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2013년10월7일 연중 제 27주간 월요일 복음묵상)
작성자신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07 조회수543 추천수7 반대(0) 신고

 
2013년10월7일 연중 제 27주간 월요일 복음묵상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루카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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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초등학교) 5학년 때로 기억한다.
도심 한가운데 살다가 도심에서 이십여 킬로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50여 가구 남짓한 똑 같은 모양을 한 새로 지어진 집들이 모여있는 마을이었다.
주변에는 맑은 개울도 흐르고 과수원과 논과 밭도 쉽게 보이는 곳이었다.

그 동네에는 작고 예쁜 예배당이 하나 있었다.
천주교 신자는 우리 집안뿐이었고, 거의 모든 동네 친구들은 예배당에 다니고 있었다.
주일이면 가족들과 제법 떨어진 곳에 있는 성당이나 수도원 미사를 참례했지만,
평일에는 친구들과 함께 예배당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목사님께서는 좋은 아저씨 같은 느낌의 따뜻하고 다정다감한 분이셨다.
아이들이 모이면 늘 먹을 것을 한 광주리에 담아서 내놓고는 하셨다.
여름방학이 되고 아이들과 예배당에 모이는 시간이 늘어났다.
목사님께서 제안을 하신다. 이 번 여름 방학에는 연극을 한 번 해보자고 말이다.
우리는 모두가 좋아라 하며 박수를 쳐댄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내놓으신 대본이 바로 오늘 복음으로 읽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였다.
그리고 목사님께서는 나를 가리키시며, “착한 사마리아인을 대열이가 해주었으면 좋겠구나.” 라는 제안을 하신다.
모두들 열심히 해서 멋진 연극을 만들어보자는 말씀을 덧붙이신다.
얼떨결에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고 말았다.
주인공이 된 것이 싫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각자의 역할에 맞는 대본을 열심히 외워나가며 매일 적당한 자리를 찾아가며 연습을 했다.
발표 날짜가 다가오자 소품을 구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당시야 변변한 소품을 구할 수 있는 상항이 아니었으니, 각자 집에서 포대기나 수건 같은 것을 가져와, 둘둘 감거나 뒤집어 쓰면서 나름대로 그럴 듯 한 분장을 만들어 나아갔다.
드디어 발표 날이 되었고, 예배당으로 온 신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공연을 하였고, 동네 어른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던 것을 기억한다.

이렇게 어린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 하는데 는 이유가 있다.
성서에 나오는 사마리아 지역 사람들은 원래 이스라엘 사람과 같은 민족들이었다.
하지만 빈번한 외세의 침략으로 이방인의 피가 섞이게 되었고,
선민의식을 중요시하던 이스라엘은 사마리아 사람들을 불결한 족속들로 몰아세웠다.
사람들로서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죄인들 취급을 하는 분위기였고 상황이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비유로 사마리아인을 드셨다는 것은 그냥 착한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예수님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특히 정통 신앙을 가지고 열심히 산다고 자처했던 율법학자에게는
상당한 반발을 살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조금의 양심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예수님의 논리를 반박할 수 없었다.
“너는 이 세 사람 가운데에서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

아직도 어린 시절의 목사님의 인자하셨던 얼굴이 떠오른다.
지금 이렇게 가톨릭의 사제로서, 당시 목사님보다도 나이가 많은 삶을 살고 있지만,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대할 때마다 그 목사님이 떠오른다.

모두가 개신교인 아이들 속에서 천주교 신자인 나를 선택하신 그분의 마음,
그리고 아이들에게 미래를 살아감에 있어 절대로 경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시려 ‘착한 사마리안의 비유’를 선택하셨던 그분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어리석음으로 그어놓은 선들, 그 선들 안에서 서로를 적대하며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
이익을 위해서라면 도리도 논리도 없어지고, 언제든지 동료와 적을 바꿀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의 삶의 기준은 선(善)과 옳음(正) 그리고 사랑(愛)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바로 그것이 복음적 아름다움과 행복을 만들어내는 길이기 때문이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거라.”는 말씀에, 옳기 때문에 “예” 하고 따를 수 있는 삶이 행복한 삶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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