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꽃자리
작성자양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17 조회수1,305 추천수1 반대(0) 신고

가을비가 내리던 날 수도원에서

미사시간 이 십분 전 이야기입니다.

한 치의 불편함 없는 미사를 봉헌하려고

그 곳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1층은 공사 중이라 사용할 수 없고

지하에 있는 것을 이용 하라고 했습니다.

건물은 리모델 공사 자재들로 꽉차있어 복잡했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는 회랑 벽에는 십자가고상이 있었습니다.

억지춘향이격으로 미사에 오게 된 상황과

어디가 끝인지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의 끈이

서로 엉켜있는 내 안에 복잡한 생각에 망막했습니다.

그만 멈추고 돌아서도 될 터인데

막연한 인내심을 발휘하여 천천히 어두컴컴한 곳을 더듬어 내려갔고

마침내 전등 스위치를 켜고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며 그런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사랑한다’ 말뿐입니다. 마르첼.."

 

화장실 벽에

예쁜 종이꽃으로 장식한 액자 글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어처구니가 없는 일을 당하고도

바보 노릇하는 내가 미워 정말로 세상이 싫었습니다.

어젯밤에도 못나고 초라한 바보같은 내가 싫어

이불 뒤집어쓰고 숨죽여 울었습니다.

 

액자 속 글씨를 한자 한자 먹었습니다.

사. 랑. 한. 다.

먹구름 같던 슬픔이 한방에 날아가 버렸습니다.

어둠에 갇혀 앞을 못 보던 눈 뜬 장님인 내 눈에 빛이 번쩍 했습니다.

 

귀퉁이 해우소가 꽃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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