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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봉헌금/송영진 모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20 조회수824 추천수13 반대(0) 신고

봉 헌 금

 

 

 

 

신학교 주일미사에서는 원래 봉헌금을 걷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주 가끔 특별히 헌금을 걷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미리 공지를 해서 봉헌금을 준비하게 합니다.

그래도 그걸 깜빡 잊고 빈손으로 오는 신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옆자리의 친구에게 급하게 돈을 꾸어서 봉헌을 하게 되는데
저도 몇 번 돈을 꾸어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돈을 꾸어서 봉헌을 한 신학생이
다시 그것마저 잊어버리고 그 돈을 안 갚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런 경우에 그 돈을 받아내야 하나?
아니면... 그 돈을 다른 데 쓴 것도 아니고 하느님께 바친 것이니
내가 예정보다 헌금을 두 배 낸 것으로 생각해야 하나?
저 혼자서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정답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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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떤 신부님이 주일미사 전에 미리 봉헌금을 준비해 두었다가
봉헌 시간이 되면 제단 아래로 내려가서
봉헌 바구니에 봉헌금을 넣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이 아주 좋게 보여서 저도 그것을 흉내 냈습니다.
봉헌금을 미리 준비했다가 제단 아래로 내려가서 봉헌을 했지요.
그런데 어쩐지 자꾸 그게 위선적이고 가식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몇 번 하다가 그만두고
미사 끝난 후에 신자들이 돌아간 뒤에 봉헌 바구니에 저의 봉헌금을 넣었습니다.
그게 잘한 일인지, 이니면 그것도 위선과 가식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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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를 왜 천주교라고 부르나?
신자들이 봉헌금으로 천 원만 내기 때문에 천주교라고 한단다,
라는 유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천 원짜리 지폐는 천주교를 위해서 만들어졌고,
만 원짜리 지폐는 개신교를 위해서 만들어졌고,
십만 원짜리 자기앞수표는 불교를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그냥 누군가 지어낸... 웃자고 하는 이야기...
(그럼 새로 나온 오만 원짜리 지폐는 어느 종교를 위해서 만들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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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실화입니다.
어떤 개신교 교회에서 어느 주일날 뜻밖의 일이 생겼답니다.
봉헌함에 항상 만 원짜리만 들어 있는 그런 교회였는데,
그날 갑자기 천 원짜리가 발견되어서... 다들 깜짝 놀랐다(?)는 것입니다.

교회 임원들이 은밀하게 조사를 해보니
천주교를 다니다가 그 교회로 개종한 신자가
그 천 원짜리를 봉헌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이야기...
성당에 다니면서 천 원짜리를 봉헌하던 습관이 개종한 후에도 지속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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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날 어떤 신부님이 저에게 자랑하듯이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성당 봉헌 바구니는 항상 무겁다네.
손으로 들기가 힘들 정도로 무거워...“
지폐보다는 동전이 훨씬 더 많아서 무겁다는 뜻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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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서의 ‘가난한 과부의 헌금’ 이야기를 묵상하다가
이런저런 생각이 자꾸 떠오릅니다.

신학생 시절 방학이 되어 본당에 돌아오면
방학 기간 내내 주머니에 동전 하나 없이 지낼 때가 많았습니다.
정말로.... 글자 그대로... 동전 하나도 없이 지낸 것입니다.

중고등부 학생들이 저에게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조를 때에
그걸 사 주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게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주머니에 아무것도 없는 가난함이 부끄러울 것은 없지만(신학생이니까)...

신학교 졸업 전, 석사 학위 논문 원고를 인쇄소에 맡겼는데,
인쇄가 끝난 논문을 찾아 올 돈이 없었습니다.

논문 제출 마감 날짜가 다가오는데 돈은 없고,
그렇다고 가난한 인쇄소 사장에게 외상으로 하자고 할 수도 없고...

어느 날 문득 어떤 느낌이 들어서 은행에 가서 통장을 찍어보았습니다.
인쇄소에 주어야 할 액수만큼의 돈이 입금되어 있었습니다.
어디서 누가 보낸 돈인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금융 실명제가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과부가 자신의 생활비를 다 바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서 알아서 해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위 논문 인쇄비라는 돈 문제 말고도
사제 서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런 기적 같은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힘으로 신부가 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천사들의 도움으로 신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신학생 시절 가끔 이런 식으로 기도를 하긴 했습니다.
“하느님, 제가 사제가 되겠다고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는데,
최소한 돈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느님, 당신이 정말 저를 사제로 부르셨다면,
당신이 알아서 하십시오.“

그런데 정말... 항상 하느님께서 알아서 해주셨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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