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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28 조회수568 추천수9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3년 11월 28일 연중 제34주간 목요일
 
 
When these signs begin to happen,
stand erect and raise your heads
because your redemption is at hand.
(Lk.21,28)
 
 
제1독서 다니 6,12-28
복음 루카 21,20-28
 
어제 미국에 사시는 교포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하나 받았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내일이 미국은 추수감사절이라서 멀리 사는 식구들까지도 다들 모여요. 마치 한국의 추석 귀경과 같은 그래서 타국 사는 저희들을 위한 묵상 글을 부탁드릴 수 있나 해서요. 만약 그렇다면 정말 많은 분들이 더 행복하고 따뜻한 추수감사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오늘이 추수감사절인 것도 몰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0월 중에 보통 추수감사 미사를 봉헌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11월 넷째 주 목요일이 추수감사절라고 합니다. 영국을 떠난 이민자들이 미국에 도착했지만 혹독한 겨울을 거치면서 먹을 것이 없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게 되지요. 바로 그때 주변 인디언들의 도움으로 옥수수를 비롯한 많은 작물들을 재배하게 되었고, 그 다음 해에 수확하면서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추수감사절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첫 이민자들이 첫 번째 추수를 하면서 감사의 기도를 드렸던 그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고향에서 지냈을 때와 비교했을 때 더 넉넉하지도 않았겠지요. 낯선 환경에서 또 낯선 작물을 제배하니 수확도 그리 대단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감사의 기도를 바칩니다. 왜냐하면 첫 일 년 동안의 큰 고통을 통해서, 살고 있음 그 자체가 큰 감사의 이유임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를 떠난 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을 비롯해서 세계 각국에서 살고 있지요. 결코 쉽지 않은 삶입니다.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사는 방식도 다른 상황에서의 삶이 어떻게 쉽겠습니까? 그러나 그 어려운 삶에도 감사를 드릴 수 있는 마음을 찾아야 살 수 있습니다. 마지못해 사는 삶이 아닌,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주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희망에 의지한다면 충분히 감사하며 살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세상 종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주십니다. 겁나는 부분이지요. 징벌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불행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 종말을 모든 것이 끝나는 마지막이라고 하시지 않습니다.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상황 그리고 이제는 어떠한 희망도 간직할 수 없는 순간인 것 같은데, 그 순간에 희망을 보여주십니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세상 종말이 바로 우리의 구원의 순간이라는 희망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 삶 안에서 종종 이루어집니다. 모든 것이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드는 좌절과 절망의 순간들, 너무나 큰 고통과 시련에 버거워 할 때 우리는 또 하나의 종말을 체험합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이대로 우리를 놔두지 않고 희망을 건네주십니다. 따라서 우리들이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이 희망을 간직하고 감사할 수 있는 마음입니다. 미국의 첫 이민자들이 행했던 추수감사절. 그들 역시 희망을 발견했기에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이 희망을 자신의 가슴 가득히 간직하면서 감사하며 살 수 있습니다. 주님이 계시지 않는 희망이 없는 곳은 없으니까요.

두려움은 스스로를 한정 짓는 일종의 감옥이다(로버트 그린).

 
제가 사는 인천에 첫 눈이 왔습니다. 비록 오다 말았지만 말입니다. ㅋㅋ

 

 
감사하며 삽시다.

어제는 제가 사제서품을 받을 때의 출신 본당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미사가 있었거든요. 미사 전 성당 곳곳을 둘러보는데 예전과 똑같습니다. 벌써 15년이 넘었는데도 바뀐 것이 거의 없는 것입니다. 성당도 사제관도 또 교육관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성당 안에 들어가니 15년 전의 일들이 그대로 떠올려집니다.

‘이 자리에서 성무일도를 바쳤었는데.... 그때 복사를 서면서 이런 실수를 했었지... 아이들과 이곳에서 여름신앙학교를 하면서 재미있었지....’

그대로 떠올려지는 이유는 성당 안은 성당의 외부보다도 더 바뀐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15년 전과 똑같으니, 그때의 일들이 그대로 생각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저절로 감사의 기도를 바치게 됩니다. 이렇게 사제로 기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들을 과거의 시간을 떠올리면서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바뀌지 않다보니 옛 일을 생각하게 되어 더 좋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는 어떠합니까?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두지 않습니다. 계발을 통한 끊임없는 발전만을 통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약간의 불편함은 있겠지만, 그대로 두니 더 좋다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많은 계발로 인한 발전이 행복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과거를 떠올리며 웃을 수 있는, 그래서 감사를 드릴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지만 행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감사의 이유를 찾을 수 있는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주님께 희망을 두는 사람은 매 순간 감사하며 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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