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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친구가 되어주세요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02 조회수710 추천수10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연중 제31주일


<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


복음: 루카 19,1-10







그리스도(Young Jew as Christ)


렘브란트 작, (1656), 베를린 국립 박물관


     < 친구가 되어주세요 >

          

한 비신자 부모님이 자녀 둘을 이끌고 상담을 하자며 저를 찾아왔습니다. 둘 다 고등학생 남자 아이들이었는데 아이들이 워낙 속을 썩여서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자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고 2짜리 형이었는데, 그 아이는 학교를 안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말로는 학교 간다고 하고 밖에서 놀다 들어오고 또 학교까지 데려다 주어도 2교시를 못 버티고 나와 버린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공부를 안 해도 좋으니 학교 마치는 시간까지만 붙어있어 달라고 아무리 애원해도 선생님 말을 무시한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학교 안 가고 PC방에서 돈까지 훔치려다 아저씨에게 혼이 나고 부모님이 불려가기도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부모님을 화나가 하는 것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아무리 물어보아도 전혀 입을 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냥그랬다는 것입니다. 보고 있던 저도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학교에는 안 가면서 자퇴는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 아이의 친구들도 모두 자퇴한 학생들이었는데 선생님과 부모님이 그러려면 차라리 자퇴를 하라고 해도 자퇴만은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그 아이가 사귀는 자퇴한 여자 친구가 그 아이에게 자퇴만은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 아이는 어떤 누구의 말은 안 들어도 여자 친구의 말은 듣고 따르려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모든지 할 수 있어.’라고 하는 노래가사처럼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상대가 바라는 것을 해 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 사람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원하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생활방식입니다. 그렇게 받아들임은 내 삶이 그 사람을 닮게 만듭니다.

 

사람이 혼자서만 살 수 없는 이유는 누군가를 받아들이며 그 사람의 생활양식까지 받아들이며 배워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늑대에게 길러진 아이는 인간으로 온전히 자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사람이 되기 위한 아무 것도 배울 수 있는 상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성 안에서만 살며 아무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미국 이민 온 한 한국 대학생이 있었습니다. 항상 음울하고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외톨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모욕적인 사건을 겪게 됩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이 학생에게 소리를 내어 책을 읽어보라고 합니다. 남 앞에서 발표하기를 부끄러워하는 그는 당황했고, 선생님은 읽지 않으면 F학점을 주겠다고 위협합니다. 그는 마지못해 일어나 책을 읽었습니다. 워낙 사회성이 없었던 이 청년은 웅얼거리듯 책을 읽었고 이것이 반 아이들의 조롱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너희 나라로 가버려.”

그는 한 방송국에 동영상을 보냈습니다. 거기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너희가 그 심정을 아는가. 얼굴에 침 뱉는 인간들 앞에서 느끼는 굴욕감. 쓰레기를 삼키는 것 같은 그 비참한 심정을 아는가?”

사실 이런 사람은 늑대에게 키워지는 것보다 더 비참합니다. 그 아이들은 늑대에게라도 받아들여졌지만, 이런 사람은 누구에게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는 세상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했고, 분노와 복수심이 불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회에서 해 준 것은 항우울제를 처방해주는 것뿐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약이 아니라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 필요했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 안에 들어와 자신을 변화시켜 줄 치유자인 구원자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결국 이 아이는 총을 들어 32명의 학생들을 죽이고 그 자리에서 자신도 자살합니다. 과연 이 비극의 책임이 조승희 한 사람에게만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위스콘신 대학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 박사는 원숭이로 재미있는 실험을 합니다. 갓난 원숭이를 어미와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혼자 살게 한 것입니다. 물론 다른 환경과 먹이는 최상으로 공급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격리 원숭이가 자라면서 보여주는 행동을 관찰했습니다.

격리원숭이는 정신분열증 환자처럼 이상한 자세로 하루 종일 앉아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자기 발을 물어뜯어 피를 흘리는 자해행위도 했습니다. 새끼를 낳았을 때는 새끼를 돌보지 못하는 비정한 어미가 되었습니다. 예컨대 실험자가 긴 막대기로 새끼를 위협했을 때, 새끼는 비명을 지르며 어미 품으로 피했습니다. 정상적인 어미라면 새끼를 품에 안고 공격자를 피해서 달아나야 하지만, 격리 원숭이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새끼 원숭이를 위협하여 쫓아버렸습니다. 그리고 격리원숭이를 원숭이 집단에 넣어보았습니다. 당연히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외떨어진 상태로 허공만 바라보고 때로는 자기 발가락을 빨거나 자기 성기를 만지며 자기 쾌락에 빠졌습니다. 다른 원숭이가 조금만 다가와 몸에 손을 대려하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 구석에서 몸을 떨었습니다. 보통은 어머니로부터 관계라는 것을 배워가지만 이 원숭이는 그것을 배우지 못해 모두가 자신을 위협하는 두려운 존재로 인식했던 것입니다.

위스콘신 연구팀은 비정상적으로 자란 격리 원숭이를 치료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바로 치료자 원숭이(therapist monkey)’를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치료자 원숭이는 생후 3개월 된 원숭이들이었습니다. 원숭이가 생후 3개월이 지나면 상대의 기분을 살피는 능력이 생기는데, 상대가 자기에게 적대적인가 아닌가를 살필 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에 격리원숭이는 치료자 원숭이가 들어오자 매우 불안해했지만, 엄마의 따듯한 사랑만 받고 세상의 험악함을 모르는 순결한 치료자 원숭이가 겁도 없이 다가가 만져주고 쓰다듬어주니 시간이 갈수록 격리 원숭이도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같이 놀고, 이제는 서로 털을 손질해 주게 되었습니다. 남에게도 무언가를 해 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위스콘신 연구팀은 원숭이 전문가를 초빙하여 우리 안에 정상 원숭이와 격리 원숭이를 함께 넣고 그들이 노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격리 원숭이를 골라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원숭이 전문가는 격리 원숭이를 골라낼 수 없었습니다. 완벽하게 치료되었던 것입니다.

[이무석, 친밀함, 266-269. 293-197]

 

구원자? 이것은 너무 추상적인 말 같습니다.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을 , 친구라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자케오라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 사람에게도 친구가 되어주셨습니다. 물론 자케오는 누군가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로부터 다 미움을 받지만, 그래서 외톨이고 온전한 관계를 맺지 못하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집에, 아니 자신의 마음에 들어와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있는 분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 분이 그리스도였고, 순결한 그리스도는 겁 없이 자케오의 집으로 들어가십니다. 그리고 자케오는 변합니다. 한 사람을 받아들인 것은 그 사람이 원하는 것, 삶의 방식을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자케오는 우리 자신들입니다. 누구나 이 세상에서는 외톨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에 찾아오셔서 우리를 당신 모습대로 살게 해 주신 분이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니 예수님처럼 우리도 친구가 되어주기 시작합니다. 구원이란 다름 아닌 자신의 성 안에 갇혀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조승희와 같은 수많은 범죄자들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누군가는 그 사람에게, 집단따돌림 당하는 외톨이에게 친구가 되어 주어야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를 받아들인다면 나를 닮은 것이기 때문에 내가 그리스도를 먼저 닮아있어야 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완전한 인간의 원형이시고 그분만이 참 구원자이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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