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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 세상 저 세상을 오가면서/신앙의 해[359]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15 조회수336 추천수3 반대(0) 신고

 

                                                                                  그림 : 갈뫼못 성당

이 세상은 순간 저세상이 시작되는 끝이 분명 있다. 종말은 이를 구분 짓는 사건이요, 이 세상 저세상을 연결하는 통로이다. 이 세상 모든 게 저세상에서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 모든 건 저세상 삶의 바탕이다. 성경은 이를 심판이란다. 예수님은 비장하게 이 중요한 종말을 아무렇게 준비 없이 살아가는 걸 정말 안타깝게 여기셨다. 

온갖 사치를 누리며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던 한 여인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단다. 천국에 도착하자 천사의 안내를 받았다. 여인은 아름다운 저택들을 지나치며 그중의 하나가 자기가 살 집이려니 생각했다나. 큰길을 지나 훨씬 작은 변두리가 나왔다. 바로 그 언저리에 오두막보다 훨씬 더 나을 게 없는 한 초라한 집에 이르렀다.

천사는 말했다. “이게 네가 살 집이다.” 천사의 이 말에 그녀는 말했다. “뭐라고요? 저 집에서요? 저기서는 살 수가 없어요.” 그래도 천사는 단호했다. “안됐구나. 하지만 네가 올려 보낸 자재들로는 저 정도 밖에는 지을 수가 없었단다.” ‘마음에 뿌린 씨앗’이라는 책에 있는 이야기이다. 현세와 하늘의 곳간이 이렇게 연결된다는 거다.  

죽음을 앞둔 많은 이들이 ‘걸걸걸’ 하며 후회한단다. 대부분은 죽기 전에 ‘좀 더 사랑할 걸, 더 베풀 걸’, 더 참을 걸’이라며 한탄한다. 그들이 하는 이 말들은 아직 건강하게 살아 있는 우리들이 실천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요 의미일 게다. 죽음을 잘 준비하려면 평소의 삶에 충실해야 한다. 죽음의 문제는 곧 삶의 문제인 거니까.  

마치 천 년도 더 살 것처럼 온갖 탐욕과 집착에 젖었을 때는 아예 몰랐던 인생의 진정한 숨은 가치가, 모든 걸 내려놓는 그 죽음 앞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드러난다. 각자의 삶 안에서, 자기만이 가진 고유한 하느님 나라의 신비가 숨어 있다. 소중한 가치를 놓치고 산 이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정녕 후회할 게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실천하며 산 이는 죽음 저 너머의 세계도 결코 낯설지 않으리라.

예수님은 마지막 날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있어도, 또 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어도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 둘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이는 구원받을 이와 그러지 못할 이가 있다는 거다. 다시 말해 구원은 신분보다 자신의 고유한 삶에서 하느님 나라의 가치에 따라 그걸 진정으로 실현하였나에 달렸다는 뜻일 게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는 끝이 호기심이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오직 삶의 결과이니까.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저세상이 결정되니까. 사실 이승의 인연과 체험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 모든 건 저세상을 살아갈 기초와 바탕이다. 종말의 준비는 이처럼 중요하리라. 낙엽 지는 이 계절에 현실의 삶을 한 번 더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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