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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01 조회수551 추천수4 반대(0)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습니다. 11월 달의 11은 기찻길과 비슷하게 생겼고, 다리와 비슷하게 생겼고, 젓가락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연결해 준다는 것입니다.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11월 한 달은 나와 만나는 이웃들을 하느님께로 안내할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11월 한 달은 교만, 이기심, 시기, 분노, 미움을 털어버리고 친절, 겸손, 인내, 사랑, 희망, 믿음의 동네로 넘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1월 달은 저의 작은 형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은 형은 큰 형과 저의 중간에서 늘 힘들게 지냈습니다. 큰 형은 장남이기 때문에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제 앞가림을 잘 하는 편이기 때문에 사랑을 받았습니다. 작은 형은 장남도 아니었고,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장남에게 밀리고, 동생이 치고 올라와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11월도 비슷합니다. 10월에는 과일이 풍성하게 열리고, 단풍도 멋지게 들어서 사람들이 즐거워합니다. 12월은 한해를 마무리하는 달이고, 성탄절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이 즐겁습니다. 하지만 11월은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습니다.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면서 쓸쓸함을 느끼는 달 같습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낙엽이 떨어지지 않으면 새로운 잎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추운 겨울이 다가 올 때 낙엽이 되어 떨어지지 않으면 나무는 얼어붙은 대지위에서 양분을 얻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것은 긴 겨울을 이겨내려는 나무의 지혜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11월의 첫 날이고, 모든 성인들을 기억하는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입니다. 저희 집안은 5대째 천주교를 믿는 집안이어서 순교자들도 있고, 고향에는 모두가 교우인 교우 촌도 있습니다. 예전에 부모님을 모시고 동생수녀님과 함께 고향엘 다녀왔습니다. 가는 길에 천호성지되재공소를 순례하였습니다. 천호성지는 하느님을 부른다는 뜻이고, 그곳에는 순교성인들의 유해가 모셔져 있었습니다. ‘되재공소는 잘못 발음을 하면 돼지 공소처럼 들리는 곳이었습니다. 되재 공소는 특이한 점은 성당 안의 가운데가 제단을 중심으로 벽이 있었습니다. 한쪽은 남자 교우들이 다른 한 쪽은 여자 교우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유교의 전통이 어우러진 성당이었고, 예전에는 많은 성당이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되재 공소를 둘러보면서 뒷동산에 있는 2개의 묘소를 보았습니다. 두 분 모두, 프랑스 선교사 신부님이셨고, 30대의 젊은 나이에 한국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한분의 묘비명에는 행복하여라, 가난한 이들, 하늘나라가 너희의 것이다.’라는 마태오 복음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다른 한분의 묘비명에는 좀 특이한 말씀이 있었습니다. ‘교우들 보아라! 최후의 심판 날에 너희는 하느님께 머라고 답을 하겠느냐!’ 그 말씀을 묵상하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저는 어릴 때,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습니다. 천주교 신자이면서 가난 한 것, 셋째 아들로 태어난 것, 키가 작은 것, 아버님이 엄하신 것들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비야 씨의 그건 사랑이었어!’라는 글을 읽으면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한비야 씨는 세상을 기쁘고 즐겁게 사는 분입니다. 책의 첫 번째 글의 제목은 나는 내가 너무 좋아!’입니다. 첫째는 자신의 성이 씨인 것이 좋다고 합니다. 변 씨이면 이름이 변비야 이고, 노 씨이면 이름이 노비야 이고, 나 씨이면 나비야 이고, 왕 씨이면 왕비야 일 텐데 한 씨라서 부르기 편하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셋째 딸이라서 좋고, 세 번째는 한국인이라서 좋다고 말을 합니다. 아직 오지 않은 걱정 때문에 오늘 인상을 찡그리기 보다는, 오늘 주어진 일을 기쁘고 즐겁게 하며 살겠다는 그녀의 마음, 그녀의 태도가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그녀는 또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인생은 苦海라는 인생은 고통의 바다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시고, 고통의 바다에서 헤매는 것을 좋아하실 리 없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이 세상에 살면서 기쁘고 즐겁게 살기를 바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합니다. 물론 바다라는 측면에서 늘 잔잔하지는 안겠지만, 그래도 인생은 즐거움의 바다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저도 제 자신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고향이 전라북도 완주군 구이면 안덕리 용소인 것도, 신앙인의 후손이라는 것도, 땅 값 비싼 명동에 두 번씩이나 사는 것도, 언젠가 가야 할 곳이 있고, 그곳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모든 성인의 날을 지내며 성인들은 한결같이 감사하면서 살았고, 주어진 인생을 받아들였고’, 기쁘게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11월 첫날을 지내며, 또한 위령성월을 시작하면서 곰곰이 생각합니다. ‘최후의 심판 날에 너는 무어라 답하겠느냐!’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는 하느님께서 주신 저의 인생이 맘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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