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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개안(開眼)의 여정 - 2013.11.18 연중 제33주간 월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18 조회수311 추천수6 반대(0) 신고

2013.11.18 연중 제33주간 월요일, 마카오베 상1,10-15.41-43.54-57.62-64 루카18,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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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안(開眼)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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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영적 삶은 ‘개안의 여정’입니다.

끊임없이 새롭게 눈이 열려 알아가는 개안의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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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있다고 다 보는 것이 아닙니다.

제대로 보지 못해 편견이요 선입견이며, 오해요 착각입니다.

그러니 제대로 '있는 그대로' 편견 없이 보기는 얼마나 어려운지요.

역설적으로 눈 뜬 맹인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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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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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눈이 열려 하느님을, 있는 그대로의 실재를 볼 수 있는 이들이

행복한 사람, 부요한 사람입니다.

보지 못해 불행이요 볼 수 있어 행복입니다.

언젠가 어느 분의 평화로운 모습이 신기하여, 삶이 좋아졌는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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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워 보입니다. 전에는 참 어려웠는데 지금은 좋아졌는지요?”

“아니에요. 어려운 삶은 그대로입니다.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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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져야 할 것은 환경이나 사람 이전에 나의 보는 눈입니다.

진정 자유도 '봄(見)'에 달려있음을 깨닫습니다.

점차 보는 눈의 시야가 깊고 넓어져

‘하느님 사랑의 눈’을 닮아 갈수록 자유로운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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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의 ‘길 가에 앉아 구걸하고 있는 눈 먼 이’는

바로 우리의 눈 먼 존재를 상징합니다.

제대로 보지 못해 갈 길을 잃고 주저앉은 이를 상징합니다.

주목할 점은 그가 보고자 하는 갈망에 깨어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갈망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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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우리 눈을 멀게 하는 것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왜곡된 보도로 우리 눈을 멀게 하는 대중 매체의 피해가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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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독서의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임금의 우민화정책이 참으로 정교합니다.

피지배 백성인 이스라엘인들 고유한 문화를 없애고

강대국인 그리스문화를 이식함으로 이들의 민족혼을 빼앗으려 합니다.

하여 이스라엘에서도 많은 이들이 임금의 종교를 좋아하여

우상들에게 희생제물을 바치고 안식일을 더럽혔고,

율법서는 발견되는 대로 찢어 불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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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보는 눈을 잃고 정체성을 상실해 가는 불행한 모습들입니다.

반면 제대로 보는 눈을 지닌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부정한 것을 먹지 않기로 굳게 결심했고,

음식으로 더럽혀지거나 거룩한 계약을 모독하느니 차라리 죽기로 작정하였고

그렇게 죽어갔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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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이제나 반복되는 역사는 여전합니다.

여론을 오도하여 눈 뜬 맹인들로 만드는 대중매체의 해악이 참 큽니다.

제대로 보기는 얼마나 힘든 일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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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의 걸인의 간청은 그대로 우리가 미사 때 바치는 자비송입니다.

‘예수의 이름을 부르는 기도’도 여기에서 유래합니다.

보고자 하는 갈망은 저절로 간절한 기도로 표출되기 마련입니다.

사실 열린 눈으로 제대로 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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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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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눈을 열어주실 분은, 개안의 은총을 주실 분은 주님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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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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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눈 먼 걸인은 물론

이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자비로운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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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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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걸인은 물론 우리의 간절한 소망도 이것 하나뿐입니다.

제대로 봐야 올바른 삶, 올바른 분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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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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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믿음이 아니라, 보고자 하는 간절한 갈망으로 표현된 눈 먼 걸인의 믿음입니다.

이런 믿음에 대한 주님의 응답입니다.

일방적인 기적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과 주님의 은총이 만날 때 기적입니다.

마지막 해피엔드로 끝나는 장면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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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즉시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하느님을 찬양하며 예수님을 따랐다.

군중도 모두 그것을 보고 하느님께 찬미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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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을 보라고 있는 눈이요, 주님을 찬양하라고 있는 입이요,

주님을 따르라고 있는 발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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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은 그대로 미사장면을 압축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마음의 눈’을 열어주시어

당신을 뵈오며 찬미하게 하시고 당신을 따라 오늘 하루를 살게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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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요한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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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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