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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늘을 움직이는 겸손한 기도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26 조회수668 추천수15 반대(0) 신고

  

하늘을 움직이는 겸손한 기도

 

옛날 한 수녀원에 너무나 겸손하고 순수해서 하느님께서 수시로 그 수녀님을 찾아주신다는 수녀님이 한 분 계셨답니다. 하루는 그 소문을 전해들은 그 지역 담당 주교님께서 그 수녀원을 방문하셨습니다.

 

주교님께서 대문을 두드리자 젊은 문지기 수녀님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주교님임을 확인한 수녀님은 깜짝 놀라 밖으로 뛰어나왔습니다. 웬일이냐고 여쭙자 주교님께서 이러저러해서 찾아왔는데, 그 겸손하신 수녀님 좀 만나러 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그 문지기 수녀님, 지체 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 주교님, 제가 여기 있는 줄 어떻게 아셨어요? 바로 저예요. 진작부터 저를 찾아오실 줄 알았습니다.”

 

철없어 보이는 문지기 수녀님을 보고 주교님께서는 쯧쯧혀를 차셨습니다. 그리고는 원장 수녀님을 불러달라고 하셨습니다.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뛰어나온 원장 수녀님, 겉만 봐도 원장수녀님이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적이고, 고상하고, 자신감 넘치고, 그래서 약간은 도도한 분위기도 풍겼습니다. 조금 주눅이 드셨던 주교님, ‘이러저러해서 왔다는 말씀을 전하자 원장 수녀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교님, 주교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저희 수녀회 수녀들, 다들 수준이 높습니다. 누구나 겸손할 뿐만 아니라 영성이 뛰어나서 하느님과 직접 통교를 하지요. 멀리서 찾을 필요 없습니다. 저만 봐도 아실 것입니다. 하실 말씀 있으시면 저에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너무 자신감에 넘치는 원장 수녀님, 그래서 겸손과는 약간 거리가 먼 원장 수녀님을 보고 주교님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모든 수녀님들을 한 자리에 모아주실 수 있냐.”고 부탁했습니다.

 

모든 수녀님들이 대회의실로 집합하게 되었습니다. 영적독서나 수업, 기도, 묵상에 여념 없던 고상하고 지적인 수녀님들께서 하나 둘 대회의실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한 분 한 분 수녀님들 얼굴을 관찰하시던 주교님 얼굴은 여전히 실망이 가득했습니다. 아직 그 수녀님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때였습니다. 요즘 말로 각기도수녀님이었습니다. 수녀님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수녀님 한분이 투덜거리며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친구 수녀님: “일단 빨리 와보라니까! 주교님이 모두 다 모이라 그랬어.”

 

각기도수녀님: “너나 빨리 가. 적어도 나는 해당사항 없다니까 그래!”

 

주방 담당 수녀님이었습니다. 입고 있는 수녀복도 여기 저기 낡고 닳았습니다. 그것을 꿰맨 자리가 또 터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좁고 더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느라 온몸이 땀으로 다 젖었습니다. 성덕이 뛰어나셨던 주교님이셨기에, 즉시 성덕이 탁월한 상대방을 알아보셨습니다. 주교님 얼굴에 비로소 환한 미소가 감돌았습니다. 주교님께서 찾던 바로 그 수녀님이었습니다.

 

