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2013년10월19일 연중 제 28주간 토요일 복음묵상)
작성자신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19 조회수505 추천수8 반대(0) 신고

 
2013년10월19일 연중 제 28주일 토요일 복음묵상

“어떻게 답변할까, 무엇으로 답변할까, 또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해야 할 말을 성령께서 그때에 알려 주실 것이다.” (루카1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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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서 놓아야 할 가을을 봅니다.
아침저녁으로 옷깃을 여미는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오늘은 복음 내용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를 묵상했으면 합니다.
5,6전에 쓴 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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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가을을 아름답다고 합니다.
붉게 물든 잎들을 달고 있는 나무를 보아도,
들판에 노랗게 물든 벼들의 무거운 이삭을 보아도,
바람에 나뒹구는 낙엽들을 보고도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말을 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얼굴에 시를 쓰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가을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일까요?
그저 가을은 아름답다고만 말하지 말고, 왜 가을을 아름답다고 말하는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가을의 풍경 속에서 우리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들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예상치 못한 답변일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우리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들 모두는 ‘죽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죽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는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상하지 않습니까?
죽어가는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우리의 모습이 말입니다.

아마도 우리 모두에게는 고향으로 회귀하려는 강한 본능이 있나 봅니다.
죽어간다는 것은 다른 말로 고향을 찾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실 때, 난 곳으로 돌아가려는 성향을 입력해 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본능처럼 강한 그 무엇을 말입니다.

저는 이에 대해 새로운 용어를 하나 만들고자 합니다.
‘하느님에 의해 입력된 마지막 신호(The Last Signal Inputted By God)’라고 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입력하신 신호를 삶 속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그분께서 우리에게 새겨 넣어주신 신호(Signal)에 촉각을 세워야만 합니다.
늙어간다는 것을, 유한한 삶을 산다는 것을 복음적 맥락에서 관조할 수 있다면,
아마도 우리의 정신과 마음의 세계는 보다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삶은 주어지는 것이지만, 그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우리의 선택입니다.
여기서 선택이라는 말을 사용한 이유는, 우리의 삶에 의해 죽음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가을 깊숙한 요즈음 미사를 드리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풍요롭습니다.
늙음을 생각하지 않고는 성숙할 수 없습니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는 절대로 신앙적 성숙을 꾀할 수 없음을 고백합니다.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 늘 떨어집니다.

우리가 만약 늘 죽음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신병 중에서도 아주 중증(重症)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전체를 놓고 삶을 판단해야 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라 한다면,
가끔은 삶과 죽음을 함께 놓고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시인 윤동주(尹東柱)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의 삶이 그의 마음을 증명했기에 그러합니다.

그 유명한 서시(序詩)의 한 구절을 떠올려봅니다.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모르긴 해도 아마 청년 윤동주는 암울한 시대적 아픔 속에서도 참다운 긍정과 희망,
그리고 삶의 여정에 대한 의미를 깨달았던 인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깨달음에서 그의 생각이 시가 되었고, 삶으로 살 수 있었던 힘이 되지 않았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정말로 자유로웠고 지혜로웠던 사람이지요.

하늘나라에 가신 아버지가 무척 많이 생각이 납니다.
여러분, 이 아름다운 계절, 먼저 가신 이들을 통해서
우리의 참된 삶의 목적을 묵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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