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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3주간 금요일> - 송영진 모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22 조회수570 추천수9 반대(0) 신고

<연중 제33주간 금요일>(2013. 11. 22. 금)(루카 19,45-48)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너희는 하느님의 집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성전, 교회, 종교>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루카 19,46)."

 예수님의 말씀은 단순히 예루살렘 성전이라는 특정 공간에 관한 훈계가 아니라,

 당시의 유대교 전반에 대한 비판입니다.

 

 신앙인은 기도하는 사람이고, 교회는 그런 사람들의 공동체이고,

 성전은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기도하는 집입니다.

 그런데 예수님 당시의 사제들과 장사꾼들은 공모해서 성전에서 장사를 하면서

 폭리를 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했습니다.

 

 또 하느님께 봉헌해야 할 수익금을 자신들이 가짐으로써 사리사욕을 채웠는데,

 그것은 종교를 사유화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모든 일들이 하느님을 모독하고 성전을 모독하는 일이었습니다.

 

 폭리, 착취, 사유화, 모독 등이 바로 강도짓입니다.

 강도짓을 하는 자들이 운영하는 성전이라면 그곳은 강도들의 소굴입니다.

 물론 다 그랬던 것은 아니고, 착하고 순수한 사제들과 신자들도 있었지만,

 당시의 사제들이 대체로 그랬고, 그들이 성전을 그렇게 운영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물건을 파는 이들을 성전에서 쫓아내신 일은(루카 19,45)

 사실상 종교개혁이었는데,

 당시의 사제들과 학자들과 지도자들은 예수님의 개혁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예수님을 죽일 방법만 찾았고(루카 19,47), 결국 죽였습니다.

 

 '성전'을 각 개인으로(또는 각 개인의 몸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는데(1코린 3,16 ; 6,19),

 그렇더라도 종교의 문제와 각 개인의 문제를 따로 떼어서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돈만 밝히는 사람들이 모인 종교라면 그것은 돈만 밝히는 집단이 될 것이고,

 돈만 밝히는 종교에 속해 있으면서 함께 휩쓸린다면

 역시 돈만 밝히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의 성전 정화 사건과 말씀은

 당시의 유대교와 예루살렘 성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교회에도 심각한 경고가 됩니다.

 

 사도행전 5장에 기록되어 있는 '하나니아스와 사피라' 부부 사건은

 정말로 아름답고 좋았던 초대교회 공동체에서

 첫 번째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이었는데,

 그 사건은 돈에 대한 탐욕이 원인이었습니다.

 

 얼마 뒤에는 그리스계 유대인들이 매일 받는 양식의 배급이 불공평하다고

 히브리계 유대인들에게 불평을 터뜨리는 일이 생겼습니다(사도 6,1).

 그 일도 역시 초대교회 공동체의 불미스러운 일입니다.

 

 개인의 삶이든 교회 운영에 관한 일이든 간에, 또 돈이든 양식이든 간에

 물질적인 것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

 저절로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게 되고,

 사람들 사이에 분열이 생기고, 죄가 늘어나게 됩니다.

 

 사탄이 주로 하는 일은 사람을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게 하고,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죄를 짓도록 사람들을 유혹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돈이라는 것에 마성(魔性)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돈 자체가 사탄이라는 뜻은 아니고, 돈에 사탄의 속성이 숨어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돈의 노예가 되느냐, 돈의 주인이 되느냐, 는

 돈을 사용하는 사람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루카 16,13)."

 ㅡ '재물을 섬기지 마라.' ㅡ 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재물(돈)을 섬기지 말라는 명령은 사용하지도 말라는 뜻이 아니라,

 사용하되 그것들의 노예가 되지 말라는 뜻입니다.

 

 하느님을 위해서 성전이라든지 교육관 같은 건물들을 신축하거나

 수리하거나 증축해야 할 때도 있고,

 또 하느님을 위해서 어떤 행사나 사업을 해야 할 때도 있고......

 교회를 운영하다 보면 하느님을 위해서 할 일은 많은데 돈은 모자랄 때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에 함정에 빠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을 위해서 하는 일인데도

 돈 걱정만 하다가 하느님보다 돈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헌금을 걷는 입장에 있든지 헌금을 하는 입장에 있든지 간에

 헌금에 대한 압박감에 눌려 있다면, 마음 편하게 신앙생활을 못할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못할 정도로 압박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사탄의 함정에 빠진 것입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루카 12,22)."

 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교회 운영에도 적용됩니다.

 사람은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만 최선을 다해서 성실하게 하면 됩니다.

 교회의 일은 하느님의 일이니

 사람의 힘으로 안 되는 부분은 하느님께서 해 주실 것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기도의 집'이라는 말을

 '아버지께 사랑을 드리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집'

 으로 바꿔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만일에 성전에서(교회에서, 또는 종교에서) 사랑을 주고받지 않고 돈만 주고받는다면,

 그곳을 성전이라고(교회라고, 또는 종교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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