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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거룩한 교환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27 조회수718 추천수9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성 시몬과 성 유다 타대오 축일


<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가운데에서 열둘을 뽑아 사도라고
 
부르셨다.>


복음: 루카 6,12-19







그리스도(Young Jew as Christ)


렘브란트 작, (1656), 베를린 국립 박물관


     < 거룩한 교환 >

         

얼마 전에 끝난 주군의 태양이란 드라마가 있습니다. 인물 설정은 이렇습니다. 태양은 여자인데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습니다. 죽은 사람들을 보는 것은 너무 무섭고 고통스러운 일이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합니다. 옥탑 방에서 불쌍하게 살아가던 태양은 우연찮게 주군을 만납니다. 어렸을 때 사랑했던 여자로부터 배신당했던 상처를 안고 있는 주군은 커다란 백화점의 사장입니다. 인간관계에 대해선 관심이 없고 사람도 돈 때문에만 상대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제일 싫어하는 것은 누가 자신의 몸에 손을 대는 것입니다.

그런데 태양이 귀신에게 쫓기다가 주군과 부딪히게 되었는데 쫓아오던 귀신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입니다. 인간몰골이 아닌 태양이 자신의 몸에 닿는 것을 소름끼칠 정도로 싫어하는 주군은 다시는 태양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지만, 태양은 주군의 몸을 만지거나 손을 잡으면 귀신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편안하게 잠도 한 숨 잘 수 있는 것입니다. 주군의 상처는 차차 태양의 발랄함과 사랑에 의해 치유되는데, 그럴수록 태양은 주군의 품 안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결국 주군은 태양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는 것이 자신의 오랜 상처로부터 치유되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이런 설정은 받아들임이란 것이 다른 사람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음을 알기는 하지만, 내가 풀어내지 못한 상처가 있다면 누군가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그 상처는 누군가의 사랑을 통해 치유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저도 얼마 전에 저희 성당 청년 하나가 희귀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을 때 중환자실로 병자성사를 주러 간 일이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바이러스 감염 환자의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온 몸이 부어 있었고 눈두덩이도 부어 있어서 눈을 제대로 깜빡일 수도 없었고 눈은 검은자보다 흰자가 더 많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청년에게 병자성유를 바르는데 얼핏 바이러스가 옮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살이 닿지 않는다면 어떻게 성유를 바를 수 있겠습니까? 살이 닿는다는 것은 상대의 것이 나에게 옮겨올 수 있다는 것을 감수할 수 있어야하는 것입니다. 주기 위해 필연적으로 상대의 것을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군중들은 모두 예수님께 손을 대려고 했다고 합니다. 병자가 예수님께 손을 댄다는 것은 물론 그들은 치유의 은총을 얻겠지만 예수님은 부정한 사람이 됨을 감수하시는 것입니다. 12년 동안 하혈병을 앓던 여인이 예수님의 옷자락을 잡아 병이 치유되었는데 이 역시 예수님은 부정한 여인에게 몸을 닿았기 때문에 유다인들의 법으로는 부정한 사람이 된 것입니다.

이런 것을 신학에서는 거룩한 교환이라고 합니다. 내가 지닌 좋은 것을 주고 다른 사람이 지닌 나쁜 것을 대신 받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뒤집어쓰시고 대신 당신의 거룩한 은총과 생명은 우리에게 주신 구원의 신비가 거룩한 교환인 것이고 미사 때 가끔 들을 수 있습니다.

 

한 번은 정신이 오락가락 하시는 병자에게 병자영성체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정신이 없으셔서 성체를 인지하지 못하셨습니다. 오물오물하기는 하는데 넘기지 못하셨고 급기야는 고춧가루와 함께 섞여서 뭉개져버린 성체를 뱉어내셨습니다. 성체이기는 하지만 역겨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옛 신부님들은 결핵 환자들이 모시다가 뱉은 성체도 그 자리에서 영하셨다는 말씀이 생각나 그것을 제가 모셨습니다. 몇 시간 동안 속이 거북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 솟아나는 평화는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 예수님께서도 우리를 위해 우리 죄들을 당신 것으로 하실 때는 너무도 역겨우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살리시고 아버지 뜻을 따르셨다는 생각에 마음에서는 평화가 샘솟았을 것입니다. 이것이 거룩한 교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평화인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사촌 형제로 여겨지는 유다 타대오와 독립 운동가였다가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 시몬의 축일입니다. 여러 전승이 있지만 유다 타대오는 페르시아에서 전쟁용 도끼에 맞아 순교했다고 전해지고, 시몬은 톱에 몸이 잘려 순교했다고 전해집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거룩한 교환을 잇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죽어야하는 이들을 위해 그 죽음을 내가 대신 받으며 내 안에 있는 영원한 생명의 불을 전해주는 것. 내 안에 있는 좋은 것들을 지키려고 하면서 어떻게 그 좋은 것을 동시에 줄 수 있겠습니까?

선거철에 시장 사람들을 좋아한다며 악수를 하고 다니다가 한 아주머니가 손을 잡으려고 뛰어오니 자신의 손을 뒤로 감추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내가 더럽혀지지 않는다면 내가 손해 보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이웃을 깨끗하게 하고 부유하게 하겠습니까? 우리도 거룩한 교환의 삶을 살아가며 이웃의 더러움과 가난을 나의 것으로 하고, 또 나의 깨끗함과 부유함을 이웃에게 주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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