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휴일을 맞이해서 오랜만에 제 방의 책상 서랍을 정리했습니다.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서랍을 여는 순간, 거의 쓰레기통을 방불케 하는 서랍의 흩어진 내용물에 깜짝 놀랐거든요. 아마도 필요 없으면 습관적으로 그냥 서랍을 열고 처박아 두다보니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었나 봅니다.

저는 천천히 필요한 것은 챙기고 그렇지 못한 것은 과감하게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구석에 처박혀 있었던 하나의 물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꽤 괜찮은 물건인데 왜 그 동안 사용하지 않았는지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졌지요.

‘내가 이 물건을 왜 사려고 했지?’

‘내가 이 물건을 처음에 어떻게 사용했지?’

그러면서 그 당시에 너무나 좋다는 상품평과 내게 꼭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 구입했음을 기억했습니다. 또 며칠 동안은 이 물건의 좋은 성능에 감탄하면서 사람들에게 자랑까지 했었음을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순간적인 충동구매로 구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바쁜 일 때문에 이 물건의 사용을 소홀히 하게 되었고, 나중에 쓰겠다는 생각으로 잠시 책상 서랍에 넣었다가 어제 우연히 찾은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 둘씩 곱씹어 보니 처음의 좋은 감정을 다시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그냥 버렸으면 어떠했을까요? 이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미워지고 멀리할 때, 처음에 가졌던 만남들을 하나 둘 곱씹어 생각해야 합니다. 분명히 처음의 좋은 감정을 다시금 간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알게 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사랑’입니다. 그리고 이 사랑의 실천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해야 함을 많이 듣습니다. 문제는 세상의 일들을 내세워서 항상 사랑이 뒤로 밀려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손해 볼 것 같아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 등등으로 사랑의 실천이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마치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율법교사와 사제의 모습이지요. 그들은 자신에게 끼칠 해로움만을 바라보면서 정작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사랑’을 저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복음에 등장하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은 어떠합니까? 주님께서 가장 강조하셨던 사랑을 잊지 않았기에 복음에서와 같이 적극적인 사랑 실천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주님으로부터 멀어질 때, 또 주님의 뜻을 따르지 못하게 될 때, 처음에 가졌던 주님의 사랑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십시오.

‘왜 주님을 따르려고 했지?’

‘왜 주님을 계속 선택하려는 거지?’

이러한 질문의 끝에서, 처음에 가졌던 주님께 대한 좋은 감정을 다시금 간직할 수 있게 되고 이 세상 안에 주님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