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26 조회수443 추천수4 반대(0)

어제 우연히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화보집을 보았습니다. ‘1885년부터 2005까지의 화보집입니다. 저는 1982년부터 1991년까지 신학교엘 다녔습니다. 제가 신학교에 있을 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신학교를 방문하셨습니다. 103위성인 시성식도 있었고, 세계 성체대회가 있었습니다. 30년 전의 사진을 보니 새삼 아련한 추억이 떠오릅니다. 지금의 신학교는 제가 다닐 때와는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도서관, 강의실, 식당, 기숙사, 운동장 모든 것이 새롭게 변하였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창 신부의 면회를 갔었습니다.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한 친구가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병문안을 간 동창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병실의 벽에는 그동안 병문안을 온 교우, 동창, 선배, 친지들의 사진을 붙여 놓았습니다. 저는 잠시 시간을 내서, 벽에 붙어 있는 사진과 사진 아래에 병문안을 온 분들이 써 놓은 글들을 읽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신부님께서 건강을 회복하고, 성당에서 신자들과 함께 하시기를 바라며, 글을 적어 놓았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신자 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병실에 있는 동창 신부님을 보면서, 예전에 제가 겪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1991910일에 청량리 바오로 병원에 입원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95일에 중곡동 성당의 보좌 신부로 발령을 받았는데, 5일 만에 입원을 하였습니다. 열이 너무 많이 나서, 병원엘 갔더니, 바로 중환자 실로 가라고 하더군요. 열을 재니, 40도였습니다. 20여일 병실에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사는 것과, 죽는 것, 건강한 것과 아픈 것, 제가 2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게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은 어머니의 정성어린 간호였습니다 

동창 신부도, 누님께서 정성스럽게 간호를 해 드리고 있었습니다. 병문안을 오는 분들의 사진을 찍어서, 그 자리에서 인화를 하고, 병문안 오신 분들의 글을 적어 병실 벽에 붙여 놓았습니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고, 나를 위해서 기억하고, 기도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새삼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언젠가 우리가 만나야 될, 마지막 순간들에 대해서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때가 가까웠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그리고 너희는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 

저와 동창 신부는 조금 일찍, 삶의 끝자락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언젠가 그 끝에서 하느님과 대면할 날을 맞이할 것입니다. 제 동창도 앞으로의 삶을 하느님께서 주신 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저도 그때 이후로 저의 삶은 주님께서 주신 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별로 두려워 할 것도 없고, 큰 욕심도 없습니다. 그것은 저에게는 너무나 큰 가르침이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저의 동창이 자신을 찾아온 친구와 이웃들을 사진에 찍어서 병실의 벽에 붙여 놓았던 것처럼,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다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저는 병실의 벽에 붙어있는 사진과 글들을 읽으면서 언젠가 하느님 앞에 있을 저를 잠시 묵상했었습니다. 잠시 내 앞에 있을 승진시험을 앞두고 우리는 얼마나 공부를 하고 준비를 합니까! 하느님 앞에서 영원한 삶을 살기 위해서 으로 주신 우리의 인생, 하느님 나라의 벽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 붙여 놓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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