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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통과 두려움이 은총임을 고백합니다.
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30 조회수2,124 추천수8 반대(0) 신고

+샬롬(그리스도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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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두려움이 은총임을 고백합니다.

 

어떻게 고통과 두려움이 은총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울 엄니는 자아가 굉장히 큰 분이셨습니다.

제가 하느님 믿고 사시라고 그동안 참으로 많이 권면을 했었지요.

그러나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이 어디 있어... 내 주먹을 믿고 살지..."

이랬던 분이셨습니다.

 

도저히 제 힘으로는 울 엄니를 도울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엄니가 가장 바라고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했습니다.

매일 전화하고 안부 묻고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울 엄니 최고라고 늘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는 일은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엄니에게 관심을 지속적으로 드렸지요.

아마 이 관심은 사랑이라는 다른 표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심 속에 엄니는 저를 많이 의지하셨습니다.

동생들과도 물론 부모님에 관해 많은 나눔을 하면서...

 

저희는 육남매입니다.

제가 맏이이고 제 밑으로 여동생이 4이고 막내로 남동생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무늬만 형제이지 어려서부터 함께 지지고 볶고 살아본

기억이 없는 그런 형제간이었습니다. 그러니 그다지 애틋한 정이 없는

상태로 지금까지 살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사는 게 뭔지...

어려서 아버지의 직장 관계로 가족이 뿔뿔히 흩어져 살다가

전 공부한다고 도시로 나가고... 또 일찍 시집가 버리고...

 

이렇게 살았던 우리 형제들이  엄니의 수술을 계기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살아 오면서 저와 동생 셋이 세례를 받았더군요.

그런데 따로 국밥처럼 신앙생활을 했었습니다.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냉담하고...

단 한번도 식사 때 성호를 긋고 함께 식사를 한 기억이 없습니다.

 

이러한 동생들이 엄니의 수술 앞에서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직 세례를 받지 않은 남동생도 묵주 기도를 하는데

그냥 묵주를 잡고 앉아서 동참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도문을 전혀 알지

못하는 그 동생을 기도에 함께 참여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해 가지고 간 성경을 봉독하자고 했습니다.

마태오 복음부터 남동생이 먼저 봉독을 하라고 시켰습니다.

거부하지 않고 읽어나갔습니다. 그렇게 한 사람이 한 장씩 읽어 나가며

기도를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마무리 기도는 묵주기도 영광의 신비를 바쳤습니다.

엄니가 수술을 하시는 5시간 동안 우리 형제들은 참으로 한 마음으로

주님께 기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수술이 끝났습니다.

모든 것이 양호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일반 병실로 올라가시고 식사도 하시고 아주 회복이

잘 되고 있습니다. 모두 함께 기도해 주신 덕분입니다.

 

그렇게 엄니의 수술이 끝나고 우린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은 식사전 기도가 자연스럽게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함께 식사를 수없이 많이 했지만 기도하는 동생을 보지 못했었는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식사전 기도를 함께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형제들은 엄니의 고통과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더 크신 은총과 축복은 엄니가 드디어 하느님을 믿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죽음의 골짜기 앞에 서자 하느님을 찾게 되었지만 이렇게라도 하느님을 믿게

되었다는 것에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이제 우리 형제들은 모이면 기도할 수 있는 기도 부대가 되었습니다.

함께 기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큰 체험을 했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주님 안에서 일치를 이룰 수 있는 크신 은총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아직 네째 여동생과 막내 남동생과 올캐는 세례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를 통해 역사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체험하고 있기에 멀지 않은 날

교회로 인도될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올캐가 이렇게 고백하더군요.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엄니는 서울서 수술을 받고 저는 부산에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수술 당일은 올라갈 계획이 없었는데 그날 새벽 1시 잠못이루는 동생이 전화를

했습니다. "언니, 언니의 기도가 많이 필요해요." 불안해 하는 동생들을 위해

예정에 없었던 서울 상경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산서 첫 차가 새벽 5시 출발해서 서울에 7시 47분 도착...

엄니의 수술은 8시에 예정되어 있었고...

제가 택시에 날개를 달고 날아가면 몰라도 서울역에서 내려 택시타고

아무리 열심히 가도 8시 전에 도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주님, 제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하실 수

있으십니다. 제가 엄니가 수술실 들어가시기 전에 얼굴 한번 뵙게 해 주세요."

 

그리고 마음을 내려 놓았습니다. 정말 초행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메이지 않고 길을 잘 찾았습니다.

택시에서 내려 뛰었습니다.

그리하여 엄니가 수술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결국 엄니를 만났습니다.

준비해간 성수를 이마와 몸에 뿌려 주고 기도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지요.

 

이 모습을 보고 올캐가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감탄을 하는 것입니다.

엄니의 고통 앞에서 형제간에 벌어졌던 어떤 마음의 장벽이 무너지고

갑자기 스킨 쉽도 자연스럽고 ... 바로 기적적으로 모든 것이 회복이 된

것이었습니다.

 

어려서 흥부네처럼 한 이불 속에서 그렇게 살아보지 못했던 어떤 아쉽고

어쩌면 슬펐던 그 모든 것들이 녹아졌다는 것입니다. 우린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행복한 기회를 주신 주님의 은혜

진심으로 감사 감사 알렐루야입니다.

 

이러한 고백 앞에서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은총이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이제 더 많이 사랑하고 사랑 받고 살 수 있는 기회를 한번 더

얻었으니 참으로 그 기회를 헛되이 보내지 않을 수 있도록 함께 애쓰렵니다.

 

가장 행복한 것은 이제 동생들과 함께

"우리 기도하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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