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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빼앗기지 않을 마리아의 몫/신앙의 해[321]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08 조회수570 추천수0 반대(0) 신고

 

                                                                        그림 : 전주 교구 전동 성당

 

바쁜 게 좋은 건 아니다. 바쁘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도 아니리라. 바쁜 건 그저 ‘바쁜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바빠야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치원 아이들조차 바쁘다는 말을 예사로 하는 착각에 빠진 것 같다. 우리는 본래 바쁜 민족이 아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가락을 만들었고, 팔자걸음으로 걷지 못하면 양반자격이 없다면서 ‘삶의 여유’를 중요 가치로 여겼다.

‘예수님께서 마을에 들어가셨다. 그러자 마르타는 예수님을 집으로 모셨다. 그녀에게는 마리아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마르타는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하였다. 그래서 예수님께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라고 말하였다. 주님께서 대답하셨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건 한 가지이다. 마리아는 좋은 걸 선택했다. 그리고 그걸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카 10,38-42 요약)’ 

어떤 이가 죽음을 눈앞에 둔 이들의 얘기를 모아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라는 책을 냈다. 그들이 후회한 건 대개 ‘사랑하는 이에게 고맙다고 말할걸.’, ‘좀 더 친절하게 대할걸.’, ‘그때 좀 참을걸.’ 등이었다나. ‘돈을 많이 벌걸.’,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학위를 딸걸.’, ‘사업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걸.’등의 후회는 거의 없단다.  

일에 쫓기면 기도와 주님의 말씀을 듣는 걸 뒷전으로 미루는 경우가 있다.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를 망각할게다. 이는 길을 가고 있는데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르는 채 가는 것과도 같다. 참되게 하느님을 섬기는 길은 먼저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거다. 그런 다음 그 말씀에 따라 사는 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길일 것이다. 

대부분은 바쁘게 살면서 업적을 남겨야만 보람 있는 삶이라나.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중요한 건 인간의 노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리라. 그분 뜻을 따르는 바쁜 삶이어야 기쁨이 떠나지 않을 게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도 늘 바쁘다. 마르타처럼 사는 일에 바쁘기만 하다. 때로는 마리아처럼 말씀에도 귀 기울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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