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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레몬이 익어가는 것을 기다리며
작성자김은정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23 조회수1,094 추천수4 반대(0) 신고

레몬을 볼때마다, 

‘하문불치’라는 고사 성어를 생각해봅니다.


제가 레몬을 한그루 기르고 있는데, 지금은 레몬서너개가 익어가고 있는데, 

지난봄에는 많은 꽃들이 피어났었어요.


레몬향이 되게 향이 강하고 독특하고 꽃이 아름다왔지요.

향이 강하니까 없던 벌도 몰려와서 머물다가 가곤했는데, 

꽃이 지고 난 자리에는 아주 조그마한 레몬이 자라고 있더라고요.


모두들 다 같은 시기에 앞서거니 해서 피운꽃들이라서 열매도 다들 고만고만해요.

그런데 열매를 달고 붙어있는 조그만 꼬투리가 색이 변하기 시작하면 

그 열매는 틀림없이 땅에 떨어져서 죽어버립니다. 


무지하게 풍성하게 달려있는 열매들이 하나씩 둘씩 꼬투리 색이 변해 가면서 떨어지니 

참! 마음이 그렇지요.


그래서 어느날 부터인가는 색이 그렇게 변해버려서 나무에 달려있는 열매들을 

제가 따버렸어요.


그런데 하루는 아들이 학교를 가면서 열매를 따는 저를 보더니,

“아니, 그걸 왜 따요?”

“얘는 살지 못해, 그냥 나무에 달려있다가 죽는거야, 그래서 그런것들을 따주는거야”


“그냥 두세요. 그건 넌 죽을거니까, 필요없어! 하는것과 같아요. 

죽어버릴 열매여도 자기 생명이 다할때까지는 그냥 두세요. 

그게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이제 갓 태어난 아이가 죽을병에 걸린것을 알아도, 넌 죽을거니까 그냥 죽어! 하지 않잖아요?”


아들의 이야기에 머리가 띵해지면서 

순간 제 안의 잔인성을 아들이 본거 같아서 움찔했어요.


“맞아! 이게 아이라면 우리는 방법이 없다해도 온갖 노력을 해서 보살피지!

이 레몬나무도 아마도 이 열매가 떨어져 나갈것을 알지만 마지막까지 품고 싶을텐데,

내가 마구 따버리고 있구나!”


(네가 나보다 백배는 더 낫구나!)


그래서 저는 죽어버릴 열매를 따는것을 멈추었어요.

그리고 평소에 제가 생각하는 생명에 대해서, 

숨기운이 있다는것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이 없이 살아왔는지를 들여다 볼수가 있었어요.


주님께 엄청 죄송하고 송구하더라고요.

아고! 당신은 그렇게 모든것들을 다 그 쓰임에 맞도록 만드셨을텐데요!

제가 당신의 작품에 대해서 얼마나 무례한지요?

 

이번에 정원의 고구마를 캐면서 잡초처럼 서있는 까마중을 걷어냈어요. 

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 열매가 익기를 기다렸어요.


저는 이 까마중이 필요치는 않지만 이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으니, 

제가 잡초라고 불러도 잡초가 아닌것이지요. 


까마중을 말리면서, 

이 잡초도 누군가에는 훌륭하게 자기의 임무를 할것이니, 

무릇 생명이 있는것에는 다 감사를 해야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손질해서 대충 말려서 보내드렸어요.



아울러, 제가 마음으로 기피하는 나쁜 사람들에 대한 생각도 조금은 너그러워집니다.

그런 사람들이 왜 벌을 안받지?’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그들도 주님으로부터 받은 숨결임을 기억해봅니다.


또 그들이 주님의 은총으로 자신들안에 있는 생명의 신비로움을 

다시 찾아서 새삶들을 살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사실은 제 안의 악함도 드러나지 않을뿐, 이렇게 있기는 있지요.

그것이 사람들 앞에서 드러나지 않았다고 제가 좀더 거룩한 사람마냥 굽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자기안의 숨결이 다하도록 기다려주는것을 함께 생각해봅니다.

이제 서너 개 남은 레몬들이 마지막 까지 그들의 향기와 숨을 잘 마무리할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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