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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그분께서 더 가까이 오실 때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28 조회수709 추천수11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 너희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


복음: 루카 21,29-33





예수를 무덤에 안장함


카라바죠 작, (1602-1603),  바티칸 박물관 회화관


     < 그분께서 더 가까이 오실 때 >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에 실린 아내의 겨울이란 이야기입니다.

정호는 인력시장에서 그날그날 돈을 벌어가며 가정을 꾸려가는 가장입니다. 그러나 요즘 경기침체로 공사장 일을 못한 지 벌써 넉 달이 되어갑니다. 집세도 널 달 동안 내지 못해 밀려있습니다. 정호의 아내는 지난달부터 시내에 있는 큰 음식점에서 일을 다니며 정호 대신 힘겹게 가장을 꾸려나가고 있었습니다.

정호는 그날 저녁도 친구에게 일자리를 부탁하기 위해 오후가 되어 나갔습니다. 친구는 일자리 대신 삼겹살과 소주를 샀습니다. 술에 취에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집으로 들어설 무렵 귀여운 딸아이가 그에게 달려와 안겼습니다.

아빠, 엄마가 오늘 고기 사왔어. 아빠 오면 해먹는다고 그래서 아까부터 아빠 기다렸어.”

일을 나갔던 아내는 늦은 시간 저녁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사장님이 애들 갖다 주라고 고기를 싸주셨어요. 그렇지 않아도 영준이가 며칠 전부터 고기반찬 해달라고 했는데 어찌나 고맙던지요.”

집세도 못 내면서 고개 냄새 풍기면 주인 볼 낯이 없잖아.”

저도 그게 마음에 걸려서 지금에야 저녁 준비한 거예요. 열한 시 넘었으니까 다들 주무시겠죠, .”

아이들은 불고기를 맛있게 먹었고 그것을 보는 아내의 얼굴도 행복해보였습니다. 아내는 정호 쪽으로 고기 몇 점을 옮겨놓으며 말했습니다.

당신도 어서 드세요.”

나는 아까 친구 만나서 저녁 먹었어. 당신이 배고프겠다. 어서 먹어.”

정호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고기 몇 점을 입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정호는 달빛 내려앉은 수돗가에 쪼그려 앉아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훔쳤습니다.

가엾은 아내..., 아내가 가져온 고기는 음식점 주인이 준 게 아니었습니다. 숫기 없는 아내는 손님들이 남기고 간 쟁반의 고기를 비닐봉지에 서둘러 담았을 것입니다. 아내가 구워준 고기 속에는 누군가 씹던 껌이 노란 종이에 싸인 채 섞여 있었습니다. 아내가 볼까 봐, 정호는 얼른 그것을 집어서 삼켜버렸습니다. 아픈 마음을 꼭꼭 감추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아내의 마음이 찢어질까봐...

정호는 늦은 밤, 아내의 구두를 닦습니다. 별빛보다 총총히 아내의 낡은 구두를 닦으며 내일의 발걸음은 오늘보다 가벼울 거라고 희망을 가져봅니다.

 

예수님은 마지막 때에 박해도 당하고 고난도 당하고 무서운 일들도 일어날 것인데 그 때 절망하지 말고 고개를 들라고 하십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바닥을 치면 이제는 오르는 일만 남은 것입니다. 아이가 아프면 건강할 때보다도 신경이 더 쓰이게 마련입니다. 정호는 아내가 힘들고 어려운 처지를 잘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아내에 대한 사랑이 극도로 증가하였습니다. 마지막 때가 되면 하느님은 당신 자녀들이 당하는 고통을 보며 더 신경을 쓰십니다.

 

일본의 가톨릭 작가인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은 포르투갈, 로마, 일본의 사료를 정밀히 조사한 실화 역사소설입니다.

페레라(Christopher Ferreira) 신부는 신앙과 신학에 있어서 유럽에서 가장 존경받던 국제적 인물이었는데, 그가 고문에 못 이겨 배교했다는 보고가 포르투갈에 전해졌습니다. 격분한 그의 제자 세 명이 소식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생명을 걸고 일본으로 잠적해 들어갑니다.

그 중 한 명인 로드리고(Sebastian Rodrigues)가 이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그도 결국은 체포되어 후미에앞으로 끌려갑니다. ‘후미에는 예수 상이 새겨진 동판을 나무판에 붙인 것인데, 그것을 밟고 지나가는 사람은 예수를 버린 것으로 간주하여 살려주었던 것입니다.

로드리고 신부가 후미에 앞에 섰을 때, 그것은 너무나 많이 밟혀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그러진 얼굴이 로드리고 신부에게는 울고 계신 것 같기도 하고 몹시 고통스러워하시는 모습 같이 보였습니다. 그가 유럽에서 보던 왕관을 쓴 예수, 백인들이 편안하게 믿는 승리자 예수의 모습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고통 받고 함께 울고 함께 괴로워하는 예수였습니다. 주저하는 로드리고 신부에게 후미에의 예수가 말합니다.

나를 밟아라. 나는 본래 밟히기 위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냐? 나를 밟을 때 네 마음이 아플 것이다. 마음으로 아파해 주는 그 사랑만으로 충분하다.”

주여, 저는 당신이 언제나 침묵하고 있는 것을 원망했습니다.”

나는 침묵한 것이 아니다. 너와 함께 괴로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로드리고가 예수 상을 밟는 순간 새벽닭이 웁니다. 그 옛날 베드로가 예수를 부인할 때 베드로의 괴로움을 예수께서 이해하시고 용서하시며 함께 괴로워하신 것처럼.

 

예수님은 당신을 밟아야만 하는 어려운 때에도 그 사람을 이해하시며 그 사람과 함께 계십니다. 침묵하실지라도 시선을 떼지 않으십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일어날 때 절망하지 말고 고개를 드십시오. 내가 땅만 바라보아야 할 때 하느님께서 더 가까이에서 우리를 지키시고 계십니다.

 










 
 

  오산 성당 홈페이지: http://cafe.daum.net/ca-o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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