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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 송영진 모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30 조회수590 추천수4 반대(0) 신고

 

 모든 것을 버리고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2013. 11. 30. 토) - (마태 4,18-22)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두 형제, 곧 베드로라는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가

호수에 어망을 던지는 것을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마태 4,18-20)."

 

마태오복음에는 '그물을 버리고' 라고만 되어 있는데

루카복음을 보면, '모든 것을 버리고(루카 5,11)' 라고 되어 있습니다.

어부가 그물을 버린 것은 직업을 버린 것이고(어부로서의 인생을 버린 것이고),

그것은 사실상 모든 것을 버린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그물을 버린 것은 그것이 악한 것이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어부에게 그물은 선한 것입니다.

그들의 어부라는 직업 자체도 선한 것입니다.

사도들은 예수님께서 주시는 더 좋은 것을 받기 위해서

자기들이 가지고 있었던 좋은 것들을 버렸습니다.

 

이것은 '진주 상인의 비유'와 같습니다.

"하늘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 그는 값진 진주를 하나 발견하자,

가서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마태 13,45-46)."

값진 진주를 얻으려면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해야 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가진 것을 처분하기가 아깝다고 하면서 움켜쥐고 있으면

값진 진주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가지고 있는 것이 선한 것이라고 해도

최고로 좋은 것을 얻으려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가지고 있는 것이 악한 것이라면 무조건 버려야 하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그대로 소유한 채로

예수님께서 주시는 것을 얻을 수는 없는가?" 라고 물을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이 예수님의 답변입니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마태 19,24)."

이 말씀에서 '부자'는, '지금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으로 해석됩니다.

(물질적으로 가난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 애착과 집착을 버리지 못하면

바늘구멍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낙타가 될 뿐입니다.)

 

"왜 꼭 그래야만 하는가?" 라고 다시 묻는다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입니다.

 

따라서 사도들이 예수님을 따르면서 '그물'을 버린 것은

자기들의 소유물과 인연과 인생 전체에 대한 애착을 버린 것을

상징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도들은 예수님께서 가장 좋은 것을 주실 것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기꺼이 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들은 정말로 모든 것을 다 버렸을까?

사도들은 자기들에게 빵이 없다고 걱정했고(마태 16,7 ; 마르 8,16),

예수님께 높은 자리를 청했고(마태 20,21 ; 마르 10,37),

자기들 가운데 누가 가장 높은 사람이냐고

논쟁했습니다(마르 9,34 ; 루카 9,46 ; 루카 22,24).

그리고 믿음이 약하다고 예수님한테 혼난 일이 많습니다.

 

이런 내용들을 종합하면,

그들은 처음에는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걱정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고,

권력욕과 명예욕 등을 버리지 못했고,

아직 믿음이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물론 나중에는 그런 것들까지 모두 버리고

위대한 믿음의 사도들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도들이 버리지 못한 것들을 보면

광야에서 사탄이 예수님을 유혹할 때 사용한 것들과 거의 비슷합니다.

사탄은 돌을 빵으로 만들어 보라고 유혹했습니다(마태 4,3).

이것은 먹고사는 문제에 관한 유혹입니다.

사탄은 하느님을 시험해 보라고 유혹했습니다(마태 4,6).

이것은 믿음을 흔들기 위한 유혹입니다.

사탄은 세상의 영광을(권력을) 가지라고 유혹했습니다(마태 4,9).

이것은 권력욕과 명예욕을 부추기는 유혹입니다.

 

사도들이 버리지 못한 것들과 예수님께서 겪으셨던 유혹의 내용들은

모든 신앙인들이 실제로 날마다 겪고 있는 문제들입니다.

정말로 신앙생활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더라도

먹고사는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어떤 힘든 일을 당하게 되면 믿음이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자기 자신은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 모든 것을 버렸다고 생각하는데도,

실제로는 명예욕과 자존심을 버리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높은 자리를 욕심내지는 않더라도

사람들로부터 칭찬과 존경을 받으면 기뻐하고,

자기도 모르게 은근히 그것을 더 바라게 되는 모습...

 

또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되면 힘들어 하는 모습도...

 

그런 것을 생각하면,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리는 일은

한 번에 되는 일이 아니라, 날마다 계속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일입니다.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루카 9,23)."

 

-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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