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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깨어 있는 종들/신앙의 해[335]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22 조회수455 추천수2 반대(0) 신고

 

                                                                       그림 : 제주 교구 청수 공소 

소나무는 비탈에서도 잘 산다. 뿌리가 강한 탓이다. 우리 가운데에도 ‘소나무 같은’ 이들이 많다. 누가 보든지 안 보든지 ‘바르게’ 살려는 이들일 게다. 뿌리는 ‘보이지 않는 삶’이다. 무엇보다도 하느님을 생각하며 살아갈 때, 건강한 뿌리가 만들어진다.

삶은 언제나 공평하지 않으리라. 세상 역시 변덕이 심하다. 한결같은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흔들리지 않고 ‘주님의 뜻’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일까? 그러기에 주님께서 위로해 주신단다. 소나무처럼 ‘푸른 꿈’을 안고 살아야 한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루카 12,35-38) 

예수님은 ‘주인이 밤중이든 새벽에 오든’ 무턱대고 잘 지내라신다. 이는 종말을 염두에 둔 게다. 하지만 종말로만 가고자 우리가 사는 건 아니다. 평소의 삶이 그대로 종말이 될 게다. 그건 삶의 결과일 뿐이니까. 훌륭하게 산 이가 허망한 끝을 맞이할 리 없다. 평소 믿음의 길에 열심이었던 이가 구원에서 제외될 리가. 그러니 미래는 주님께 맡기고 인내와 애정으로 깨어 있는 그 삶을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다. 

사실 액면 그대로 온종일 잠자지 않는다고 깨어 있는 삶은 아니다. 때와 장소에 그야말로 어울리게 사는 게 깨어 있는 삶이다. 언젠가 하리라 마음먹는다면 ‘지금’ 해야 할 게고 하지 않겠다면 ‘지금’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그게 현재와 어울리는 삶이요 깨어있는 삶이다. 시간뿐 아니라 장소에도 어울리게 살아야 한다. 몸은 성당인데 마음은 바깥이라면 문제라 할 수 있다. 기도하는 곳에서는 엄숙히 기도해야 하고, 일하는 곳에서는 일에 전념해야 할 테니까. 그래서 중요한 건 ‘지금’인 게다.

그런데도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는 지난 일을 후회하느라 현재를 팽개쳐 놓치고, 앞날을 걱정하느라 지금 해야 할 걸 시도 때도 없이 뒤로 미룬다. 과거는 당연히 바꿀 수 없고, 장차 올 일도 분명히 말하지만 미리 만날 수는 없다. 그러니 그건 그랬더라도 지금은 다르게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우리에게는 그렇게 살아야 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 “행복하여라, 깨어 있는 종들!” 이는 현재에 충실하려는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진정한 용기가 된다. 그렇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 예수님은 지금의 이 실천만을 부르짖는 거다. 그러니 그분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늘 깨어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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