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9-24 조회수440 추천수2 반대(0)

어제는 아버님을 모신 비봉추모관엘 다녀왔습니다. 추석이 지나서인지 추모관에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가는 길도 막히지 않았습니다. 작년에는 추석 당일에 갔었는데 길도 많이 막히고, 사람들도 많아서 조용히 기도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추석 당일에는 가족들과 함께 어머니가 계신 집에서 미사와 연도를 드리고, 며칠 후에 추모관에 가서 기도를 드리니 그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았습니다. 길가에 핀 빨간 코스모스와 어느덧 노랗게 익어가는 벼를 보니 가을은 이미 곁에 와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읽은 글이 떠오릅니다.

가을에는 풀잎도 떨고 있습니다.

끝내 말없이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기 때문입니다.

바람은 텅 빈 들에서 붉은 휘파람을 불며 떠나는 연습을 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가을을 좋아합니다.

누군가 따뜻한 손을 잡아줄 사람을

만날 것 같은 느낌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제로 지내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잘나고, 능력이 있어서 도와주신 것이 아닙니다. 제가 불쌍하고 가난해서 도와주신 것도 아닙니다. 제가 가는 길이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는 것 같았기 때문에 도와주신 것입니다. 꾸루실료를 함께하신 동기 분들은 21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만나고 있습니다. 저를 위해서 기도를 해 주시는 분들입니다. 캐나다에 있을 때는 교포 신자 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습니다. 차량도 마련해 주셨고, 한국 음식도 만들어 주셨습니다. 본당에서 사목을 할 때는 정말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제게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런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행복했고, 즐거웠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모두들 제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안 도현님의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또 다른 말도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는 거라네

해야 할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 것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군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누군가를 위해서 연탄 한 장과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바로 예수님의 형제요 자매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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