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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4주간 목요일 - 송영진 모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28 조회수519 추천수4 반대(0) 신고

 

 

 예루살렘 멸망

 
<연중 제34주간 목요일>(2013. 11. 28. 목)(루카 21,20-28)

"예루살렘이 적군에게 포위된 것을 보거든,

그곳이 황폐해질 때가 가까이 왔음을 알아라.

그때에 유다에 있는 이들은 산으로 달아나고,

예루살렘에 있는 이들은 거기에서 빠져나가라.

시골에 있는 이들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지 마라.

그때가 바로 성경에 기록된 모든 말씀이 이루어지는

징벌의 날이기 때문이다(루카 21,20-22)."

 

유대인들은 서기 66년-70년에 로마를 상대로 독립전쟁을 했는데,

그 전쟁은 서기 70년 8월 29일에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면서 끝났습니다.

예루살렘을 완전히 장악한 당시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는

예루살렘 전체를 폐허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때 예루살렘에서 110만 명이 살해되고

9만7천 명이 노예로 잡혀갔다고 전해집니다.

(예루살렘 멸망은 곧 이스라엘 멸망이 되었습니다.

그 뒤로 유대인들은 2천 년 동안 나라 없이 온 세계를 떠돌아다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언하시면서

그 멸망에 휩쓸리지 말고 피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유대교 신자들은 죽어도 그리스도교 신자들만은 살아남아라."

라는 뜻이 아니라, 예루살렘 멸망은 하느님의 징벌이기 때문에

괜히 남아 있다가 그 징벌에 휩쓸리지 말라는 뜻입니다.

 

하느님의 징벌에 휩쓸린다는 것은

사실상 징벌의 원인인 죄악에 휩쓸린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은 예루살렘의 죄악에서 빠져나가라는 것이

(그들의 죄악에 동참하지 말라는 것이) 본래의 뜻입니다.

 

그렇다면 예루살렘을 파괴한 로마제국 군대는 천사군대(하느님의 군대)인가?

그것은 아닙니다.

분명히 로마제국 군대는 약소국가를 짓밟은 악한 군대입니다.

로마제국 군대는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하느님의 징벌을 집행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하느님의 도성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학살한 일은

그들 자신들의 죄가 됩니다.

어차피 예루살렘은 하느님의 징벌을 받게 되어 있었고,

로마제국 군대가 없었어도 그 징벌이 내렸을 것입니다.

 

사울 왕은 자신의 죄 때문에 죽었지만,

실제로는 사울의 마지막 숨을 끊은 사람은 어떤 아말렉 사람이었습니다.

다윗 왕은 '주님의 기름부음 받은 이'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그 아말렉 사람을 처형했습니다(2사무 14-15).

예루살렘을 멸망시킨 로마제국 군대는

사울 왕을 죽인 아말렉 사람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 멸망에 관해서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시민들 가운데에는 어린아이들처럼 죄가 없는 사람들도 있었을 텐데

예루살렘에서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죽었어야 했는가?

또는 도망가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죽었어야 했는가?

반대로, 죄가 많은데도 약삭빠르게 미리 도망가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있었을 텐데,

그건 너무 불공평한 일이 아닌가?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할 때에는 롯 외에는 아예 의인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루살렘은 그런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예루살렘 멸망 예언과 미리 피하라는 권고는

그리스도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들을 향한 것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징벌을 받지 않으려면 예수님의 권고를 받아들여야 하고,

롯이 소돔을 떠난 것처럼 죄에 빠진 도시에서(죄에서) 떠나야 합니다.

 

또 우리는 도시의(또는 민족의) 운명과 개인의 운명을 구분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예언은 한 도시(민족)에 대한 예언이지 각 개인에 대한 예언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루살렘 멸망 때에 죽은 사람은 무조건 죄인일 것이고

살아남은 사람은 무조건 의인일 것이라고 단순하게만 생각할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삶은 지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저 세상에도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예언은 이미 확정되어 있는 일에 대한 말씀이 아니라

그런 일이 닥치기 전에 회개하라는 권고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은 회개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징벌을 내리시는 분이 아닙니다.

 

당시의 유대인들 가운데에는

적군과 맞서서 결사항전을 해서 예루살렘을 지키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믿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명예롭게 옥쇄를 하자고 주장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예수님의 권고대로 전쟁을 피해서 예루살렘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유대인들 입장에서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민족을 배신한 사람들로 보였고,

그래서 더 심하게 그리스도교를 박해했고,

결국 유대교와 그리스도교가 완전히 분리되었습니다.

그리스도교 입장에서 보면,

유대인들은 그런 일을 겪고 나서도

회개하기는커녕 더욱 죄를 지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떻든 인간이 하느님의 징벌과 맞서 싸울 수는 없습니다.

예루살렘 멸망은 그것을 미리 보여준 상징적인 교훈과 같은 사건입니다.

개인이든 인류 전체든 간에... 회개하지 않는다면......

 

-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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