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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조금만 더 불편해집시다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24 조회수823 추천수10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연중 제34주간 월요일


< 예수님께서는 빈곤한 과부가 렙톤 두 닢을 넣는 것을 보셨다.>


복음: 루카 21,1-4






하느님의 아들이며 말씀이신 그리스도


(1540-1550), 모스크바 크레믈린 Cathedral of the Sleeper


     < 조금만 더 불편해집시다 >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에 별이 뜰 때까지 우리는으로 소개된 내용입니다.

산동네 수연이네 가족은 수연이 동생 둘, 봉제 공장으로 일을 다니는 어머니, 막일을 하시는 아버지, 이렇게 다섯입니다.

수연이는 엄마가 보고 싶다고 떼를 쓰는 동생들을 데리고 가끔 엄마가 일을 하는 봉제공장의 환풍기 앞에서 엄마 얼굴을 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일하다 쓰러진 엄마는 세 아이를 남겨놓고 먼 길을 떠나선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안 좋은 일은 혼자 오지 않는다고 하는지, 이번엔 아버지가 작업 중 추락 사고로 대퇴골과 쓸개골이 골절되고 신경까지 손상을 입어 왼쪽 다리를 거의 쓸 수 없게 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수연이 아빠는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껌과 초콜릿을 들고 공원과 음식점을 돌아 다녔습니다.

어느 겨울 날 동생들과 함께 큰 길에 나왔을 때 목발에 기댄 채 우유나 물도 없이 빵을 먹고 있는 아버지를 보았을 때 차마 아버지를 부르지 못하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돌아서야 했습니다.

눈이 내리는 길을 걷다가 성당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동생들과 성당 안으로 들어갔더니 출입구 계단 옆에 커다란 종이상자가 있었는데 헌 옷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수연이는 아빠의 낡은 점퍼를 생각하고는 점퍼 하나를 들고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왔습니다.

그 때 중년의 수녀님이 그들에게로 다가왔습니다.

얘들아, 추운데 여기서 뭐 해? 이 옷 필요하니? 네가 입기에는 클 거 같은데.”

아빠 주려구요.”

그랬구나. 나는 마르티나 수녀야. 근데 아가들이 추워 안 되겠다. 잠깐 안으로 들어가자.”

수녀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그 때 동생이 사무실에 있는 새장을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이 새 이름이 뭐예요?”

, 십자매야. 예쁘지?”

그 후로도 수연이는 동생들을 데리고 성당을 자주 찾았습니다. 그리고 수녀님으로부터 십자매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방세 때문에 아줌마가 성난 얼굴로 다녀간 후로는 어린 수연이의 마음은 불안하고 무거웠습니다.

집 주인 아줌마는 어떤 이유 때문이었는지 자신들이 수연이 아빠와 아이들에게 돈이 없으면 나가라고 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아침 식사나 함께 하자고 아래층으로 남편을 내려 보냈습니다.

수연아빠, 수연아빠 있어요?”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창문 쪽으로 들어가 방을 보았습니다. 보이는 것은 새장이었는데 십자매가 새장 바닥에 떨어져 죽어있는 것이었습니다. 놀란 주인은 빨리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방 안은 연탄가스로 가득 차 있었고 아이들의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모두들 무사하니 정말 다행이에요. 내가 십자매 죽은 걸 보았기에 망정이지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수연 아빠, 전에 친구들에게 들었거든요. 십자매가 연탄가스에 제일 약한 새라고...”

그리고 주인은 당분간 방세 걱정하지 말고 있으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마르티나 수녀님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아이들은 일제히 수녀님에게 달려갔고 수연이의 입에서는 신음처럼 작은 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엄마! 엄마! 엄마! ....”

 

오늘 예수님은 부족한 것이 없는 이들이 내는 큰 헌금보다 과부의 작은 헌금이 더 가치가 크다고 하십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가진 전부를 봉헌하였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사랑은 내어주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아프고 불편하고 부족해져야 하는가봅니다.

수녀님이 아이들에게 주었던 선물. 그것들은 아주 작은 것일 수 있지만 수녀님에겐 줄 수 있는 전부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물은 그들의 생명도 구했을 뿐더러 누구도 채워줄 수 없는 엄마의 사랑까지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사랑하면 줄 것이 반드시 있다고 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해도 그분께 드릴 것이 있을 것이고, 이웃을 사랑해도 그들과 나눌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진실이라면 그것 때문에 내가 조금이라도 불편해져야 할 것입니다.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를 태우지 않으면 초는 빛을 못 내고, 나를 녹이지 않으면 소금은 맛을 못 내고, 나를 버리지 않으면 향은 좋은 향기를 풍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과부가 칭찬받은 이유는 바로 사랑 때문에 불편해 질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사랑도 그런 칭찬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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