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항구한 기도 -기도, 믿음, 삶- 2013.10.10 연중 제27주간 목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10 조회수585 추천수5 반대(0) 신고

2013.10.10 연중 제27주간 목요일, 말라키3,13-20ㄴ 루카11,5-13

.

항구한 기도 -기도, 믿음, 삶-

.

“여전하십니다.”

.

오랜만에 수도원을 찾는 분들로부터 들을 때마다 흡족합니다.

세월 흘러 육신은 노쇠해 가도

영혼은, 마음은, 정신은 여전히 푸르렀으면 좋겠습니다.

.

세월 흘러갈수록

하느님 경외심과 신뢰심도 깊어져 가고 마음도 계속 깊어지고 넓어져 간다면

나이 먹어 간다는 것도 기쁨이겠습니다.

하여 항구한 기도입니다.

항구한 기도에 항구한 믿음이요 항구한 삶입니다.

항구한 기도가 언제나 여전한 삶이 되게 합니다.

.

기도가 없을 때 ‘왜?’라는 물음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무수한 유혹을 받습니다.

.

도대체 하느님이 계시다는 증거뿐 아니라

하느님이 계시지 않다는 증거도 무수해 보입니다.

하느님이 계시다면

왜 젊은 나이에 착하고 아름답게 살던 사람이 사고로 죽을 수 있는가?

왜 착하게 살던 사람이 이렇게 큰 병을 앓아야 하는가?

등 물음은 끝이 없습니다.

.

사람은 죽어도

여전히 해는 떠오르고 하늘은 푸르며 남은 사람들은 잘도 살아갑니다.

때로 하느님의 침묵이 답답하고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천주교를 믿는다 하여

부자로 사는 것도, 오래 사는 것도, 병에 걸리지 않는 것도, 늙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

말라키 예언서에서

주님께 무엄하고 무례하다 지탄 받은 이들도

그대로 이런 하느님 향한 불만과 원망을 반영합니다.

.

“하느님을 섬기는 일은 헛된 일이다.

만군의 주님의 명령을 지킨다고, 그분 앞에서 슬프게 걷는다고

무슨 이득이 있느냐?

오히려 이제 우리는 거만한 자들이 행복하다고 말해야 한다.

악을 저지르는 자들이 번성하고, 하느님을 시험하고도 화를 입지 않는다.”

(말라3,14-15).

.

얼마나 그럴듯한 유혹인지요.

바로 이게 믿음의 유혹이자 시련입니다.

이래서 기도하는 일은, 믿는 일은 때로 외롭고 고독한 것입니다.

.

그러나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주님을 경외하며 그의 이름을 존중하는 이들이

주님 앞에서 비망록에 쓰여 져 있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향해 주님은 축복과 더불어 주님을 떠난 자들에 대한 심판을 예고합니다.

.

“내가 나서는 날에 그들은 나의 소유가 되리라.

부모가 자기들을 섬기는 자식을 아끼듯, 나도 그들을 아끼리라.

…보라, 화덕처럼 불붙는 날이 온다.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모두 검불이 되리니,

다가오는 그날이 그들을 불살라 버리리라.”

.

하여 항구한 기도, 항구한 믿음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항구한 기도, 항구한 믿음, 항구한 삶의 자세를 가르쳐 줍니다.

이렇게 산 이들에 대한

다음 주님의 축복 말씀이 또 우리에겐 큰 격려와 위로가 됩니다.

.

“그러나 나의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르리라.”

.

저는 오늘 항구한 기도의 은총을 둘로 나눠 묵상했습니다.

.

첫째, 주님과 깊어지는 관계입니다.

똑같은 신자라도 주님과 관계의 깊이는 천차만별입니다.

.

모든 것은 다 사라져도

주님을 경외하고 신뢰함으로 깊어진 관계는 그대로 남습니다.

정말 주님과의 이 관계가 내적 힘의 원천입니다.

.

주님 향한 믿음, 희망, 사랑이 깊어지면서

주님 향한 경외심도 신뢰심도 더불어 깊어집니다.

온통 주변의 모두가 하느님의 신비의 기적이자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여기서 샘솟는 기쁨과 평화요, 찬미와 감사입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주님께 가지고 갈 것도 주님과 사랑의 관계 하나뿐입니다.

.

둘째, 깊어지고 넓어지는 마음입니다.

.

바꿀 것은 환경도 사람도 아닌 내 마음입니다.

바로 깊어지고 넓어지는 마음이 기적입니다.

바로 성령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

말 주님께 청해야 할 유일한 선물은 성령뿐입니다.

.

이 성령이 우리 마음을 정화하고 순화합니다.

하여 점차 깊어지고 넓어지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이웃을 판단하지 않고 받아들이게 합니다.

.

똑같은 현실도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의 반응은 천양지차입니다.

진정 믿는 자에겐 언제나 주님께 찬미와 감사이지만

믿지 않는 자에겐 대부분 원망과 불평입니다.

.

욥의 고백이 생각납니다.

“나는 어머니의 태 안에서 알몸으로 나왔고

알몸으로 다시 저편으로 돌아 갈 것입니다.

주께서 주시고 주께서 도로 가져가시니 주님의 이름은 찬미 받으소서.

우리가 하느님 안에서 복을 받는다면 재앙도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욥1,21.2,10b).

.

믿음의 최고봉입니다.

항구한 기도로

주님께 한없는 경외심과 신뢰심을 지닐 때 이런 믿음의 정상에 이릅니다.

.

탓해야 할 것은 주님이 아니라 우리의 기도 부족, 믿음 부족입니다.

주님은 매일 바치는 항구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에게 믿음을 더해 주시고,

당신 향한 경외심과 신뢰심을 더욱 깊게 해주십니다.

.

“행복하여라, 주님을 신뢰하는 사람!”(시편40,5ㄱㄴ).

.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