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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23 조회수877 추천수13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그리스도왕 대축일


< 주님,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


복음: 루카 23,35ㄴ-43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


렘브란트 작


     <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에 나오는 사랑은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다란 소제목으로 소개된 내용입니다.

 

현수는 손이 다쳐 붕대를 감고 있었습니다. 오전 내내 방에만 누워 있다가 안 되겠다 싶어 그동안 일하던 공사현장을 찾았습니다. 현장 소장은 쏘아붙이듯 말했습니다.

설마 그 손을 해가지고 일하러 온 건 아닐 테지?”

그는 무작정 길을 걸었습니다. 도시 곳의 궁전을 짓다가 다쳐버린 손, 그리고 그 안에서 안락하게 사는 사람들, 방세도 내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 시골에 중풍으로 누워 자신의 돈을 기다리는 아버지. 그는 편의점에 들어가 소주 한 병을 샀습니다. 그리고 근처 아파트 놀이터에 앉아서 술을 마셨습니다. 그런데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가 구름다리 위에서 놀고 있는데 위태롭게 보여 달려갔습니다.

조심해야지. 그러다 다치면 어쩌려구.”

아이는 말없이 현수를 보며 웃었습니다. 현수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술을 다시 마시며 아파트 단지의 주차장을 보았습니다. 모두가 일할 시간인데도 고급 승용차들이 즐비했습니다. 그는 화가 나 마시던 병을 던져버렸고 병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병 조각에 반사된 햇빛이 현수의 눈을 자극했습니다. 그 빛과 함께 무시무시한 생각이 그를 사로잡았습니다.

현수는 아이에게 다시 다가가 물었습니다.

엄마는 어딨니?”

집에 있어요.”

아빠는?”

아침에 회사 갔어요.”

, 지금 아빠 보고 싶니?”

.”

그럼 수진아, 우리 아빠한테 갈까? 아저씬 아빠 친구란다. 우리 아빠한테 가서 인형 사달라고 할까?”

아저씨가 아빠 친구예요?”

아이는 붕대를 감은 그의 손은 의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 아저씬 아빠 친구야. 그러니까 네 이름이 수진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

수진이는 자신이 가지고 놀던 공에 자신의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을 현수가 보았음을 알지 못했습니다. 아이는 몇 번 고개를 돌려 아파트를 쳐다보았지만 얌전하게 현수를 따라왔습니다.

현수는 아이를 자신이 살고 있는 금호동 산동네로 아이를 데려왔습니다. 아이가 아빠를 찾을까 봐 마음 졸였지만 아이는 이상하게도 아빠를 찾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집 번호까지 알아내고, 언제 전화해서 얼마를 요구할 것인지 또 어떤 방법으로 돈을 전달 받을 것인지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나자 아이가 불안해하더니 급기야 울기 시작합니다.

수진아, 울지 마. 아저씨가 나가서 아빠한테 전화도 하고 빵도 사올게. 아저씨 올 때까지 여기서 나가면 안 돼. 밖에 나가면 아저씨한테 혼나. 알았지?”

전화는 좀 더 어두워진 때 하기로 하고, 가게에 내려가 빵과 우유를 사고 아래 문방구에 내려가 만일을 대비해 끈과 비닐테이프를 샀습니다. 수진이는 아빠에게 전화를 하고 왔고 오늘은 아저씨 집에서 자고 오라고 했다는 말을 믿지 않고 받은 빵을 던져버립니다.

알았다. 알았어. 이따가 집에 데려다 줄게.”

그러자 마음이 놓였는지 그가 집어준 빵을 다시 받습니다.

아저씨도 먹어요.”

아이는 빵 한 쪽을 손으로 떼어 그에게 주었습니다.

아냐, 아저씬 배고프지 않아.”

그 순간 그는 냉정해져야 한다고 다짐하며 손의 붕대를 단단히 고쳐 맸습니다.

아저씨, 손 왜 다쳤어요?”

현수는 아이의 물음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끈과 비닐 테이프가 들어있는 손가방을 한 번 더 본 후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화장실에서 다시 나왔을 때 아이는 방에 없었습니다. 다급한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다가 약국 앞에 서 있는 아이를 보았습니다. 현수는 죽일 듯이 쏘아붙였습니다.

엄마한테 데려다 준다고 했잖아. 왜 혼자 밖에 나갔어? 아저씨가 나가지 말랬지? 어서 바른대로 말해. 너 밖에 나가서 엄마한테 전화했지?”

아이는 겁을 먹었는지 울기만 할 뿐입니다. 방으로 데리고 와서 끈과 비닐 테이프를 꺼냈습니다. 그 때 아이도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아저씨 손 다쳤잖아요.”

대일밴드였습니다. 순간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그리고 낮에 현장 사무소에 갔을 때 소장으로부터 들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설마 그 손을 해 가지고 일하러 나온 건 아니지?’

현수는 재빨리 끈과 비닐 테이프를 등 뒤로 감췄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서둘러 방을 나왔습니다. 어두운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 도착한 것은 밤 11시 무렵이었습니다.

