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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2013년10월5일 연중 제 26주간 토요일 복음묵상)
작성자신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05 조회수561 추천수6 반대(0) 신고

 
2013년10월5일 연중 제 26주간 토요일 복음묵상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루카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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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TV를 켰다.
S방송사의 ‘궁금한 이야기’라는 프로가 방송되고 있었고, 그 중 한 내용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느 홀트 복지 센터에 살고 있는 중증 장애자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 중 성별과 연령의 차이를 떠나서, 28명으로 구성된 ‘영혼의 소리’라는 합창단이 그 주인공이다.
말 그대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는 다양했고, 두 개 이상의 장애를 지닌 중증 장애인들이다.
몇 명의 클로즈업된 이들의 소개와 함께 방송은 진행되고 있었다.
제일 먼저 클로즈업된 주인공은 ‘우유빛깔 대영이 형님’이라고 불리는 지적 장애와 백색 증후군 장애(Albino syndrome)를 가지고 있는 54세의 위암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이하고 상관없이 지능은 일곱 살 어린아이 정도...
그는 네 살 때 부모로부터 길거리에 버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항암 치료의 고통 중에서도 성하지 못한 몸으로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것을 삶의 이유로 여겨질 정도로 열심인 모습이다. 합창 연습이 있는 날은 몇 시간 전부터 몸도 마음도 바빠진다. 작은 화분을 합창 연습장으로 소중히 들고 간다. 그리고 지휘자에게 내민다.
한 번도 힘들거나 아프다고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를 지켜보던 한 여인은 그에게 있어서 노래는 전부인 것 같다고 말한다.
그 다음에 소개된 친구는 ‘연옥’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다운 증후군의 아가씨이다. 합창단에 들어가기 위해서 10년간 오디션을 보았고 끝내 단원이 되었다고 한다.
모든 것이 어눌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에 선생님의 특별 과외도 지속되지만 그저 행복한 얼굴로 최선을 다해 안 되는 발음으로 노래를 연습한다.
세 번째 소개된 이는 ‘혜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뇌병변 일급 장애자의 여성이었다. 몸은 마비로 인해 제대로 가눌 수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었지만, 일반인 지능을 가지고 있는 여인이다. 그래서 자신의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고 한다. 12살의 어린 나이에 스스로 고아원에 보내달라고 할 정도로 자신의 처지에 대해 비관적이었던 아이였다고 한다. 그러던 그녀가 합창단의 일원이 되었고 잘 움직여지지 않는 입을 벌려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왜 그렇게도 노래가 좋으냐는 질문에 혜영씨는 부끄러운 듯 힘들게 대답한다.
“합창을 할 때는 ‘해냈다’라는 기쁨이 있어요.”라고.
해냈다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기쁨보다 더 기쁜 거라고 한다.
그리고 또 한 마디의 전율을 느끼게 하는 말을 이어간다.
“노래할 때는 특이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예요.”

드디어 합창대회가 열렸고 그들의 노래를 듣는다.
울컥하는 마음을 자제할 수 없었다.
방송 제목처럼 불협화음의 특별한 합창이었지만, 그 어느 화음보다도 감동적인 무대였다.
노래와 함께, 가사의 자막이 눈에 들어온다.
열심히 자판을 두드려 본다.

“똑바로 보고 싶어요, 주님, 온전한 눈빛으로.
똑바로 걷고 싶어요, 주님, 곁눈질 하기 싫어요.
하지만, 내 모습은 온전치 않아
세상이 보는 눈은
마치 날 죄인처럼 멀리하며 외면을 하네요.
주님, 이 작은 자를 통하여
어디에 쓰시려고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만들어 놓으셨나요?
… … …
가식뿐인 세상 속에 밀알로 썩게 하소서.”

처음 들어보는 노래인 것을 보니 아마도 개신교의 복음성가가 아닐까 싶다.
그들이 부르기에 합창단 이름처럼 ‘영혼의 소리’로 가슴을 파고 들어왔다.

천사의 얼굴들이었다.
해맑은 눈동자와 웃음, 장애를 이겨내려는 힘겨운 싸움, 모두가 내 자신을 부끄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가진 것이 너무 많아 이들이 보여준 행복한 아름다움을 흉내 낼 수조차 없는 지도 모르겠다.

오늘 복음 말씀을 떠올려본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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