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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7주일(군인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06 조회수498 추천수2 반대(0)

오늘은 군인주일입니다. 군 사목을 하는 분들과, 군인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날입니다. ‘13660791’은 저의 군번입니다. 제가 19861월에 논산 훈련소에 입대했을 때, 제게 주어진 번호입니다. 제가 논산훈련소를 거쳐서 군인이 된 것은 천삼백만 명이 지난 다음이라는 뜻입니다. 3년 동안 20만 명이 훈련소에 입대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군번이 20만 번이 차이가 나면 제대할 때가 가까워지는 거라 이야기를 했습니다. 남자들은 술자리에서 마지막으로 하는 이야기가 군대이야기라고 합니다. 군대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고도 합니다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안양의 몰악산으로 유격훈련을 갔었습니다. 유격훈련의 꽃은 피티체조입니다. 함께 구령을 맞추어서 체조를 하는데, 조교가 10번이라고 하면 마지막 10번째는 구호를 외치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꼭 한 두 명이 마지막 구호를 외치고, 그래서 체조는 횟수가 배가 되고 다시금 휴식 시간도 없이 체조를 해야 합니다. 조교들이 유격 훈련을 받기 전에 체조를 시키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의 정신이 긴장을 해야 하고, 체조를 통해서 몸은 유연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유격 훈련은 위험하기 때문에 자칫 긴장을 풀면, 몸이 굳으면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이런 말들을 하곤 하였습니다. 면제를 받은 사람은 신의 아들이라 불렀고, 18개월 방위를 받는 사람은 사람의 아들이라고 불렀고, 30개월 현역으로 입대하는 사람은 어둠의 자식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만큼 군 생활은 따분하고, 힘들고,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정당한 사유가 있어서 군 면제를 받은 사람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군 생활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3년간의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서 부당한 방법으로 군 면제를 받았다면 잘못입니다 

오늘 성서 말씀의 주제는 성실함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 늦어지는 듯 하더라, 너는 기다려라. 그것은 오고야 만다, 지체하지 않는다. 보라, 뻔뻔스러운 자를. 그의 정신은 바르지 않다. 그러나 의인은 성실함으로 산다.” 처음 군대 생활을 할 때 3년이 언제 갈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가고 제대하는 날은 오기 마련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똑 같은 시간을 선물로 주십니다. 어떤 분은 그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여 보람 있게 사용합니다. 그러나 어떤 분은 그 시간을 낭비하여, 흘려보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시간이라는 선물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우리들의 선택입니다. 물론 선택의 결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군 생활 중에 틈틈이 영어공부를 했습니다. 그것이 씨앗이 되어서 제대를 한 후에는 돈 보스코 센터에서 외국 분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고, 신학교 복학 후에는 성체대회 통역봉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제가 된 후에는 필리핀에 소공동체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캐나다에 연수를 2년간 다녀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군에서 시간을 아껴서 영어 공부를 한 것이 제게는 큰 결실이 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주님 저희에게 믿음을 더 주십시오!’라고 청하였습니다. 밥을 청한 것도 아니고, 재물을 청한 것도 아니고, 높은 자리를 청한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강한 믿음을 청하였습니다. 제자들은 가족들을 떠났고, 생업을 포기하였으며,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기에 강한 믿음을 청했는지 모릅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돌 무화과나무더뽑혀서 바다에 심겨라.’ 하더라도, 그것이 너희에게 복종할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실함과 믿음은 신앙생활의 두 날개입니다. 믿음은 하느님과의 거래가 아니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삼국지에서 제갈 공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하였습니다.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뜻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십니다. ‘성실함과 믿음은 우리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니, 성령의 도움을 청하라고 합니다. 성령께서 함께 하시면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고, 고난도 참을 수 있다고 말을 합니다. “우리 안에 머무르시는 성령의 도움으로, 그대가 맡은 그 훌륭한 것을 지키십시오.” 

10월의 첫 번째 주일입니다. 성령의 도움을 청하며, 성실함과 믿음으로 신앙의 알찬 열매를 맺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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