현수는 끝까지 아이를 속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진아, 저 있잖아. 아저씨는 아빠 친구가 아냐. 너한테 거짓말한 거야. 미안해.”

아이는 조금도 놀라지 않고 빙긋이 웃었습니다.

아빠 친구가 아니라는 거 나도 알아요. 우리 아빤 지금 하늘나라에 있거든요. 그런 것도 모르는 친구가 어디 있어요?”

아이의 말을 들은 현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근데, 낮에는 왜 아빠가 회사 갔다고 한 거야?”

누가 물어보면 그렇게 말하라고 엄마가 그랬어요.”

그럼, 아저씨가 아빠 친구가 아닌 줄 알면서 왜 아저씰 따라왔어?”

아저씨가 불쌍해서...”

아저씨가 왜 불쌍한데?”

아저씬 손이 많이 아프잖아요. 아빠도 병원에서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었거든요. 엄마는 아빠가 불쌍하다고 만날 울었어요.”

현수는 목이 메어왔습니다.

수진아, 정말 미안해. 다시는 아저씨 생각하지 마. 아저씨는 말야...”

울지 마세요, 아저씨...”

현수는 얼굴을 들지 못한 채 아이에게 엄마에게 전화를 하라고 하고 길 건너편을 향해 뛰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엄마가 한참동안 수진이를 끌어안는 것을 보고, 또 수진이가 자신이 준 보라색 우산을 들고 자신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며 엄마를 따라가는 것을 보며 세상엔 아직도 사랑이 있으며 사랑이 있기에 살만한 곳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1975년 신안앞바다에서 한 척의 보물선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안의 보물은 도자기와 화폐 등인데 그 가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 보물선은 약 700년 전 중국 원나라 때 일본으로 가던 고급 상선이 어찌된 일인지 그대로 가라앉아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보물선이 발견되게 된 발단이 재미있습니다. 신안앞바다에는 가끔씩 파도에 밀려 도자기들이 떠내려 왔습니다. 한 어부는 그것을 주워 개 밥그릇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온 친척이 그 도자기를 감정해 보겠다고 가져갔던 것입니다. 당시 감정가가 45천이었습니다. 강남 아파트 한 채가 7천만 원 할 때였다고 합니다.

현수는 자신의 가치를 세상의 아무 쓸모없는 버려진 인생 낙오자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도자기와 마찬가지로 그것의 가치를 줄 수 있는 사람은 그것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수진이는 현수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사랑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손이 다쳐 아무 쓸모없이 내쳐졌던 세상과는 너무나 다른 누군가의 사랑, 그것이 현수에게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게 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오른 쪽에 못 박혀있는 강도에게 수진이와 같은 분이셨을 것입니다. 이 세상 어떤 곳에서도 사랑을 발견할 수 없었던 강도. 그 분노로 자신도 망가지고 세상도 망가뜨리려고 했던 외톨이. 그런 사람들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어떤 누구도 사랑해주지 않을지라도 당신만은 이렇게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고 말씀하시며 우리의 고통을 함께 해 주시는 분. 그래서 우도는 오늘 하느님나라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마치 현수가 같은 세상에 살면서 증오의 세상이 따듯한 세상으로 바뀌는 것을 수진이라는 한 아이를 통해 경험하게 된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하느님나라는 장소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그 날 장소적으로는 저승에 내려가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히랍어로 파라다이스라고 표현된 하느님나라는 내 안에 사랑이 들어왔을 때 만들어지는 행복한 세상입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은 오늘 당신을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참 행복의 나라에 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가치를 온전히 증명해 줄 사랑을 지니신 분은 오직 그분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가 행복을 추구합니다. 하느님도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도록 창조하셨습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왜 이 세상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에겐 이 세상을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힘든 지옥이기 때문에 덜 힘든 자살을 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인간의 행복을 관계를 통해 느끼게 하셨습니다. 늑대를 부모로 생각하는 아이들은 늑대수준의 행복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늑대는 나를 인간으로 느낄 수 없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나의 온전한 가치를 부여해 줄 한 분만 있으면 됩니다. 한 사람과 혼인한 사람이 행복할까요, 아니면 이사람 저사람 쫓아다니는 카사노바와 같은 사람이 더 행복할까요? 사실 한 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사랑의 깊이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과 아주 깊은 사랑을 하는 사람이 정처 없이 사랑을 찾아 헤매는 사람보다 행복합니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이미 그 수준이 매우 높아져있기 때문에 그 높은 수준으로 다른 모든 사람을 대하며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아버지의 그 사랑 하나로 높은 수준에 도달하여 그 수준으로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은 우리를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하느님처럼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런 자존감을 지닌 사람이 사는 세상이 파라다이스인 것입니다.

 

우리의 왕은 인간이시기 뿐만이 아닙니다. 인간이시며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이 우리를 만드셨습니다. 우리를 만드신 분이 우리 가치를 아십니다. 우리 가치가 당신 생명을 바칠 만큼 소중하다고 오늘도 십자가에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

나의 왕, 나의 행복, 우리 주 그리스도의 사랑을 받아들입시다. 우리도 오늘 당장 내 가치를 다시 느끼게 되며 파라다이스에 들어가 그분과 함께 행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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