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의 모든 것] (4) 주님의 가르침과 미사의 사회적 의미
미사 통해 받은 은총, 형제에게 사랑으로 베풀어야 - 그리스도인은 미사를 통해 받은 은총을 사랑으로 베풀어야 할 의무가 있다. 사진은 야외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DB. 나처음: 언해가 선물한 성경을 요즘 읽고 있어요. 그런데 성경을 읽을수록 헷갈려요. 예수님께서 ‘서로 사랑하라’ 하셨다가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하시는 등 어떤 때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가 또 어떤 때는 저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무엇을 가르치셨나요? 조언해: 교리교사인 내가 정리해 줄게. 복음서에 잘 나와 있지.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 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마르 12,29-31) 따라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할 수 있지. 맞죠. 신부님! 라파엘 신부: 그래. 언해가 예수님 말씀을 인용해 아주 잘 정리해 주었구나. 좀더 설명하면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가에 관해 늘 가르침을 주셨단다. 예수님의 생각과 마음속에는 항상 하느님의 일로 가득 차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에게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 그리고 하느님이 어떤 분이시라는 것, 하느님께서 얼마나 사랑 깊게 인간과 만물을 보살피시는가를 말씀하셨지.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하느님은 자비로우신 분’이시라고 가르치셨단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약한 이, 자신의 초라함을 슬퍼하고 죄스러움을 아파하는 이에게는 참으로 아버지가 되어 주시는 분이심을 일깨워주셨지.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우리도 당신처럼 하느님을 생각하며 살기를 바라셨단다. 그래서 예수님은 오직 한 분이신 아버지의 자비 안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가 한 형제라고 말씀하셨어. 그러니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가르치셨지. 그리고 반드시 잊어서는 안 될 예수님의 가르침이 있단다. 바로 ‘하느님의 나라가 우리 가운데 있다’(루카 17,21 참조)는 말씀이야.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마태 6,32-34) 그러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는 이 말씀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르침, 곧 기쁜 소식이란다. 나처음: 그러면 신부님, 예수님께서 늘 하느님을 염두에 두시고 사셨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라파엘 신부: 바로 ‘기도’이지. 예수님께서는 늘 기도하셨단다. 예수님께서는 기도 중에 아버지 하느님과 친밀하고 깊은 대화를 나누셨지. 그리고 때로는 지금 알려주는 기도처럼 하느님을 큰 소리로 부르며 기도하기도 하셨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마태 11,25-26)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하느님의 자비에 힘입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날마다 살 수만 있다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든 삶의 의미를 반드시 찾게 될 것이라고 당신의 기도 모습을 통해 알려주시고 있지. 조언해: 그래서 기도가 신앙생활의 토대가 되는 것이군요. 라파엘 신부: 그렇지. 예수님에 의해 아버지 하느님을 알고 신앙의 길을 가게 되면서 기도 생활도 아울러 시작되는 것이지. 기도는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하느님을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돼요. 하느님의 자비를 생각하다 보면 예수님처럼 “아버지, 제 말씀을 들어 주셨으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아버지께서 언제나 제 말씀을 들어 주신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요한 11,41-42)라고 고백하게 되지. 교회가 이처럼 공적으로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는 것이 바로 ‘미사’란다. 나처음: 헉! 그럼, 미사가 기도의 으뜸이겠네요. 라파엘 신부: 바로 그거야! 미사는 우리 안에 살아 계신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께 감사의 표시로 바치는 기도이니 기도 중의 으뜸이라고 할 수 있지. 신앙생활의 중심은 바로 예수님이야. 예수님께서 바로 우리를 구원하신 주님이시기 때문이야. 따라서 주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은 자기 삶의 중심이 예수님이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돼. 조언해: 그럼 미사의 중심도 당연히 예수님이겠네요. 라파엘 신부: 빙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미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단다. 미사에 대한 이해가 깊을수록 미사에 담긴 영적 보화를 더 잘 알아보고 얻을 수 있고, 그럼으로써 신앙이 성장하고 신앙생활도 풍요로워지지. 미사의 정신이 일상의 삶으로 이어질 때 살아 있는 신앙이 되고, 그 신앙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지. 이것이 미사의 힘이야. 조금 어려운 말이지만 교회는 미사의 중요성에 관해 공적으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단다. “미사에서 마치 샘에서처럼, 은총이 우리에게 흘러들고, 또한 교회의 다른 모든 활동이 그 목적으로 추구하는 인간 성화와 하느님 찬양이 가장 커다란 효과로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헌장」 10항) 한마디로 미사를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 성화와 하느님 찬양이 실현된다는 뜻이지. 나처음: 그런데 기도하고 미사에 참여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요즘 흐름을 보면 종교가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것 같은데요. 라파엘 신부: 좋은 질문이구나. 미사의 사회적 의미에 관해 설명해야겠구나. 예수님은 미사를 통해 우리뿐 아니라 모든 사람과 일치를 이루신단다.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 때 제정하신 성체성사 곧 미사는 유다인과 다른 민족을 하나로 만드시고 이 둘을 가르는 장벽인 적개심을 허물고(에페 2,14 참조)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화해하신 ‘친교의 성사’이지. 화해로 이끄는 이 지속적인 힘만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몸과 피에 참여하기에 합당하게 만들어요.(마태 5,23-24 참조) 이 말은 2006년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참가자들이 “성찬례 거행 덕분에, 분쟁을 겪고 있는 민족들이 하느님 말씀을 중심으로 모이고, 무조건 용서함으로써 화해하는 그분의 예언적 메시지를 들으며, 이 똑같은 빵과 잔을 나눌 수 있는 회개의 은총을 받아 올 수 있었다”고 고백한 감동적인 증언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지. 이처럼 교회는 “성찬례(미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폭력과 전쟁, 그리고 오늘날 특히 테러리즘, 경제적 부패, 성적 착취로 얼룩진 이 세상에 평화를 이룩하고자 노력하여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단다.(베네딕토 16세 교황 권고 「사랑의 성사」 89항) 교회가 이러한 상황을 피상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것은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을 위해 피를 흘리시며 각 개인의 드높은 가치를 확언해 주셨기 때문이야.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미사를 통해 받은 은총을 주님의 가르침대로 형제에게 사랑으로 베풀어야 할 의무가 있는 거야.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8월 9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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