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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기도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07 조회수1,148 추천수8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연중 제27주간 화요일


< 마르타는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


복음: 루카 10,38-42






구세주


(6세기 경)


     < 기도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

            

신학교에서 담력이 좋기로 유명한 선배가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빨간 동자라는 아기 귀신을 보고 성소를 포기 한 사람도 있을 정도였는데 그 선배는 빨간 동자가 나온다는 지하 체육관에 밤에 내려가 혼자 운동을 하고 올라오는 겁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밤에도 지하에 내려가 운동을 하고 올라오다가 예전처럼 반 지하 성체조배실에 잠깐 들렀습니다. 혼자 성체조배를 하고 있자니 갑자기 뒤에서 거친 사람의 숨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렇게 겁이 없던 선배도 무척 겁이 났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 방엔 자신 혼자밖에 없었는데 뒤에서 남자의 거친 호흡소리가 계속 들렸기 때문입니다.

그 선배의 말에 의하면 뒤를 돌아보는데 한 3분 정도가 걸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뒤를 돌아보았으나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선배는 겁에 질려 빨리 그 자리를 떴고 나중에 우리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음부터 밑에 내려가 운동을 하거나 혼자 성체조배하기가 겁이 난다고 하였습니다.

며칠 뒤 제가 혼자 성체조배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제 뒤에서도 그 거친 남자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것과 혼동할 수 없는 틀림없는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바로 귀 뒤에서 들렸습니다. 온 신경이 곤두서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는 선배가 전에 한 말이 생각났고 아마도 마귀의 짓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역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앞을 보며 묵상을 하려니 이번엔 더 가까이에서 호흡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그것이 마귀의 장난이란 생각이 점점 더 확실해지자 오히려 겁이 없어지고 나중에는 이렇게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네 놈이 마귀이면, 나를 무섭게 해서 기도를 못하게 하는 게 목적이겠구나! 네 뜻대로는 안 될 거다.’

그래서 계속 숨소리가 뒤에서 나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해놓은 기도시간을 채웠습니다. 그 시간 동안 그 거칠고 기분 나쁜 숨소리는 귓가에 계속 들렸습니다.

당시 공동 침실을 쓰고 있었는데, 저는 먼저 혼자 방으로 내려가 자리에 누웠습니다. 자리에 누워도 역시 귀 옆에서 계속 그런 숨소리가 났습니다. 방까지 마귀가 따라왔다는 생각에 겁도 났지만, 마귀가 주님께서 지켜주시는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고, 다만 겁을 주려고 하는 것임을 확신하고 그냥 무시하고 자버렸습니다. 그 날 이후로 그 소리는 들린 적이 없습니다.

 

마귀와 세상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온갖 무기, 즉 두려움, , , 쾌락, 명예 등으로 우리가 기도하는 대신 다른 무언가를 하도록 유혹합니다. 그러나 만약 어떤 사람이 자신 가족의 수술비를 간신히 구해 길을 가고 있는데 누군가 그 가방을 가로채려 한다면 그 사람은 그 가방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이라도 바칠 것입니다. 그만큼 그것을 지킬 마음이 부족하다면 그것을 아주 사랑하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고 마리아에게 말해달라는 마르타에게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택했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마르타는 실천을 상징하고, 마리아는 기도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즉 기도가 실천보다 앞서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만큼 사랑하지 않으면 쉽게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소성당에 성체조배하고 앉아있으면 학생아이들이 와서 피아노 연습을 하고 떠들기도 합니다. 저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떠드는 것보다는 기도의 맛을 모르는 아이들이 안쓰럽습니다. 이런 경우 기도를 하지 않는 이유는 기도의 맛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맛없는 것만 먹다가 아주 맛난 음식이 차려져 있는 것을 보면 어찌 참아낼 수 있겠습니까? 저는 신학교 들어갈 때,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우습지만, ‘난 기도시간이 여자 만나는 시간보다 행복하지 않으면 신학교 나간다.’라는 결심을 하고 기도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그전까지는 몰랐던 맛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도에서 얻어지는 그 평화는 세상 어떤 것도 줄 수 없는 행복이었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이어집니다. 그러나 맛을 들이기 위해서는 먹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기는 음식의 맛을 배우고, 술의 맛도 배워갑니다. 그리고 그것을 익히게 되면 그 맛을 다시 끊는 것은 매우 힘들게 됩니다.

그러나 음식이 항상 맛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입맛이 없어도 약을 먹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술이라도 떠야 할 때가 있습니다. 따라서 기도의 맛만을 바라고 기도하면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음식을 왜 먹어야 하고, 잠을 왜 자야 하고, 차에 기름을 왜 넣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처럼, 기도하지 않으면 유혹에 빠져 죄를 짓고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배고프고, 졸리고, 차를 움직일 수 없는 상황처럼 자신이 뼈저리게 느껴봐야 절대 기도시간을 다른 것들에게 양보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고 잠은 자지 않습니까? 기도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아직은 기도해야 하는 이유를 피부로 느껴보지 못한 것입니다.

 

사도단은 교회가 커지자 음식을 나누고 재정을 관리하는 일 때문에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자 자신들의 일을 대신 해 줄 일곱 부제들을 뽑았습니다. 자신들은 기도와 말씀봉사에 전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기도의 맛과 필요성을 알았기에, 다른 무엇에게도 절대 빼앗길 수 없었던 것입니다.

고해성사를 듣다보면 여러 핑계로 기도를 게을리 했다는 고백을 많이 합니다. 기도를 못한 것 때문에 고해를 하지 말고, 내가 기도의 맛을 진정 아는지, 또 기도를 해야 하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지부터 반성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에게 붙어있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하십니다. 그리스도에게 꼭 붙어있었던 마리아처럼, 언니의 잔소리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마리아처럼, 유일하게 필요한 한 가지, 즉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 기도하는 것을, 우리도 절대 빼앗기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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