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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비하신 하느님 - 2013.11.8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08 조회수414 추천수6 반대(0) 신고

2013.11.8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로마15,14-21 루카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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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하신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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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을 묵상하던 중

문득 떠오른 마태복음의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마태20,1-16)였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들려주신 ‘약은 집사의 비유’에서

어떤 부자 역시 ‘선한 포도밭 주인’처럼 자비하신 하느님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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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현실에 정통하신 자비하신 하느님입니다.

어떤 부자를 통해 환히 계시되는 자비하신 하느님입니다.

하느님께 우선적인 관심사는

불의한 집사의 과오가 아니라 그의 미래의 생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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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소문이 들리는데 무슨 소린가?

집사 일을 청산하게.

자네는 더 이상 집사 노릇을 할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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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에 대한 약은 집사의 반응입니다.

어떤 부자의 냉정한 처사에 좌절한 것이 아니라 즉시 살 길을 찾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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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이렇게 했지만 어떤 부자로 상징되는 자비하신 하느님의 고뇌도 깊었을 것입니다.

불의한 집사의 현실을 묵과할 수도 없고, 그의 미래도 걱정되고

참 진퇴양난의 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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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한 집사의 반응이 참 기민하고 영리합니다.

자비하신 하느님으로 상징되는 주인의 심중을 깊이 헤아렸음이 분명합니다.

약은 청지기 처럼 때로 충분히 숙고한 후

대담하게 일단 일을 저질러 놓는 것도 위기 타개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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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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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하신 하느님은 분명 불의한 집사의 이런 미래 현실을 예상하셨을 것이고,

그가 땅을 파거나 빌어먹게 되는 비참한 현실을 추호도 원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벙어리 냉가슴 앓는 하느님의 고민을 불의한 집사가 지혜롭게 해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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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한 집사는 즉시 살길을 찾아 결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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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에게 빚진 이들을 불러

기름 백 항아리 빚진 이에게는 빚 문서에 쉰으로 적게 하여 쉰을 감해주고,

밀 백 섬 빚진 이는 빚 문서에 여든으로 적게 하여 스무 섬을 감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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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윤리의 차원에 앞선 생존의 차원입니다.

이런 세세한 것까지 하느님이 가르쳐 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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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자로 상징되는 자비하신 하느님은 내심 불의한 집사가 고마웠을 것입니다.

불의한 집사의 미래가 저절로 해결됐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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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한 집사가 정직하게 사실대로 실토하고 쫓겨났을 때

자비하신 하느님의 마음도 편치 않았을 것인데

이런 자신의 심중을 알고 말끔히 해결해 줬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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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떤 부자로 상징되는 무한히 부요하신 하느님께 이런 손실은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재산의 손실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불의한 청지기의 미래의 생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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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1코린13,7).

하느님은 결코 따지고 밝히고 캐고 추궁하는 분이 아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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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하신 하느님은 누구나 기본적 의식주의 보장으로 존엄한 품위의 삶을 바라십니다.

주인(하느님)은 불의한 집사를 칭찬합니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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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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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자녀들 역시 세상의 자녀들처럼

세상사를 영리하게 풀어 갈 것을 원하시는 하느님의 심중을 깨닫습니다.

비둘기처럼 순박하고 뱀처럼 지혜로우라는 주님의 권고도 이와 일맥상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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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한 집사는 예외적인 현상이고,

할 수 있다면 주님의 집사 직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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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름대로 주님의 집사 직을 수행하는 이들입니다.

바로 로마서의 사도 바오로가 충실한 집사의 모범입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깊이 깨달을수록 주님의 충실한 집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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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은총은 내가 다른 민족들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님의 종이 되어,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제직을 수행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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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예수님의 종이 되어 복음을 전하는

사제직의 집사 역을 충실히 수행 사도 바오로의 자랑스러운 삶이 참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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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각자 주어진 집사 직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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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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