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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하느님께 사랑을 증명할 기회를 주라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10 조회수1,034 추천수13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연중 제27주간 목요일


<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


복음: 루카 11,5-13







그리스도(Young Jew as Christ)


렘브란트 작, (1656), 베를린 국립 박물관


     < 하느님께 사랑을 증명할 기회를 주라 >

         

해마다 초봄이 되면 우리나라 동해와 남해, 일부 강 하구에서 볼 수 있는 큰가시고기. 큰가시고기는 지구상의 어떤 생물보다도 부성애가 강한 물고기랍니다.

큰가시고기는 봄이 되면 암수가 무리지어 하천으로 올라옵니다. 산란을 위해서입니다. 수컷은 물풀이 무성한 곳을 찾아 둥지부터 짓는데 둥지가 완성되면 암컷을 정중히 맞아들입니다. 그러나 알을 낳은 어미는 곧장 미련 없이 둥지를 떠나 버립니다. 자식과 남편을 버린 비정한 어미인 셈입니다.

그 때부터 큰 가시고기의 눈물겨운 희생이 시작됩니다. 큰 가시고기는 알의 부화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느라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앞 지느러미로 쉼 없이 부채질을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한 마리까지 새끼들을 부화시킨 큰 가시고기의 주둥이는 다 헐고 몸은 만신창이가 됩니다. 마침내 부화한 자식들이 모두 떠나간 둥지 앞에서 큰 가시고기는 조용히 숨을 거둡니다.

며칠 후 둥지를 떠났던 새끼들이 죽은 아버지의 몸 주위로 모여듭니다. 새끼들은 자신들을 위해 죽기까지 희생한 아버지의 살을 파먹기 위해 돌아온 것입니다.

 

이런 물고기를 창조하신 하느님의 사랑이 이 물고기보다 덜하다고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끔 당신 모든 것을 줄 준비가 되어있는 하느님 사랑 앞에서 감히 이런 것을 청해도 되나?’ 하며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당신 자비와 사랑을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이 당신 눈에는 죄를 짓는 사람들보다 더 안타깝게 보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다시 말하면, 청하지 않으면 줄 수 없고, 찾지 않으면 얻을 수 없고, 두드리지 않으면 열리지 않으니, 제발 다 해 줄 테니 청하고, 찾고, 두드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 사랑을 깨닫고 기뻐하라는 것입니다. 다른 복음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 기쁨이 충만해질 것이다.”(요한 16,24)

 

제가 신학교 들어오기 전에 주일학교 교사를 하고 있었는데, 한 학사님과 술내기가 벌어졌습니다. 이미 둬 병씩 마신 상태에서 누가 시작도 안 했는데 자연스럽기 똑같이 한 잔씩 완샷 하는 시합이 시작된 것입니다. 저는 하느님께 기도를 하였습니다.

이 내기를 반드시 이기게 해 주세요.’

저는 소주 한 병 마시고 길에서 잔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 기억이 맞는다면 그날 각자 소주 여섯 병씩을 더 마신 것 같습니다. 그 학사님은 세병 정도 마시더니 휴지로 입을 닦는 시늉을 하면서 연신 휴지에 소주를 뱉어 냈습니다. 저는 그대로 다 마셨습니다. 나중엔 그 학사님 앞에 젖은 휴지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그러고도 그 학사님은 K.O. 당하였습니다. 저는 다른 날보다도 멀쩡하여 그 학사님을 업어 바래다주었습니다.

 

저는 이 일로 한 가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온 우주를 관리하시기도 바쁘고, 온 세상의 평화와 구원, 또 각자의 어려움들을 돌보시기도 바쁘신 하느님이시지만, 결코 이와 같은 하찮은 청원도 그냥 흘려버리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우리에 대한 사랑을 어떻게든 드러내고 싶은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사실 매우 절실한 것에 대한 기도를 들어주신 것보다, 이런 하찮은 것을 들어주셨을 때 하느님의 사랑을 더 느끼기도 합니다.

그 이후로 여자와 사이가 안 좋아졌을 때도 화가 풀릴 수 있도록 기도하고, 주일학교 학생에게 야단쳤는데 그냥 집에 가버렸을 때 미사 전에 돌아오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도 하고, 시험 잘 보게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사람에게라면 어떻게 그런 하찮은 것들까지 청해서 하느님을 귀찮게 해 드리느냐고 야단을 맞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작은 청들까지도 하느님께서 다 들어주시는 것을 보고는 믿음도 많이 커졌고 하느님께 대한 사랑도 더 커졌습니다. 하느님은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소홀히 하지 않고 도와주시면서 우리에 대한 당신 사랑을 보여주고 싶으신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것까지 청해도 될까?’라고 생각하지 말고 무엇이든 청하십시오. 두드리십시오. 찾으십시오. 하느님은 지금도 당신 사랑을 증명하고 싶으셔서 우리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무엇이든 청해야만 그분 사랑이 드러날 수 있도록 기회를 드리는 것입니다.

 

금요일은 장례미사가 있어서 복음묵상이 없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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