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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삶 속의 죽음, 죽음 속의 삶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27 조회수591 추천수16 반대(0) 신고
  

삶 속의 죽음, 죽음 속의 삶

 

교회 전례력으로 2013년도 거의 막바지에 도달했습니다. 시기도 시기이니만큼 요즘 계속되는 복음 말씀은 종말에 대한 말씀입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자꾸 반복해서 듣게 되니 조금은 섬뜩하기도 하고 은근슬쩍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위령성월과 맞물려 언젠가 맞이하게 될 개인적인 종말인 나의 죽음도 묵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죽음 연구의 대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여사는 연구를 위해 수많은 임종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들이 한결같이 아쉬워했던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지상에서 보낸 금쪽같은 시간들 가운데 많은 시간들이 살아있었지만 사실 죽어있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참 삶을 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죽음이란 것, 우리의 삶 속에 이미 스며들어있습니다. 또한 삶이란 것도 죽음과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삶과 죽음은 항상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죽음은 우리가 이 세상 살아가는 동안에도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이미 작은 죽음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 일선에서의 물러남, 질병, 노화, 소외, 실패, 고독...우리는 매일의 삶을 살아가면서 그 안에 실재하는 다양한 죽음의 요소들을 대면하게 됩니다. 결국 삶 속에 죽음이 있고 죽음 속에 또한 삶이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모순되는 말처럼 보이지만 삶은 시시각각 죽음으로부터 위협받고 있기에 더욱 소중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반대로 죽음이 없다면 끝도 없이 반복될 죄와 악습, 병고와 고독...도대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죽음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죽음이 있어 기나긴 한 인간의 생이 정리되고 완성되니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요. 아리송하지만 결국 죽음 안에 삶이 있고 삶 안에 죽음이 있습니다.

 

관건은 죽음에 대한 철저한 준비입니다. 죽음이 늘 지척에 있는 것임을 의식하며 지금 이 순간 들려오는 하느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중에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하느님의 뜻을 찾는 일이 필요합니다. 결국 하느님의 뜻이란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며 지금 이 순간 충만하고 행복한 내 삶을 영위하는 일입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종말론은 절대로 우울한 색조를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샛노랗거나 연둣빛입니다. 온통 희망과 기쁨과 설렘의 분위기로 충만한 종말론입니다.

 

언젠가 우리의 유한한 육체가 소멸되는 순간은 우리 삶이 끝장나는 순간이 아니라 무한하신 사랑의 하느님과 결합되는 은총의 순간입니다. 죄스런 우리 삶이 용광로같이 뜨거운 하느님 사랑과 합일되는 기쁨의 순간입니다. 자격 없는 우리의 유한한 생명이 영원한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순간입니다. 결국 죽음은 희망의 종결이 아니라 희망이 지속되는 순간입니다.

 

이런 은총의 종말론 앞에서 우리가 취해야할 자세는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일입니다. 죽음 너머 우리를 기다리시는 사랑의 하느님 이미지를 간직하는 일입니다. 예수님처럼 우리도 반드시 죽음을 극복하고 부활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지금 내 삶의 자리에서 죽고 부활하는 일을 계속해나가는 일입니다. 내 앞에 펼쳐지는 매 순간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로 여기고 의미 충만한 나날로 엮어가는 일입니다.

 

살아있지만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여서는 안되겠습니다. 참 삶이 무엇인지를 세상 사람들에게 제대로 한번 보여줘야겠습니다. 죄와 부족함, 한계와 고통 속에서도 늘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살아 지속적으로 죽음을 극복해나가는 삶을 살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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