 존재한다.
기도하는 사제가 불의에 침묵을 지킨다는 것은 거짓이다.
하느님의 사랑, 이웃의 사랑을 말하면서 사회정의를 외면한다면 그것 역시 거짓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피리를 불어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라고 하시며 안타까움을 드러내신다.
어쩌면 이런 모습을 보이고 마는 것이 우리 인간 사회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늘 악은 선을 없애려 할 것이고, 폭력을 휘두를 것이다.
악이 있는 한 사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개인적으로 취향이 맞던 그렇지 않던 악과 대결해야만 한다.
쉽게 넘어질 수 있는 약한 인간임을 인정하면서 말이다.

사제의 양심의 기준은 복음이다.
모두가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복음적이지 않을 때는 반대를 각오하고 소리를 내야 한다.
“당신들이 틀렸다”고 말이다.
그 말에 대한 결과가 어떤 식으로 흐르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옳은 것을 위해 옳은 것을 해야 하는 소명 때문이다.
이를 순교 영성(殉敎 靈性)이라 한다.

여야 모두 정치라는 권력구조 안에 있는 이들이 가슴에 담아야 할 문장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역사적 재해석이 나오고 있는 연산군의 말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뿐이다.” (人君所畏者, 史而已)
 
 
하트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