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거룩한 죽음 -묘비명과 임종어- 2013.11.23 연중 제33주간 토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23 조회수541 추천수7 반대(0) 신고

2013.11.23 연중 제33주간 토요일, 마카오베오기 상6,1-13 루카20,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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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죽음 -묘비명과 임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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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당신의 구원에 환호하오리다.”(시편9,15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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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화답송 후렴은 그대로 오늘 말씀을 요약합니다.

주님의 구원에 환호하며 미사에 참석한 우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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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소망하는바 거룩한 죽음일 것입니다.

우리 역시 매일 하루를 마감하는 끝기도 강복 역시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해달라는 간청으로 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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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하시고 자비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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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은혜롭고 아름다운 강복의 기도입니다.

11월 위령성월은 죽음에 대해 묵상하는 달입니다.

이제 내일은 그리스도왕 대축일이자 마지막 연중 제34주일이고 마지막 주간이 끝나면

주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시기가 시작됩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시작임을 상징하는 전례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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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생각하면 묘비명과 임종어가 생각납니다.

제가 묘지를 방문하면 우선 흥미롭게 확인하는 게 생몰연대와 묘비명입니다.

피정 지도 때는 간혹 묘비명을 정하여 발표하는 시간도 갖습니다.

묘비명을 생각함으로 죽음을 생각하게 되고

지금 삶을 새롭게 추스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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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님의 묘비명입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입니다.

이 시편 구절은 아주 예전 제가 어느 분의 부탁으로 정해 준 묘비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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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치열하게 하느님을 찾았던 희랍인 니코스카찬차스키의 묘비명도 매력적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마치 최선을 다해 살다가 주님 안에서 죽음을 맞이한 영혼을 보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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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의 삶과 죽음을 압축한 묘비명이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과 교훈을 줍니다.

좋은 묘비명은 그대로 좋은 좌우명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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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임종어에 대한 묵상입니다.

불교 고승들은 대부분 죽음에 앞서 열반송을 마련하므로 거룩한 죽음을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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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들의 삶과 죽음을 요약한 열반송입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과 스테파노, 그리고 무수한 성인들의 임종어를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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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인용했던 어느 자매님에게 임종 전 남편이 주었다는 임종어도 생각납니다.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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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모두가 담긴 임종어입니다.

이 말씀이 살아가는 데 큰 위로와 지침이 된다는 고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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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독서의 이스라엘에 대한 박해로 악명이 높았던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임금의 임종어는 얼마나 비참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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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서는 잠이 멀어지고 마음은 근심으로 무너져 내렸다네.

…내가 예루살렘에 끼친 불행이 이제 생각나네.

…그 때문에 나에게 불행이 닥쳤음을 깨달았네.

이제 나는 큰 실망을 안고 이국땅에서 죽어가네.”

착한 삶에 착한 임종어요, 불행한 삶에 불행한 임종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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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은

주님 안에서 착하게 산 이들에게는

죽음이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임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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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세상에 참여한 이들은

또 죽은 이들의 부활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 받는 이들은

더 이상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천사들과 같아져서 더 이상 죽는 일도 없다.

그들은 또한 부활에 동참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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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우리의 복된 미래를 알려주는 주님의 말씀이요

죽음은 바로 새생명으로 열려있는 희망의 문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어 주님의 말씀도 큰 격려와 위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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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다.

사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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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안에 살아가는 이들은

이미 삶과 죽음을 넘어 영원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이며,

우리 눈에 죽은 이들이지 주님 안에서 모두가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천상영혼, 연옥영혼, 지상영혼인 우리가

모두 주님 안에서 살아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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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사 경문 중 특히 위로를 받는 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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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희망 속에 고이 잠든 교우들과 세상을 떠난 다른 이들도 모두 생각하시어

그들이 주님의 빛나는 얼굴을 뵙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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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눈에서 눈물을 다 씻어 주실 그때에 하느님을 바로 뵈오며

주님을 닮고 끝없이 주님을 찬미하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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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도가, 믿음이 긍정적이고 희망 찬 삶을 살게 합니다.

절망의 어둠을,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을 몰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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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의 빛나는 얼굴을 뵈오며

이런 죽음 이후 생명과 희망, 기쁨과 평화를 앞당겨 체험하는 우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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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거룩한 매일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거룩한 삶을 살게 하고 거룩한 죽음을 맞이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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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은 죽음을 없애시고,

복음으로 생명을 환히 보여 주셨네.”(2티모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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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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