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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14 조회수924 추천수14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연중 제32주간 목요일


<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


복음: 루카 17,20-25







그리스도(Young Jew as Christ)


렘브란트 작, (1656), 베를린 국립 박물관


     <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에 나오는 꽃을 파는 할머니의 내용입니다.

민혜 아빠는 국립묘지 앞에서 꽃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부근에는 꽃집이 민혜네 하나뿐이라 꽃을 사려는 사람들은 모두 민혜네로 왔습니다. 그런데 묘소 앞에는 허리가 활처럼 굽은 할머니 한 분이 좌판에서 꽃을 팔고 있었습니다.

아빠, 저 할머닌 좀 웃긴 거 같아. 아빠도 알어? 저 할머니가 묘소 앞에 놓인 꽃들을 몰래 가져다 파는 거?”

아빠도 알고 있어.”

아니 팔 게 따로 있지, 그걸 가져다 팔면 어떻게 해? 아무래도 관리소 사람들한테 말해야겠어.”

오죽이나 살기 힘들면 죽은 사람들 앞에 놓인 꽃을 가져다 팔겠니? 그냥 모른 척 해라.”

아빠는.... 모른 척할 게 따로 있지. 저건 옳은 일이 아니잖아. 사람들 얘기 들어보니까 우리 집에서 사다 갖다 놓은 꽃들을 다음날 새벽에 몰래 가져다가 반값도 받지 않고 팔고 있나봐.”

옳고 그른 건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야.”

그래도 저 할머닌 욕먹을 짓을 하고 있잖아.”

민혜야, 다른 사람을 욕해서는 안 돼. 우리도 그 사람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해할 수는 없어도 사랑할 수는 있는 거야.”

겨울에는 추운 날씨 탓인지 묘소를 찾는 사람들이 드물었습니다.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나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하루 서너 명의 손님이 꽃집을 찾는 게 전부였습니다. 묘소를 찾는 사람들이 적으니 묘소에 놓여진 꽃도 적었습니다. 민혜는 꽃을 파는 할머니가 허탕을 치고 가는 모습을 올 겨울 들어 벌써 여러 번 보았다.

어느 날 새벽, 민혜는 묘소 반대편에 있는 시민공원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새벽 공기는 상쾌했습니다. 그때 멀리 보이는 묘소의 중앙 쪽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보였습니다. 양쪽 손에 무언가를 들고 느릿느릿 걷고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꽃을 가져가는 그 할머니 같아 보였습니다.

민혜는 그냥 가려다가 당황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고 싶어서 일부러 그쪽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민혜는 너무 놀라 걸음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희미하게 보이는 그 모습은 할머니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아빠였습니다. 민혜는 동상 뒤로 얼른 몸을 숨겼습니다. 몇 번을 다시 보아도 양손에 꽃을 들고 있는 사람은 아빠였습니다. 설마 아빠가 묘소에 놓인 꽃을 들고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던 일이었습니다. 민혜는 계속 아빠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때 운동복 차림의 한 남자가 거친 숨소리를 내며 아빠의 앞으로 지나갔습니다. 몹시 당황한 듯한 아빠는 양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묘소에 다시 두고는 주위를 살피며 걸어 나왔습니다.

아빠...”

, 아침부터 여긴 웬일이냐?”

아빠는 몹시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아빠, 근데... 왜 묘지 앞에 있던 꽃다발을 들고 있었어?”

민혜는 더듬거리며 물었습니다.

, 봤냐? 겨울이라 하도 꽃을 사가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랬어. 묘소 앞에 꽃이 없어서 그런지, 할머니가 요 며칠째 헛걸음을 하시기에.... 하도 안 돼 보여서 아빠가 꽃을 좀 갖다 놓은 거야.”

겸연쩍게 웃고 있는 아빠에게 민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민혜 아빠는 민혜에게 늘 말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거라고. 우리의 삶이 꺼져갈 때마다 우리를 살리는 건 우리 자신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헌신적인 사랑이라고.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하느님의 나라가 언제 어디에 오느냐고 질문을 해댑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해방과 다윗왕의 영광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대답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보라, 너희 가운데에 있다.”

그들에겐 자신들을 강대국으로 만들어 줄 메시아가 아니면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주시고자 하는 나라는 이미 우리 안에 와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너희 안에있다.”고 하실 때의 안에란 단어는 ‘entos’, (너희) ‘안에’, 혹은 (너희) ‘사이에의 두 번역이 가능합니다. 우리 마음 안에 있을 수도 있고, 우리 관계 사이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신학교 들어가서 불만이 쌓여있고 사람들도 썩 좋아 보이지 않을 때 이틀을 굶고 성체를 영했습니다. 그 성체를 영하면서 예수님은 나에게 당신 모든 것을 다 주고 계신다는 사랑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사랑으로 살아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세상도 사람들도 달라보였습니다. 세상도 사람도 사랑스럽게 보였습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태생소경에게 진흙으로 새로운 눈을 창조해 주셨듯이 새로운 눈이 뜨이게 된 것입니다. 이는 오로지 사랑을 내 안에 받아들임으로써 변한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그 때에서야 알았습니다. 하느님나라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내 안에 받아들이면 만들어지는 세상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각자가 자기가 만든 세상에서 살게 되는데 각자가 만드는 세상의 재료는 바로 자신 안에 있는 것들입니다. 자신 안에 사랑이 있으면 하느님나라를 만들어 그 안에서 사랑하며 살고, 자신 안에 미움이 있으면 그 미움의 나라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안에사랑이 들어오면, 사람들 사이에하느님나라가 완성됩니다. 민혜는 아직까지 자신 안에 완전한 사랑이 들어오지 못했고 그래서 할머니와의 사이에도 사랑의 관계가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이지만, 민혜 아버지는 이미 사랑의 세상에서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이미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이란 뜻이고 그 사랑이 그 사람 안에서 만들어내는 세상에서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들도 바리사이처럼 이 세상의 돈과 명예, 성공이나 남들로부터 인정받으려고 하는 것에서 행복을 찾지는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 속에서는 참 행복을 절대로 발견할 수 없을 것입니다. 돈이나 명예, 헛된 세상 것들이 만들어 내는 세상 속에서 집착하는 고통만 느끼다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하느님나라는 바로 사랑이고, 이 사랑은 내 안에 심어져 이웃을 통해 자라납니다. 행복해지고 싶으면 보이지 않는 하느님 나라를 추구합시다. 나머지 모든 것은 덤으로 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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