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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04 조회수432 추천수1 반대(0)

저의 방에는 서랍장들이 많이 있습니다. 서랍장들이 있어서 물건들을 잘 정리 할 수 있고, 필요할 때는 꺼내서 쓸 수 있습니다. 서랍장들 중에 어떤 것들은 매일 열게 됩니다. 매일 갈아입는 속옷과 양발 서랍입니다. 며칠에 한번은 여는 것들도 있습니다. 옷장입니다. 약이 들어있는 서랍, 여행 용품이 있는 서랍, 전자 제품이 있는 서랍, 앨범이 있는 서랍, 강론자료가 있는 서랍이 있습니다. 어떤 서랍은 1년에 한번 열어보는 것도 있습니다. 어떤 서랍은 새로운 곳으로 떠날 때 열어보는 것도 있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것들은 어디에 있는지 쉽게 알지만, 어쩌다 쓰는 것들은 이곳저곳 열어본 후에야 찾곤 합니다 

서랍들은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충실하게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너무 자주 연다고 불평을 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열어본다고 원망을 하지도 않습니다. ‘닫는다고 화를 낸 적도 없습니다. 잘 열리지 않는 서랍에게 화를 내도, 서랍은 그것이 마치 자신의 잘못인양 아무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새벽에 나를 위해서 기꺼이 문을 열어주는 서랍들이 고맙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오늘 축일로 지내는 프란치스코 성인은 하느님 앞에 어쩌면 그런 서랍과 같은 삶을 사셨습니다.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 지내던 젊은 날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란치스코는 또 다른 삶이 있음을 깨닫습니다. 초라한 허물어져가는 집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십자가의 주님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지만 세상을 구하셨습니다. 철저한 수난과 고통, 좌절과 실패였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런 비움이 세상의 빛이 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예수님의 그런 삶을 따라 살았습니다. ‘비움, 나눔, 가난, 고통,’의 삶을 사셨습니다. 가난의 삶을 살았던 프란치스코는, 주님 고통을 온 몸으로 느꼈던 프란치스코는 교회의 기둥이 되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어느 날 꿈에 무너져가는 교회를 다시 세우는 사람의 꿈을 꾸었는데, 그 모습이 바로 프란치스코의 얼굴과 같았다고 합니다. 

2000년 전의 어느 묘비명에 이런 글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릴 때는 예의를 가르쳐라.

젊을 때는 열정을 가져라.

성인이 되어서는 공평함을 가져라.

노인이 되어서는 조언을 하여라.

죽을 때는 후회하지 않도록 하여라. 

그 내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늘 그 글의 내용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어릴 때는 예의를 가르치십시오. 아이가 경쟁과 능력을 배우기 전에 사람에 대한, 세상에 대한, 자연에 대한 예의를 배운다면 그 아이는 훌륭한 인격자가 될 수 있습니다. 청년이 되어서는 열정을 가지십시오. 비록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단 한번 살다가 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입니다. 불꽃처럼, 바람처럼 정열적으로 자유롭게 살아야 합니다.

장년이 되어서는 공평하게 사십시오. 편견과 욕심은 사람을 추하게 만들기 마련입니다. 나이로, 학력으로, 재산으로, 능력으로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들판의 꽃들이 저마다 아름답게 하느님을 찬양하듯이, 우리 모두는 각자의 모습대로 하느님의 사랑받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선한 사람에게나, 악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리시고, 해를 비추어 주십니다. 노인이 되어서는 조언을 하십시오. 강물이 흘러서 바다로 가듯이, 노인이 되어서는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상을 살면서 느꼈던 것들, 경험을 젊은이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세상을 떠날 때는 후회하지 말아야 합니다. 예의를 배우고, 열정적으로 자유롭게 살았다면. 차별 없이 세상 모든 것을 똑같은 마음으로 사랑을 하였다면, 물러날 때를 알고 삶의 지혜를 나누었다면 우리는 세상을 떠날 때 소풍가듯이 편안한 마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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