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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땅은 순교자들의 땅, 우리는 순교자들의 후손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13-09-21 조회수670 추천수11 반대(0) 신고

 

이 땅은 순교자들의 땅, 우리는 순교자들의 후손

순교는 한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은총입니다. 순교자는 자신의 순교를 통해 또 다른 예수 그리스도가 되기 때문에 제2의 예수 그리스도로 불리게 됩니다. 인간이 하느님화되는 것이 순교인 것입니다.

신앙심이 활활 불타오르던 젊은 시절, 저는 기회만 닿으면 순교해야지.’ 하고 마음 먹었습니다. 어디 가든 어디 순교할 기회가 없나?’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녔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순교할 기회는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습니다. 당장이라도 순교를 하려고 했지만 시대가 저를 받쳐주지 않았습니다.

그때 저는 한 가지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꼭 피를 흘려야만 순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진리입니다. 신유박해나 기해박해가 없는 지금 이 시대, 하느님께서 제게 바라시는 순교는 피를 흘리는 적색 순교가 아니라 매일의 고통과 십자가를 기쁘게 지고 가는 백색 순교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순교할 각오로 현실의 고통에 직면하는 일입니다. 죽기 살기로 열심히 기도하는 일입니다. 순교자의 마음으로 정말 용서하기 힘든 사람을 다시 한 번 용서하고 포용하는 일입니다.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이다.’ 라고 외치며 하루하루를 불꽃처럼 살아가는 일이야말로 순교영성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순교자 성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각 본당이나 단체에서는 또 다시 연례행사처럼 성지순례가 이어질 것입니다. 수많은 순교자들을 배출한 순교의 땅인 우리나라입니다. 순교라는 말을 떼어놓고 우리 한국 교회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몸속에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뜨거운 순교자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 안에는 순교 영성이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순교자 성월을 맞아 한국 교회의 순교자들이 남긴 사랑의 향기를 맡기 위한 성지순례는 첫째가는 의무요 과제입니다.

성지순례는 친목을 위한 여행이나 관광과는 차별화된 떠남입니다. 성지는 순교자들에게 베푸신 하느님의 놀라운 은총을 발견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아직도 하느님의 현존이 가득 차 있는 장소입니다. 우리는 그 장소를 찾아가 순교자들을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하느님을 느껴야 합니다. 순교자들의 견고한 신앙에 지난 내 삶을 비추어보며 내 삶의 질서를 다시 한 번 세워야 합니다. 이렇게 하느님 안에서 회개와 성찰, 그리고 쇄신과 거듭남의 작업이 성지순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성지순례의 성패는 사전 준비에 따라 좌우됩니다. 아는 만큼 더 많이 보이고 더 많이 사랑할 수 있습니다. 어떤 성지를 가는지, 어떤 사연이 깃든 성지인지도 모르고 버스에 올라탈 때와 방문하게 될 성지에 대한 사전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순례 길에 오를 때의 차이는 극명할 것입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 한 가지, 참다운 성지순례는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귀향길에서 새롭게 시작됩니다. 그리고 순례자 개개인의 일상생활 안에서 완결될 것입니다. 우리가 성지를 순례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 동참하고 피를 흘려 그리스도를 증거했던 성인들의 삶을 본받기 위해서입니다. 성지순례를 통해 우리는 또 다른 순교자가 되어 일상생활 안에서 순교영성을 살아내는 노력을 지속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삶의 자리를 또 다른 순교성지로 변화시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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