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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대한 어머니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19 조회수599 추천수11 반대(0) 신고
 

 위대한 어머니

 

우리나라 부모님들처럼 성장기 자녀들을 위해 그야말로 올인하는 분들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자녀를 위해서라면 저돌적입니다. 자녀를 위해 이 한 목숨 희생까지도 할 태세입니다. 그러다보니 그 자녀사랑이 너무 지나쳐 집착이 되고 아이 어른을 만들기도 합니다. 나이 서른 마흔이 되어 겉모습은 멀쩡한 어른인데 대화를 해보면 아직 아이인 어른 말입니다.

 

알고 지내는 교수님들, 기업체 임원들로부터 가끔씩 듣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우스갯소리로 그러는가 여겼는데 진짜랍니다. 교수님 한분은 한 학생의 극성 어머니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랍니다. 수업태도나 답안지가 영 아니어서 성적을 낮게 매겼더니 어머니가 전화해서 대판 항의를 하더랍니다. 기업체 임원께서는 한 신입직원의 부모로부터 항의전화를 받고 뒤로 넘어지는 줄 알았답니다. 항의의 요지는 왜 자기 아들을 그렇게 늦게 퇴근시키는가? 왜 그렇게 어려운 파트로 보냈느냐?’입니다.

 

우리 부모님들의 자녀 사랑이 지나쳐 과잉보호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식이 원하는 것이라면 전국산천을 다 뒤져서라도 사다주고, 자녀가 직접 할 수 있는 일들조차 사사건건 대행해주다보니 나이 들어서도 난감한 일을 부모가 대신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자녀들은 스스로를 쳐다보며 내가 혹시 전생의 왕자인가?’ 착각하면서 귀공자처럼 살아갑니다. 배려나 자기 성찰,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고 편리주의, 특권의식, 극단적 자기중심주의만 남아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바라보면서 우리 부모들께서 자녀들에게 물려줄 것 중에 가장 큰 유산이라면 어떤 것일까 생각해봅니다. 자녀 한 명당 한 100평되는 아파트 하나 물려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자녀 한명 당 20억 정도씩 통장에 남겨주면 좋아들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부모들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하며 안심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큰 오산입니다. 재산이란 것, 있다가도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것이 재산입니다. 대단해 보이는 부동산도 사라지려고 하면 순식간입니다. 결국 자녀들에게 물려주면 좋을 가장 좋은 유산은 신앙입니다. 그냥 신앙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신앙, 참된 신앙, 살아있는 신앙 말입니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아가다보면 갖은 역경 앞에 서게 됩니다. 갖은 우여곡절을 겪는 거지요. 일이 잘 풀려나가다가도 한 순간에 인생의 가장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쳐지기도 합니다. 그 순간 좌절하지 않고, 실망하지 않고 다시금 일어설 줄 아는 낙관적인 인생관, 긍정적인 삶의 가치관을 지니게 해주는 것, 그것보다 더 큰 유산은 없습니다. 그 역할을 해주는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바로 종교입니다. 신앙생활입니다.

 

살면서 고통이 다가올 때, 시련이 찾아올 때도, 주님께서 주시는 것이려니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신앙, 어떤 역경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살아가는 그런 낙관적인 삶을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처럼 좋은 선물은 다시 또 없을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 제1독서인 마카베오기에 등장하는 일곱 형제의 어머니는 정말 위대한 어머니, 모든 신앙인들의 모델이 되어야 할 모범적인 어머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현실적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볼 때 그녀처럼 기구한 어머니도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녀는 적대자 안티오쿠스 앞에서 이미 6명의 자녀를 잃었습니다. 끝까지 하느님을 저버리지 않은 그녀의 여섯 아들을 폭군은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처참하게 학살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남은 아들은 오직 한명, 막내였습니다. 아무리 신앙심이 대단한 어머니였지만 막내만큼은 살려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폭군도 은근슬쩍 타협을 제안합니다. 막내만 배교하도록 설득하면 막내뿐만 아니라 어머니까지 살려줄 것이며 벗으로 삼고 물 좋은 자리까지 제공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끝까지 하느님을 저버리지 않습니다. 그녀는 일곱 아들이 단 하루에 죽어가는 것을 자신의 두 눈으로 지켜보면서도 끝까지 주님께만 희망을 둡니다. 그녀는 조상들의 언어로 아들 하나하나를 격려하며 먼저 하느님께로 떠나보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막내아들에게 이렇게 권고합니다.

 

아들아, 이 박해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형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죽음을 받아들여라. 그래야 내가 그분의 자비로 네 형들과 함께 너를 다시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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