비록 배운 것은 없었지만, 그래서 늘 수녀원의 하찮은 일만 골라서 하였지만, 그 수녀님의 얼굴과 몸 전체에서는 성덕의 향기가 풍겨 나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면회실에 마주 앉아 그녀의 일상생활을 전해들은 주교님은 바로 이 수녀님이었구나!’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그녀의 소임은 따로 없었습니다. 수녀원 내 굳은 일은 다 그녀의 몫이었습니다. 동료들을 위한 식사준비, 빨래, 하수구 청소, 잡초 뽑기... 그녀의 하루해는 너무나 짧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일상을 늘 기도와 연결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틈나는 데로 성체 앞에 나아갔습니다. 스프를 올려놓고는 끓기를 기다리며 재빨리 소성당으로 달려가서 기도했습니다. 빨래를 하는 중에도 입에서는 성모송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음식 맛이 이게 뭐냐고 동료들이 투덜거릴 때 마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주님께 청했습니다. 맛있게 먹은 동료들의 환한 얼굴을 보며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성당에 있든 주방에 있든 하루 24시간 모두를 기도 속에 보내는 수녀님을 향해 하느님께서도 빙긋이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그토록 겸손한 수녀님으로 인해 흐뭇해지신 하느님께서는 그 보답으로 자주 수녀님 앞에 나타나셔서 큰 위로와 기쁨을 선사하셨습니다. 그 수녀님은 다름 아닌 활동하는 관상가였습니다. 일을 기도화할 줄 알던 수녀님이었습니다. 삶 전체를 기도로 봉헌할 줄 아는 수녀님이었습니다.

기도의 기본, 겸손의 덕

 

그리스도교 여러 덕행가운데 가장 으뜸이자 기본인 덕행이라면 겸손의 덕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오랜 교회 역사 안에 수많은 성인성녀들이 탄생했는데, 그들 가운데 겸손의 덕을 갖추지 못했던 분은 단 한분도 없습니다. 이처럼 겸손은 성인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었던 기본적인 덕행이었습니다. 성인(聖人)이 되고 싶습니까? 성화(聖化)의 길을 걷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가장 먼저 겸손의 덕을 갖추셔야 합니다.

 

겸손의 덕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너무나 간단합니다.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신앙 안에서 겸손의 의미는 더욱 심오합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겸손의 덕을 쌓기 위해서는 하느님이 얼마나 크신 분인가, 또 나를 위한 하느님의 사랑은 얼마나 큰 것인가, 그분의 업적은 얼마나 위대하신가를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크신 하느님에 비해 나란 존재는 얼마나 작은가를 파악해야 합니다. 삼라만상을 좌지우지하시는 그분 앞에 나의 힘, 나의 능력, 나의 지식은 참으로 보잘 것 없구나, 참으로 초라하구나, 하는 사실을 온 몸으로 체득해야 합니다. 그 결과 결국 내가 아무리 뛰어봐야 그분 손바닥 안이로구나, 결국 내가 살길은 그분 자비의 품안에 안기는 일이로구나, 하며 철부지 어린이처럼 그분께로 다가서는 것이 겸손의 참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겸손하지 못할 때, 우리 신앙의 눈은 멀어버립니다. 내 능력만 믿습니다. 내 건강만을 믿습니다. 내가 지니고 있는 통장 잔고만을 믿습니다. 내가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만 믿습니다. 겸손하지 못할 때 우리의 기도가 아무리 그럴듯하고 있어보일지라도그 기도는 예수님께서 신랄하게 비판하시던 바리사이의 기도로 전락하고 맙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만만하던 바리사이의 기도를 완전히 깔아뭉개시고 너무나 부끄러워 얼굴도 들지 못한 채 성전 기둥 뒤에 숨어 서서 바치던 세리의 겸손한 기도 ,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를 높이 평가하셨음을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겸손의 덕을 지닌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놀라운 은총이 뒤따르는데, 그것은 아무리 짓눌려도 다시 일어설 힘이 생깁니다. 아무리 무거운 십자가가 따라 다닌다 하더라도 기쁘게 십자가를 지고 갈 용기가 생깁니다. 아무리 직면하기 어려운 사건, 대하기 이웃이라 할지라도 미소 지으며 맞이할 여유가 생깁니다.

 

이렇게 겸손의 덕을 지닌 사람에게는 기적까지 일어납니다. 원수를 용서할 뿐만 아니라 사랑할 수 있습니다. 거듭되는 환난과 시련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기도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네 삶이 아무리 비호의적이며 고통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Yes라고 응답할 수 있습니다(생활성서 기도레슨 20129월호 게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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