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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순교영성 -사랑, 버림, 십자가, 따름, 날마다- 2013.9.20 금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9-20 조회수378 추천수2 반대(0) 신고

2013.9.20 금요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지혜3,1-9 로마8,31ㄴ-39 루카9,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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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영성

-사랑, 버림, 십자가, 따름, 날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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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순교영성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순교자들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란 말도 있듯이

천주교와 순교를 떼어 생각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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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기의 교회는 순교영성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순교를 갈망했던 신자들이었습니다.

이런 순교에 대한 갈망이 사막을 찾게 했고

순교자들의 후예가 되어 순교적 삶을 살았던 사막의 수도승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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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영성은 기리라 있는 게 아니라 살라고 있습니다.

순교영성은 값싼 영성도, 비상한 영성도 아닙니다.

아니 값싼 은총이 없듯이 값싼 순교영성이 아니라 값비싼 순교영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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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씨 뿌리던 사람들이 기쁨으로 곡식 단 거두오리다.”

화답송 후렴처럼 눈물로 씨 뿌리는 삶 있어 값비싼 기쁨의 곡식 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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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순교자들이여, 영원토록 주님을 찬미하라.”

아침성무일도 두 번째 후렴입니다.

시련과 고난의 순교적 삶 중에 터져 나오는 값비싼 찬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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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일 때 마다 ‘주님을 찬미하라.’ 부르는 다니엘과 두 청년의 찬미가 역시

시련의 불가마 속에 터져 나온 값비싼 찬미였습니다.

“나 때문에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주님 사랑 때문에 목숨을 잃음으로 목숨을 얻는 값비싼 순교영성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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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이 빠진 영성은 모두가 값싼 가짜 영성일 뿐입니다.

모든 영성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순교영성입니다.

오늘은 순교영성의 다섯 측면에 걸친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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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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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를 잃고 삶의 동력을 잃었다는 어느 형제의 고백이 생각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 하느님의 사랑이 진정 ‘삶의 동력’입니다.

무엇보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하는 것입니다.

이래야 삶의 동력도 고갈되지 않습니다.

바오로의 사랑의 고백은 늘 들어도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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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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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절불굴의 삶의 동력은 바로 이런 하느님의 사랑에 뿌리내릴 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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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버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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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버리는 일입니다.

이보다 중요하고 본질적이며 힘든 일도 없습니다.

삶의 동력인 하느님의 사랑이 자발적으로 자기를 버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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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아는 것이 겸손이요 지혜입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자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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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자기를 버리는, 비우는 여정에 충실할 때

무지는 지혜로, 탐욕은 무욕으로, 교만은 겸손으로 바뀌어

집회서의 의인들처럼 주님 안에서 평화를 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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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십자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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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십자가를 지는 일입니다.

세상에 제 십자가 없는 사람 없습니다.

어찌 보면 내 존재 자체가 십자가입니다.

그러니 내 주어진 운명의, 책임의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비교할 것도 비관할 것도 부정할 것도 없이

기꺼이 제 십자가를 질 때 비로소 사람이요 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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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십자가를 피할 수도 없거니와 피하거나 내려놓을 때 구원은 없습니다.

세 십자가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지고 갈 수 있는 힘 역시

하느님의 사랑에서 나옵니다.

하여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십자가를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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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따름입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삶은 안주가 아닌 주님을 따르는 역동적 여정입니다.

주님 방향을 잃어버릴 때 방황이요 혼란한 삶입니다.

사랑하는 주님을 바라보며 따를 때 샘솟는 사랑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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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을 신뢰하는 이들은 진리를 깨닫고,

주님을 믿는 이들은 그분과 함께 사랑 속에 삽니다.

주님을 믿고 신뢰하여 주님을 따를 때

은총과 자비가 주어지고 주님의 진리와 사랑이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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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날마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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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란 말마디가 고맙습니다.

죽을 때까지 평생여정이 십자가의 길입니다.

얼마만으로 끝나는 여정이 아닙니다.

우보천리, 늘 초심의 자세로 새롭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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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영성에 첩경이나 지름길은, 요령이나 비약, 도약은 없습니다.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우직한, 거룩한 바보(?)의 길만이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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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거나 해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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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목숨을 살리는 구원의 길은 오직 하나만 있을 뿐입니다.

날마다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길뿐입니다.

하여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항구히 따를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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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永遠)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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