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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도의 은총 -주님의 기도- 2013.10.9 연중 제27주간 수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09 조회수599 추천수6 반대(0) 신고

2013.10.9 연중 제27주간 수요일, 요나4,1-11 루카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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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은총 -주님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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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만큼 살고 사는 만큼 기도합니다.

기도하는 사람만 살아남습니다.

나중에는 기도한 얼굴인가 기도하지 않은 얼굴인가 두 얼굴만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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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예화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제 집무실에 면담이든 고백성사든 방문하는 이에게

가능한 소리 내어 읽어보게 하는 벽에 붙어있는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라는 자작 애송시입니다.

많은 분들이 원해 A4 용지에 출력하여 주면

열이면 열, 차마 접지 못하고 주저하는 모습에

A4용지 시를 끼울 수 있는 파일을 주면 모두가 반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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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자기를 고귀하고 품위 있게 가꾸고 돌봐야 타인도 함부로 대할 수 없겠구나.’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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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면지나 허접스런 종이라면

지체 없이 접듯이 자기를 함부로 대하면 남도 나를 함부로 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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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중자애(自重自愛), 건강한 자존감을 위해 기도는 필수입니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에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이웃도 사랑할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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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도 가을 계간지를 손에 들었을 때의 느낌도 강열합니다.

내용도 편집도 훌륭했는데 종이의 질이 떨어졌습니다.

책의 품위는 내용, 편집, 종이의 질, 삼박자가 맞을 때 이뤄짐을 깨닫습니다.

아무리 편집이 좋고 종이의 질이 좋아도

내용이 천박하고 빈약하면 책은 곧 잊혀 질 것입니다.

또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편집이 부실하고 종이의 질이 떨어지면

좋은 내용도 더 충분히 전달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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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삶의 내용, 삶의 편집, 삶의 질을 고양시켜

품위 있고 고귀한 삶이 되게 하는 길은 없을까요?

답은 두말 할 것 없이 항구한 기도입니다.

오늘은 주님의 기도를 중심으로

‘기도의 은총'에 대해 세 측면에 걸쳐 묵상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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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하느님을 더욱 사랑하게 하는 기도의 은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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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우리 삶의 중심입니다.

하느님은 종교의 철학의 초월신이 아니라 아버지입니다.

예수님을 통해 계시된 아버지 하느님입니다.

사람들이 혼란과 방황 중에 무질서하게 지내는 것은

중심인 아버지 하느님을 잊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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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단순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위해 우선적으로 할 일은

항구한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내 삶의 중심에 모시는 일이요 하느님과의 관계를 깊게 하는 것입니다.

이래야 세상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초연한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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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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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기도가 기도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합니다.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나라가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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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저희 주님, 온 땅에 당신 이름, 이 얼마나 존엄하십니까!’(시편8,10),

‘주께서 주시고 주께서 도로 가져가시니 주님의 이름은 찬미 받으소서.’

(욥기1,21ㄷ).

간절히 기도하여 눈만 열리면

온통 주님의 이름 빛나는 세상이요 도래하는 아버지의 나라입니다.

이미 지금 여기서 아버지의 나라를 살게 하는 기도의 은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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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나를 더욱 사랑하게 하는 기도의 은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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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은, 예수님은 나를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하느님 거울에 비춰보지 않고선

나를 알 수 있는 길은,

나와의 관계를 깊이 할 수 있는 길은,

자존감 높은 삶을 살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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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요나를 보십시오.

주님과 대화의 기도 중 그의 빛과 어둠이, 치부가 다 드러납니다.

니네베 사람들에게 회개를 선포하였지만

내심 하느님의 심판으로 멸망을 바랐던 요나입니다.

바로 양면성의 모순적 존재가 우리 인간입니다.

하느님은 요나의 치부를 추궁하지 않고

아주까리 기적을 통해 그의 부족을 깨우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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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네가 수고하지도 않고 키우지도 않았으며,

하룻밤 사이에 자랐다가 하룻밤 사이에 죽어 버린 이 아주까리를

그토록 동정하는구나!

그런데 하물며 오른쪽과 왼쪽을 가릴 줄도 모르는 사람이 십이 만 명이나 있고,

또 수많은 짐승이 있는 이 커다란 성읍 니네베를 내가 어찌 동정하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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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진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하느님이 참 유머러스하고 익살스럽고 여유롭습니다.

바로 이게 하느님의 절묘한 교육 방법입니다.

스스로 자기의 양면성을 깨달아 알게 함으로 자연스럽게 회개에로 인도합니다.

흡사 루카복음에서 큰 아들을 다독이며 설득하던 자비로운 아버지(루카15,25-32)를 연상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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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주님의 기도 중 ‘날마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를 수 있는 힘도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받아야 가능합니다.

날마다 하느님 탐구와 더불어 참 나를 탐구할 수 있게 하는 일용할 양식입니다.

날마다 필요로 하는

음식, 믿음, 희망, 사랑, 건강, 열정, 지혜, 평화, 기쁨, 겸손 등 모두를 포괄하는

일용할 양식이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주님의 성체입니다.

우리의 모든 소원이 함축적으로 담긴 우리의 일용할 양식인 주님의 성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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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이웃을 더욱 사랑하게 하는 기도의 은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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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이웃을 받아들이는 사랑입니다.

하느님의 우리 사랑이 그렇습니다.

요나의 빛과 그림자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신 주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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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고

모두가 그만의 빛과 그림자를 지닌 양면성의 인간입니다.

그러니 밥 먹듯이, 숨 쉬듯이 용서하는 사랑이어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용서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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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럴 수 있지. 아 그게 현실이지’하며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바로 기도의 은총이 우리 마음을 이처럼 깊고 넓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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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에게 잘못한 모든 이를 저희도 용서하오니,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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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기도 후반부입니다.

이렇게 기도할 때

이웃을 용서할 수 있는 은혜도 주어지고 우리도 주님의 용서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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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디테일 속에 숨어있습니다.

일상의 곳곳에 숨어 우리를 유혹하는 악마입니다.

기도의 은총만이 이런 악마의 유혹에서 우리를 지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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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예수님을 통해 주신 참 좋은 선물이 주님의 기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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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기도가 우리 삶의 꼴을 잡아줍니다.

하느님과 나, 나와 나, 나와 이웃사이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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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깊어지는

하느님과의 관계, 나와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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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하느님을, 나를, 이웃을 사랑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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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일용할 양식으로 우리를 배불리시고,

서로 용서하며 유혹에 빠지지 않고 살게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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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당신께는 생명의 샘이 있고, 저희는 당신 빛으로 빛을 보옵나이다.”

(시편36,10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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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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