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하늘에 기록된 라자로의 이름/신앙의 해[3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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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 작성일2013-09-29 | 조회수418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그림 : 전주 교구 나바위 성당
어떤 부자가 있었다. 그가 신앙생활은 잘하였는지, 다른 이들과는 관계가 어느 정도는 원만하였는지, 그의 성격이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단다. 그리고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가 있었다. 그의 몸은 종기투성이고,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음식으로 배를 채웠고, 개들까지 와서 그의 종기를 핥곤 하였다. 두 사람은 그렇게 살다가 죽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죽음 뒤의 그 부자와 라자로 그 둘의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각자가 살아온 이승의 삶 결과에 따라 주님이 배려하신 결과이리라. 흔히들 세상은 갈수록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커진다고 개탄한다. 가난한 이들은 자꾸만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점점 더 부유해져 간다는 거다. 그러나 주님은 이 세상의 길고 길다는 이런 삶이라는 게, 실은 정말 잠깐이기에 그리 부러워하거나 절망할 필요가 없단다.
사실 라자로라는 이름은 ‘도움 받은 자’로 누가 뭐래도 인간 막장까지 간 거지였다. 그는 부잣집 대문 앞에서 식탁의 온갖 찌꺼기로 연명하기만을 바랐다. 몸에는 상처투성이로 개들이 핥았다고 하니 개보다 못한 비참하기 짝이 없는 처지였다. 어쩜 개보다 잔인하기 그지없는 그 주인의 무관심으로 대문 앞에 버젓이 버려져 있었다.
사후 모습이 거지 라자로와는 달리, 부자는 무척이나 억울할 게다. 생전에 별로 잘못한 것이 없는데, 이젠 마실 물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이니. 부자는 그저 죄짓지 않고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온갖 좋은 것은 다 누렸다. 주님의 사랑과 진리는 물론이거니와, 버려진 이의 삶 또한 그분께서 주신 고귀함을 미처 깨닫지를 못했다.
사실 현실의 삶이 저세상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죽음 저쪽의 사정은 라자로는 복된 이의 대열에 들어 그 이름은 하늘 나라에 기록되었지만 부자는 고통의 나락에 떨어졌다. 부자는 나쁜 짓을 많이 저질렀고, 라자로는 착한 일을 하여서가 아니다. 부자는 이웃의 가난한 이들을 돌보지 않았다. 하느님은 가난한 이들을 그 누구도 외면하지 말랬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도 종말에는 반드시 심판받아야 함을 믿어야 할 게다. ‘이승의 이 신분이 저승에서도 보장되겠지.’라는 건 착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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