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의 모든 것] (8) 미사는 무슨 뜻인가요
성체성사 통해 신자들을 그리스도의 증거자로 파견하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CNS 자료 사진] 라파엘 신부: 지금까지 미사의 대상이신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으니 처음이도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이해하겠지.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미사에 관해 알아보자꾸나. 코로나19로 예비신자 교리를 제대로 못 받고 있는 처음이를 위해 미사를 중심으로 가톨릭 교리에 관한 설명도 덧붙이마. 나처음: 좋아요, 신부님. 미사에 관해 늘 궁금했어요. 라파엘 신부: 미사가 무엇인지 짧게 설명하자면, 미사는 성부께 드리는 감사와 찬미이며, 주님이신 성자 그리스도와 그분의 희생을 기념하는 제사이고, 주님의 말씀과 성령의 힘으로 성체성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주님의 현존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 조언해: 신부님께서는 모든 걸 삼위일체 하느님과 연관 지어 설명하시는군요. 라파엘 신부: 단순히 내가 지어낸 억지가 아니란다. 언해야! 성부께 드리는 감사와 찬미 행위이기에 미사를 ‘성찬례’라고 해요. ‘감사하다’(루카 22,19; 1코린 11,24)와 ‘찬미하다’(마태 26,26; 마르 14,22)는 말은 하느님의 창조 사업과 인간 구원을 위한 속량과 성화의 업적을 찬양하는 말이지. 그래서 초대 교회 때부터 미사를 ‘성찬례’ 또는 ‘감사제’라는 의미의 헬라어 ‘Ευχαριστια’(에우카리스티아)라고 했단다. 또 주님께서 미사를 제자들과 함께 수난 전날 밤 마지막 만찬 때 제정하신 것을 기념해 ‘주님의 만찬’이라고도 표현하지. 이 주님의 만찬은 천상 예루살렘에서 벌어지게 될 어린양의 혼인 잔치를 미리 맛보는 것과도 관련되어 있단다. 그리고 주님의 말씀과 성령의 힘으로 성체성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주님의 현존을 드러내기 위해 미사를 ‘빵 나눔’ 또는 ‘성찬 모임’(Σναξι, 시낙시스)이라고 해. 이처럼 미사에 관한 표현도 풍요롭단다. 조언해: 미사에 대한 다양한 이름이 있다는 게 흥미롭네요. 다른 이름은 없나요? 라파엘 신부: 또 있지. 성체성사가 구세주 그리스도의 유일한 제사를 재현하는 것이기에 미사를 ‘거룩한 희생 제사’ 또는 ‘미사 성제’라고 하지. 또 ‘찬양 제물’(히브 13,15), ‘영적 제물’(1베드 2,5), ‘깨끗하고 거룩한 제물’(말라 1,11)이라고도 하지. 미사가 구약의 모든 제사를 완성하고 이를 능가하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단다. 아울러 성체성사가 성사 중의 성사이기 때문에 미사를 ‘지극히 거룩한 성사’라고도 표현해. 그리고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와 일치하며, 주님과 한 몸을 이루기 때문에 미사를 ‘친교’라고도 표현한단다. 나처음: 그럼 미사는 무슨 뜻인가요. 라파엘 신부: 구원의 신비를 이루는 이 하느님의 거룩한 전례는 일상생활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수행하도록 신자들을 파견(missio, 미씨오)함으로써 끝나기 때문에 ‘미사’(Missa)라고 한단다. 미사(Missa)는 ‘파견하다’ ‘보내다’ ‘해산하다’는 뜻을 지닌 라틴어 동사 미테레(mittere)에서 나온 말로 ‘파견’이란 뜻이지. 이 말은 원래 고대 로마 시대 때 “황제 알현이 끝났으니 돌아가시오” 라거나 법정에서 “폐정했으니 해산하시오”라는 뜻으로 “이테 미사 에스트”(Ite, missa est)라고 한 것을 5세기쯤부터 가톨릭교회가 받아들여 사용하면서 굳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는 말이란다. 미사를 마칠 때 사제나 부제는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또는 “평화로이 가서 주님을 찬양하며 삽시다”라고 하는데, 이 말이 라틴어로 ‘이테 미사 에스트’이지. 우리는 미사 때 받은 은총의 힘으로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말과 행동으로써 선포하도록 각자 삶의 현장에 파견된단다. 나처음: 성당에서 자주 ‘미사 전례’라는 말을 듣는데 미사와 전례는 같은 말인가요 라파엘 신부: 미사와 전례는 교회가 공적으로 하느님을 경배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같다고 할 수 있지. 그러나 미사와 전례는 내용과 방식, 의미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단다. 먼저, ‘전례’는 하느님께 드리는 가톨릭교회의 공적 예배를 말해. 전례는 헬라어 ‘λειτουργια’(레이토우르기아)에서 나온 말로 ‘백성이나 군중의 공공 이익이나 관심사를 위한 봉사’라는 뜻이란다. 히브리어로 쓰인 구약 성경을 헬라어로 번역할 때 성전에서 행해지는 모든 예배 행위를 ‘레이토우르기아’로 표기하면서 그리스도교 용어가 되었단다. 조언해: 신자들이 바치는 개인 기도나 신심 행위는 전례라고 표현해선 안 되겠네요. 라파엘 신부: 그렇지. 전례는 가톨릭교회가 성경이나 성전을 바탕으로 정식으로 공인한 교회의 공식 경신례이기 때문에 개인의 신앙생활과는 엄격히 구별해야 해요. 무엇보다 ‘전례’라고 표현할 때 교회의 공적 예배임을 꼭 유념해야 해. 교회가 공식으로 인정하고 있는 전례는 미사와 교회의 공동 기도인 시간전례, 일곱 성사와 교회가 영적 도움을 얻기 위해 일곱 성사에 따라 제정한 준성사 등이 있단다. 그러나 십자가의 길 기도나 성체조배, 묵주기도 등은 정확하게 말하면 전례가 아니라 신심 행위라고 할 수 있지. 쉽게 말해 교회가 주체가 되어 행하는 경신례는 전례이고, 개인이 주체가 되어 하는 경신례는 신심행위라고 이해하면 돼. 나처음: 그럼 미사는 전례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하나요. 라파엘 신부: 참 좋은 질문이구나. 미사는 가톨릭 전례에서 가장 중요한 경신례이지. 그 이유는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 수난 전날 밤 마지막 만찬 때 미사를 제정하셨고, 사도들에게 당신을 기념해 이를 행하라고 명령하셨기 때문이야.(루카 22,19 참조) 그래서 교회는 미사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 구원을 위해 당신 자신을 십자가의 희생 제물로 바치신 것을 기념하고 현재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단다. 그러나 미사는 단지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만을 기념하는 제사가 아녜요. 미사는 주님이신 예수님의 부활을 함께 기념하는 예식이야. 인간 구원을 위한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은 그분의 부활로 완성되었기 때문이지.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미사를 통해 이 구원 사건을 늘 새롭게 현재화하고 구원의 은총을 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려요. 미사를 찬미와 감사의 희생 제사이자 화해와 속죄의 제사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단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9월 6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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