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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행복한 삶 -끊임없는 회개의 삶- 2013.9.29 연중 제26주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9-29 조회수514 추천수3 반대(0) 신고

2013.9.29 연중 제26주일, 아모6,1ㄱㄴ.4-7 1티모6,11ㄱㄷ-16 루카16,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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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 -끊임없는 회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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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입니까? 지긋지긋한 삶입니까?

누구나 좋은 삶을 살고 싶어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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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읽은 구절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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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바로 좋은 삶이다.

좋은 삶이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이 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삶 또는 바람직한 삶”으로

7가지 기본재(basic goods)를 누리는 삶이다.

구체적으로 건강, 안전, 존중, 개성, 자연과의 조화, 우정, 여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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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7가지 기본재가 갖춰진 좋은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요.

철학자의 합당한 결론입니다만

제가 볼 때는

가장 중요한 것, 바로 초월을 향한 욕구 충족이, 하느님 추구가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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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가 다 갖춰져 있다고 행복한 삶일까요?

삶의 탐욕과 허무와 무의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7가지 기본재로 좋은 삶은 될 수 있겠지만 행복한 삶은 힘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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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 아뢰옵니다. “당신의 나의 주님, 당신만이 나의 행복입니다.’

시편의 고백처럼 하느님 없이는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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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 중 십자로 중앙, ‘예수님 부활 상’ 아래

피정 오는 자매들을 위한 안내 글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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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시오 디비나 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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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판에 노란 글씨의 ‘렉시오’, 옅은 주황색 글씨의 ‘디비나’,

검정 화살표 끝에 노란 ‘해바라기꽃’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하느님 말씀 공부인 ‘렉시오 디비나’를 통해 하느님을 만날 때

행복한 ‘해(주)바라기꽃’같은 삶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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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말씀을 통해 좋은 삶을 넘어 행복한 삶에 대해 묵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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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행복한 삶은 하늘(하느님) 향해 활짝 열린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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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면에서 외관상 행복해 보이는 복음의 부자는 실상 불행한 삶이었습니다.

우선 열어야 할 문이 하느님 향한 하늘 문입니다.

하늘 문 열라고 어디서나 눈 들면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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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초월을 향한 인간이기에

하늘 문이 닫혀 있을 때, 하늘이신 하느님을 잊고 살 때

결코 행복과 자유는 없습니다.

세상 부에, 권력에, 탐욕에 중독될 때 저절로 잊게 되는 하늘이신 하느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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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의 부자를 보십시오.

완전히 부에 중독된 삶,

하느님 대신 맘몬 우상이 그 삶의 중심에 자리 잡은 형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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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분명 영원히 이렇게 살 것이라 착각했음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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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위로의 하늘이신 하느님과 단절된 삶입니다.

부에 중독된 삶, 하느님 대신 맘몬 우상이 그 삶의 중심에 자리 잡은 형상입니다.

아모스가 지탄하는 부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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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여라.

시온에서 걱정 없이 사는 자들, 사마리아 산에서 마음 놓고 사는 자들!

…이제 그들이 맨 먼저 사로잡혀 끌려가리니,

비스듬히 누운 자들의 흥청거림도 끝장나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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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 무관심한 부자들에 대한 불행선언에 이어 불행스런 결과를 예언하는

아모스입니다.

하느님과의 단절과 불통이 바로 죄입니다.

단절과 불통의 상태가 바로 지옥입니다.

바로 건널 수 없는 큰 구렁이 상징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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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로 사이뿐 아니라 하느님과의 구렁도 깊었던 부자였습니다.

하여 우리 수도자들은 ‘기도하고 일하라’는 모토대로

새벽성무일도로 하늘 문을 열고 하느님과 연결과 소통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하느님과 연결되고 소통이 되어야 행복한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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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부른 화답송 후렴의 찬양을 통해 활짝 열린 하늘 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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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아 하느님 찬양하라.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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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하늘 문을 활짝 열고 하느님과의 소통이 바로 회개입니다.

회개에 이어 찬미와 감사로 하느님과 우리의 구렁도 메워져 원활한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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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하느님 향해 활짝 열린 하늘 문입니까?

