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나는 은과 금이 없소."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09-24 조회수758 추천수9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병자들을
 
고쳐주라고 제자들을 보내셨다. >


복음: 루카 9,1-6





예수를 무덤에 안장함


카라바죠 작, (1602-1603),  바티칸 박물관 회화관


     < "나는 은과 금이 없소." >

             

교황 인노센트 4세와 토마스 아퀴나스가 교황청의 발코니에 있었을 때였습니다. 그 때 교황청으로 돈 주머니가 수송되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것을 본 교황은 저기 봐요. 이제는 금과 은은 내게 없노라고 교회가 말하던 그런 시대는 지나갔소.” 그러자 아퀴나스가 이를 받아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앉은뱅이더러 일어나 걸으라고 교회가 말할 수 있던 시대도 지나갔습니다.”

 

이 이야기는 베드로가 교회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첫 기적을 행한 것을 알아야 이해가 됩니다. 사도행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베드로와 요한에 성전에 예배하러 갈 때 한 병자가 적선을 청합니다. 그 때 베드로가 대답합니다.

나는 은과 금이 없소. 그러나 주 예수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시오.”

이 말은 베드로가 교회의 수장이요 대표로서 교회의 본질이 어때야 하는지를 가르쳐줍니다. 즉 교회는 재물이 없어야, 영적인 기적의 힘이 흘러넘친다는 뜻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마귀를 쫓아내고 병자를 고쳐주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절대 아무 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십니다. 금과 은은 물론이요 여행 보따리도 빵도 여벌옷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십니다. 왜냐하면 영과 육은 서로 반대기 때문에, 육을 만족시키는 것을 챙기다보면 자동적으로 영적인 힘은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베드로에게 금과 은이 있었다면 적선을 하면 했지, 동시에 기적을 행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성 도미니코의 생애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고 합니다. 도미니코가 살았던 12, 13세기 프랑스 남부에는 많은 이단들이 창궐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그 이단들을 물리치기 위해 수많은 사제와 수도자들을 파견하여 그들의 그릇된 교리에 맞섰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교회의 정통교리를 가르치고 있는 사제들의 말은 잘 듣지 않고 이단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단의 그릇된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이들의 삶은 가난했지만, 반면 이단에 반대하여 교회의 정통 가르침을 설교하던 이들은 말을 타고 시종들을 거느리고 다녔던 것입니다. 중세 때의 교회의 권위와 부는 하늘을 찔렀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 설교의 내용이 정통이든 이단이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들의 가난한 삶을 공감하는 가난한 이단들이 가르치는 것을 더 잘 흡수했던 것입니다.

그때 성 도미니코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삶의 증거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걸어서 돌아다니고 탁발로 생활하며 설교를 시작했고, 그런 정신을 지닌 수도회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런 면에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분이신 것 같습니다. 그분은 교황으로 당선된 뒤에도 버스를 타시기도 하시고, 광장에 나가 스스럼없이 사람을 만나시며, 소외된 자를 먼저 찾아 발에 입 맞추십니다. 그리고 마피아의 돈세탁장이라는 바티칸 은행을 개혁하시고자 하시며, 당신은 관저가 아닌 바티칸 내의 호텔에 머무신다고 하십니다. 이런 그분의 가난함과 소탈함, 그리고 겸손함은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까지도 큰 호감을 주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아르헨티나는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합법화하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인 나라에서 이런 법이 통과한 것은 추기경을 비롯한 모든 성직자와 수도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습니다. 당시 아르헨티나의 추기경님은 현 교황님이셨습니다. 이에 추기경님은 나라의 결정에 한 치도 물러나지 않으며 그런 나라에서 나오는 돈은 받지 않겠다면 모든 지원을 거절하셨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당신 자신은 물론 다른 사제들까지 큰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추기경님이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계셨다면 당당히 가톨릭 교리와 어긋나는 법을 통과시킨 나라의 보조금을 거부하실 수 있으셨을까요? 어쩔 수 없이 세상과 타협할 수밖에 없으셨을 것입니다. 이것이 가난에서 나오는 영적인 힘인 것 같습니다. 지금도 교황님은 그 가난함 때문에 정의롭지 않음과 타협하지 않으려 하시고, 또 그 가난함을 잃을까봐 두려워하시는 것입니다.

 

가난은 예수님만 있으면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다는 믿음의 증거입니다. 사제가 제물을 쫓는다면 영적인 것을 포기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가난해야 하는 것이 너무 당연해서 교구사제들이 가난서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할 때 아무 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저부터라도 이 가난이 예수님으로부터 파견 받은 증거가 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오산 성당 홈페이지: http://cafe.daum.net/ca-osan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