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정직한 시간들 -고구마 수확
작성자김은정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16 조회수1,305 추천수4 반대(0) 신고
정원공사를 하기 전에 집주인아저씨가, 
잔디하지 말고 농사지으면 어떻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저는 싫다고했어요, 그냥 잔디 깔아달라고요.

그게
첨엔 저도 농사지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집 계약하러 갔다가 우연히 정원을 보게 되었는데,
농사를 지으시는 것인데, 여기저기 너무나 정신없이 나무에, 야채에 아예 한쪽은 잡초더미가 되었더라고요.
그거보고나니까, 정원을 농사지을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옆귀퉁이에 조그만 땅만 남겨두고는 다 잔디로 깔았어요.
 과일나무 몇개를 심었고요.

그런데 제가 이사할때에 가져온  화분안에서 고구마줄기가 나와서 자라고 있었어요.
제가 마켙에서 사온 고구마가 싹이 나서 그것을 잠시 화분에 두었다가 버렸는데,
거기에 새순이 떨어져서 자라기 시작했나보더라고요.

그래서 8월초에 정원공사하면서 저도 한쪽에다가 흙을 붇돋워주고
북을 일구어서 고구마 줄기를 잘라서 묻어주었고,
고초모종을 몇개 사다가 심었어요.

그리곤 줄기가 무성해지면서는 줄기따서 반찬해먹고, 고추 모종에서 고추를 따서 먹곤했는데.
그런데 고구마를 너무 늦게 심어서 과연 고구마가 속이 들까 했거든요.

이제 날이 추워져서 더이상 고구마가 자라지 않을거 같고, 잎파리를 갉아먹는 벌레가 생긴거 같아서 
고구마줄기를 걷어냈어요.
그리곤  땅을 파보았어요.

아이 주먹만한 고구마가 달려있었어요!!!!!!!!
어찌나 반갑더니요!!!!

한열개 달렸어요.

원래 고구마는 5월에 심어야 가을에 어른 두주먹만하게 나오는데
이것을 8월에 심었으니,
사실은 시간이 안되서 자라다 만것이에요.
그래도 그만큼이라도 자랐으니 얼마나 장하던지요.

대여섯개의 골에서 열개정도 나왔는데 진짜 아이 주먹만한것을 보니,
시간이 얼마나 정직한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늦게 심었어도, 자기가 할일을 충실히 해낸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요새 사실은 시간에 대해서 묵상을 하고 있었거든요.
시간은 모두의 머리위에서 공평하게 흐르고 있어서,
치열한 사람에게도,
게으른 사람에게도 다 같은 시간이 적용이 되는것인데,
자기에게 적용된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선택이라는것을 묵상하고 있었거든요.

양으로 같은 시간인데도
그시간은 각자에게 다 다르게 적용된다는것입니다.
자신이 보낸 시간의 양이 질로 환산될때에,
삶의 열매를 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이고구마는 아마도 자기가 보내야 할시간을 충실히 살았을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작지만 열개의 열매를 제가 보고 있으니,
고구마가 시간을 정직하게 보내주었음을 보게 해주는것이지요.

저의 시간도 이고구마처럼,
늦었다고 불평하지 않고, 그 주어진 시간만이라도 충실할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시간은 반드시 저에게 어떤식으로든 제가 살아온 열매를 보여줄것이라고 생각하니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싶습니다.

참으로 정직함은 충실함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