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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03 조회수836 추천수5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3년 11월 3일 연중 제31주일
 
 
Zacchaeus, come down quickly,
for today I must stay at your house.
(Lk.19,5)
 
 
제1독서 지혜 11,22─12,2
제2독서 2테살 1,11─2,2
복음 루카 19,1-10
 
어제는 인천 백석 천주교묘원에서 위령의 날 미사가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영혼들을 위한 미사, 특별히 연옥 영혼들이 하루빨리 주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사실 미사를 위해 교구청에서 떠나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걱정이 되더군요. 미사가 이루어지는 성직자 묘원에는 비 피할 곳이 없거든요. 그래서 예년과 달리 위령의 날 미사에 참석하시는 신자 분들이 적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도착해서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서 함께 기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계속 내리는 빗방울이 우산 틈 사이를 통해 계속 들어오고 있었고, 1시간 정도의 미사 시간 동안 신자들은 젖은 땅에 앉을 수 없어 모두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산 때문에 제대 쪽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단지 말소리만 들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최악의 상태의 미사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아는 교우들을 몇 분 만났는데, 하나같이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신부님, 비가 와서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오늘 미사 너무나 좋았습니다.”

비 오고, 사람 많고, 다리 아파서 나빴다고 이야기를 해야만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좋았다고 말하는 것이 참 이상했지요. 그런데 모든 환경이 만족스러운 본당에서의 미사를 떠올려 봅니다. 본당에서는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비 맞지 않고 미사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우산 때문에 제대가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춥지도 않습니다. 어제 위령의 날 미사에 비교한다면, 본당에서 행해지는 미사는 정말로 가장 좋은 미사라고 말해야 합니다.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이 미사가 힘든지, 영성체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 돌아가십니다.

주변의 환경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내 마음이 열려 있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바로 주님을 맞아들이려는 마음에 따라 가장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짜증을 낼 수 있고, 가장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행복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자캐오를 보십시오. 그는 부자였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이 경멸하는 세관장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 키가 작아서 예수님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체면에도 상관없이 돌무화과나무 위로 올라갑니다. 그가 오른 돌무화과나무 역시 그렇게 중요한 나무가 아닌, 아주 보잘 것 없는 나무입니다.

모든 상황이 안 좋았습니다. 그러나 자캐오는 이렇게 안 좋은 상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고 구원이라는 큰 선물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크고 대단한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주님을 향한 간절한 마음이 없다면 어떤 좋은 상황도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캐오처럼 간절한 마음, 자신의 단점과 부족함을 극복하려는 노력, 주님 앞에 모든 것을 내어 놓은 열린 마음 등이 예수님을 만나고 구원의 길에 들어 설 수 있게 합니다.

지금 내 모습을 생각해보세요. 혹시 좋은 상황에서도 부정적인 마음으로 나쁜 상황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또 나쁜 상황에 놓였다고 그냥 포기하고 주저앉은 것은 아닌가요? 자캐오의 모습을 닮아 구원을 향해 힘차게 걸어가는 우리가 되도록 합시다.

매 순간 자신을 잃지 않고 버티는 자는 반드시 한 송이 꽃을 피운다(허허당).

 
천막 속에서의 미사. 주교님 강론 중.

 

 
길들여짐.

사육당한 동물은 아예 길들여져서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지요. 아기 코끼리 때에 쇠사슬에 묵어 두면, 나중에 힘 센 성인 코끼리가 되어 충분히 그 쇠사슬을 끊을 수 있는데도 가만히 있습니다. 또 오랫동안 새장에 갇혀 있던 새도 밖에 내놓아도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를 맴돕니다. 벼룩도 그렇지요. 자기 몸의 20배 이상의 높이를 뛰는 벼룩이지만, 아주 낮은 상자에 오랫동안 가두었다고 밖에 꺼내놓으면 10배도 채 뛰지 못한다고 합니다.

우리 인간 역시 세상의 물질적인 것들에 길들여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그 물질적인 것들이 없다고 좌절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들을 그러한 식으로 길들이지 않습니다. 주님께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길들입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그 안에서 희망을 간직할 수 있도록 길들입니다.

이러한 주님을 두고 누구를 쫓겠습니까? 주님이 아닌 세상의 것들에 길들여져 있었던 내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주님께 철저하게 길들여져 있을 수 있도록 그래서 가장 행복한 내가 되었으면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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