하여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첫째 계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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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행복한 삶은 이웃을 향해 활짝 열린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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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부자는

위의 하늘이신 하느님에 이어 옆으로의 이웃에도 단절과 불통의 삶이었습니다.

위문 옆문이 완전히 닫힌 삶입니다.

어떤 부자와 그의 집 대문 앞 거지 라자로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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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죄는 무엇입니까?

무관심입니다.

라자로에 아예 관심이 없습니다.

측은지심이 있어 사람인데 완전히 무감각한 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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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부자에게는 거지 라자로는 사람도 아녔을 것입니다.

위치상으로는 가까운 거리지만 그 단절과 불통은 너무 크고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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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부자에게 라자로는 회개와 구원의 표지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부자와 거지라자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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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이름이 없는 무명의 사람이지만 거지는 라자로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도우신다.’라는 라자로의 이름 뜻이 참 심오합니다.

하느님이 도우시는 가난한 사람들에 관심을 기울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과 나눔만이 상생의 길이요 하늘에 보물에 쌓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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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거지 라자로,

위치상으로는 가까운 거리지만 그 단절과 불통은 너무 크고 깊습니다.

오늘 날 점점 커져가는 빈부의 격차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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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안에 분열로 인한 크고 작은 단절과 불통의 구렁은 얼마나 많은지요.

남과 북, 영남과 호남, 여당과 야당, 강남과 강북, 좌파와 우파,

배운 자와 배우지 못한 자, 있는 자와 없는 자 등 다양한 구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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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둘째 번 계명입니다.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바로 회개입니다.

어려운 이들과 나누는 것이 회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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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야 단절의 구렁도 메워집니다.

죽으면 단절의 구렁도 더 이상 어쩔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다시피

라자로와 부자의 큰 구렁은 사후에도 여전히 계속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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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는 회개와 나눔으로 이웃과의 구렁을 메우는 것이 제일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하느님 향한 위문에 이어 이웃을 향한 옆문도 활짝 열려있는지요. 앞문은 세상의 이웃에 뒷문은 사막의 하느님께 활짝 열린 삶일 때

비로소 행복한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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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행복한 삶은 자기에게 활짝 열린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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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평생 물어야 하는 화두 같은 질문입니다.

끝없는 자기 탐구입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참 나를 살 때 행복한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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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하기 위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람이 되기 위해 세상에 왔습니다.

평생 공부가 참 나의 사람이 되는 공부입니다.

사실 옛날 공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 사람이 되는 공부였습니다.

군자를, 성인을 목표로 한 공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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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 탐욕의 구렁, 탐욕의 장벽에 자기를 잃고 사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이를 일컬어 영혼이 없는 삶이라 합니다.

참 나를 살지 못하고

가면을 쓰고 거짓 나에 갇혀 수인이 되어 참 나를 살지 못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바로 오늘 복음의 부자가 그러합니다.

완전히 영혼을 잃어버린 삶이요

라자로와의 큰 구렁뿐 아니라 참 나 사이에도 큰 구렁이 있음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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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아무리 물어도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사람이 물음이라면 하느님은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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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을 찾을 때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참 나의 발견입니다.

이래서 하느님께 돌아가는 회개가 제일입니다.

하느님께 가까워질수록 참 나에 가까워지기 때문입니다.

회개와 더불어

하느님과 구렁도, 참 나 사이의 구렁도 서서히 메워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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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오늘 복음의 부자는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 불행한 사람입니다.

사후의 모습을 보면 더욱 분명히 들어납니다.

흡사 복음의 부자의 처지가 고립무원의, 고립단절의 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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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하느님과 단절되었고, 옆으로 이웃과 단절되었고, 참 나와도 단절되었습니다.

바로 이게 지옥이요 자기가 자초한 화입니다.

하여 끊임없는 회개가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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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위로 하느님 향한 하늘 문은, 옆으로 이웃 향한 문은, 참 나를 향한 문은

활짝 열려 있는지요?

위의 하느님과 옆의 이웃, 그리고 내 안의 참 나로 활짝 열려

하나로 연결, 소통되어 살 때

비로소 행복한 삶이요,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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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여러분 모두에게 당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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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사람들인 여러분,

의로움과 신심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추구하십시오.

믿음을 위하여 훌륭히 싸워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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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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