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증언할 기회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26 조회수667 추천수12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 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복음: 루카 21,12-19





예수님 십자가의 길


MEMLING, Hans 작, (1470-71)


     < 증언할 기회 >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마음의 정원이란 소제목으로 소개된 내용입니다.

김씨가 길가 가판대 위해 인형들을 놓고 장사한 지 6개월쯤 지났습니다. 검게 때가 앉은 와이셔츠 위에 허름한 양복을 걸치고 얼굴엔 수심이 가득 찬 한 한 중년의 사내가 다가왔습니다.

이 인형 얼마예요?”

신랑신부 인형이요? 삼천 원인데요, 손님.”

하나 주세요.”

.”

장사는 잘 되나요?”

웬걸요. 하루에 서너 개도 팔지 못할 때가 많아요. 그나마 인형이라도 팔아서 그렇게 살아갈 수 있으니 다행이지요.”

많이 파셔야 할 텐데... 여기 있는 신부의 모습이 꼭 제 아내를 닮아서요.”

그렇게 말하며 천 원짜리 세 장을 건네주는 사내의 눈에 눈물이 그렁 맺혀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나서 그 중년 사내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얼굴이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밝아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신랑신부 인형 중 신랑의 인형을 하나만 더 사고, 감사의 의미로 과일이 들어있는 봉지도 선물로 놓고 갔습니다. 김씨는 어리둥절했습니다. 봉지 안에 있는 편지를 읽어보고야 그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열흘 전, 나는 밤거리에서 당신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날 나는 세상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보내며 밤길을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죽기 위해 미리 봐두었던 한강으로 가는 길에서 당신을 만났던 것입니다. 무심코 당신이 있는 곳을 보았을 때 당신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인형들을 앞에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일일이 시선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그런 모습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신랑신부 인형을 샀습니다. 나는 사업에 번번이 실패했고, 오랫동안 빚쟁이들에게 쫓겨 다녔습니다. 더 이상은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차리라 죽으려 했던 것입니다.

한강에 도착한 것은 새벽 2시가 다 될 무렵이었습니다. 눈을 꼭 감고 뛰어 내리려는 순간, 첨벙 하는 소리가 내 귀를 파고들었습니다. 두려움에 깊이 찔린 나의 몸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만 강물이 아니라 다리 위의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나보다 먼저 물속에 뛰어든 것은 내 주머니 속에 있던 신랑 인형이었습니다.

다리 난간에 기대앉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생각났습니다. 왜인지는 몰라도 당신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가난하지만 세상을 증오하지 않고, 거리에서 인형을 팔며 세상을 끌어안으려는 당신의 모습이 내 앞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만일 그날 밤 당신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어쩌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젠 저도 내일부터 양말이라도 팔아보려고 합니다. 저에게 이런 용기와 희망을 주신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이 박해를 당하게 될 것이고 임금과 총독들 앞에 끌려 나가게 될 것인데 그 때가 바로 당신을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이 기회란 것이 바로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순간인 것입니다.

인형을 팔던 김씨는 어쩌면 자살하려던 사내보다 처지가 더 안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은 자살하려고 하는데 김씨는 그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겐 전부를 잃은 것처럼 절망으로 떨어지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살아내기도 합니다. 우리 순교자들이 그런 분이셨습니다. 박해하는 이들은 재산을 몰수하고 고문을 하고 생명을 빼앗는다고 위협하면 기가 꺾일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나 순교자들은 그들이 어쩌면 전부라고 여기는 것들을 쓰레기처럼 여깁니다. 이것이 증언입니다. 하느님만 있으면 그 평화는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을 삶으로 드러내는 것이 하느님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이것에 감동하여 박해하다가 신앙인이 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하느님을 증언하고 희망이 되는 이들은 어떤 위대한 일을 해 낸 사람들이 아닙니다. 김씨처럼 그저 자신의 삶을 감사히 살아내는 이들입니다. 하느님은 바로 지금 이 순간 나의 미소만으로도 한 생명을 구원할 수 있는 분이십니다. 따라서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를 때 불안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태양을 본받읍시다. 계획도 준비도 없습니다. 그저 자신을 태울 뿐입니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지만 많은 이들에게는 생명의 원천이 됩니다.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이냐가 관건입니다. 개가 두 발로 걸어도 개의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부처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부처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증언할 말을 찾지 말라고 하십니다. 왜냐하면 성령께서 이미 내 일상의 삶 안에서 충분히 증언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성령의 힘으로 일상을 행복하게 살아내십시오. 이 세상에서 참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하느님이 계신다는 가장 큰 증거입니다.








     
     

 


  오산 성당 홈페이지: http://cafe.daum.net/ca-osan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