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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포도 재배인의 인내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25 조회수618 추천수8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연중 제29주간 토요일


<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멸망할 것이다. >


복음: 루카 13,1-9




성모자


무리요 작, (1670), 드레스덴 미술관


     < 포도 재배인의 인내 >

       

어제 프랑스 트루와 교구에서 청소년을 위해 일하시는 수녀님이 휴가차 한국에 오셔서 저를 방문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당신이 9년 전에 시작한 청소년 레지오 마리애에 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처음에 본당 신부님과 주교님께 아이들을 위한 레지오 마리애를 시작해 보겠다고 할 때 분위기는 매우 부정적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레지오 마리애는 아일랜드에서 시작했지만, 지금 전 세계적으로 잘 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왠지 군대라는 이미지와 군대식 틀과 규율을 지니고 있는 단체는, 프랑스 혁명 이후 자유를 주창하는 유럽에서는 맞지 않는 신심단체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유럽에서 공부하는 동안 레지오가 있는 본당을 한 본당도 보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른들 대상도 아닌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레지오를 해 보겠다고 하니 당연히 안 될 것이라 생각들 했던 것입니다.

그래도 수녀님의 주장으로 2~3명이 모이더라도 해 보자고 하며 레지오라는 단체의 특성을 설명해 주고 아이들을 모이라고 했는데, 놀랍게도 12명이 모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 몇 명은 귀 뚫고, 코 뚫고, 펜티가 보이는 바지를 입고, 삐삐처럼 커다란 신발을 신은 문제아들이었다고 합니다.

수녀님은 이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나라에서 하는 쁘레시디움 회합 그대로 진행하려고 하는데, 신부님이 내려오시더니 이 아이들이 어떻게 묵주기도를 5단씩이나 하겠느냐며 1단만 바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수녀님은 일단 그 신부님을 올라가 있으라고 하고 5단을 다 바치고 알로꾸시오(훈화)를 위해 내려오시라고 했습니다.

신부님은 난생 처음으로 묵주기도 5단을 다 바친 아이들을 보면서 똑 같은 성모송을 50번 이상 반복해서 기도하는데 힘들지 않았니?”라고 물었습니다. 그 때 가장 껄렁껄렁하게 옷을 입은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매일 같은 치즈를 드시는데 질리지 않으세요? 신부님은 매번 같은 공기를 마시는데 힘들지 않으세요?”

신부님은 깜짝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3년이 지나 3명의 아이들이 대학교에 들어가게 되어 레지오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때 그 아이들이 자원하여, “우리가 청년 레지오를 만들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지금 9년이 지나서, 소년-소녀 레지오와, 대학생 레지오가 자리가 잡혀 잘 운영되는데, 그렇게도 성소가 줄어든 유럽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그 수녀님이 만든 레지오에서 신학생 2, 수녀님 2명이 배출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그렇게 불량 맞게 옷을 입고 신부님께 따끔한 소리를 했던 학생도 대학을 졸업하고 신학교에 입학을 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 수녀님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초등부, 중고등부, 청년부 레지오를 생각은 했었지만, 은연중에 잘 안 될 거야!’라고 판단해 버리고 포기해 버렸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을 보니 포도 재배인보다는 심판자인 포도밭 주인의 모습을 닮지 않았었나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포도밭 주인보다 인내심이 더 커서 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은 포도 재배인입니다. 삼 년 동안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면, 당연히 그것 때문에 땅만 손해 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재배인은 일 년만 더 투자해 보자고 합니다. 그 노력은 자신이 할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 복음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단 하루라도 더 살게 해 주시는 이유는 우리가 회개의 열매를 맺기를 바라시기 때문이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포도 재배인으로 상징되는 그리스도께서 우리 생명을 하루라도 더 연장시켜서 조금이나마 더 변하게 하려는 자비의 마음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하루라도 더 살기를 바라면서, 남에 대해서는 그러한 인내는 가지지 못한 것이 우리 마음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검은 색만 칠하는 아이란 동화책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그려보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각자 도화지에 자신들의 부모님, 동네풍경, 동물 등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한 아이는 도화지 전체를 온통 검은색으로 칠합니다. 매 미술시간마다 그렇게 하더니 이제는 집에 와서도 도화지를 온통 검은색으로만 칠합니다. 결국 아이는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거기서도 아이는 도화지를 검은색으로만 칠합니다. 그 아이의 선생님은 반 아이의 책상에서 퍼즐조각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입원해 있는 정신병원으로 달려가 아이가 그린 도화지들을 모아 맞추어봅니다. 그랬더니 아주 커다란 고래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저도 초, -, 청년 레지오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해 보지도 않고 판단해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 것 같습니다. 가능성을 볼 수 없는 우리들 때문에 더 성장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막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불가능해보이지만 그래도 더 기다려보자는 포도 재배인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본받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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